본 연구는 서구 여성주의 지리학을 비롯한 일군의 비판지리학자들을 중심으로 발달해 온 스케일(scale) 논의를 재검토함으로써 기존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서 나타나는 공간성에 대한 인식과 방법론적 한계를 보완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연구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운동 연구에 있어서 스케일 개념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페미니즘 연구에서 종종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공간 메타포는 사회운동의 공간성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메타포로서의 공간에 그치지 않고 사회운동에서 실제로 중요한 인식론적, 실천적 도구가 되는 공간에 대한 탐색을 심화시키기 위해 본 연구는 마스턴과 브레너를 중심으로 제기된 2000년대 이후 스케일 논의의 주요 쟁점을 수용하여 이러한 논의가 여성운동 연구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둘째, 상대적으로 덜 연구된 미시 스케일의 역할을 조명함으로써 미시와 거시가 연결된 다중스케일적 접근을 옹호하고자 한다. 여성주의의 오랜 투쟁의 대상이었던 공적/사적 분리는 위계화된 스케일 인식, 즉 거시 스케일이 더 영향력 있고 중요하다는 인식과 종종 맞닿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는 재생산 영역은 거시 스케일상의 생산과 정치경제와 불가분의 관련성을 지닌다. 본 연구는 공적/사적 분리와 위계화된 스케일 인식을 단번에 허무는 지점, 즉 사적인 것이 곧 공적인 것이 되고 지구적인 것이 곧 로컬한 것이 되는 지점을 파헤친다. 이를 위해 한미 FTA 반대운동에서 등장했던 유모차 부대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다중스케일적 접근이 한국 여성운동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 지를 탐색한다.
본 연구는 서구 여성주의 지리학을 비롯한 일군의 비판지리학자들을 중심으로 발달해 온 스케일(scale) 논의를 재검토함으로써 기존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서 나타나는 공간성에 대한 인식과 방법론적 한계를 보완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인 연구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운동 연구에 있어서 스케일 개념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페미니즘 연구에서 종종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공간 메타포는 사회운동의 공간성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키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메타포로서의 공간에 그치지 않고 사회운동에서 실제로 중요한 인식론적, 실천적 도구가 되는 공간에 대한 탐색을 심화시키기 위해 본 연구는 마스턴과 브레너를 중심으로 제기된 2000년대 이후 스케일 논의의 주요 쟁점을 수용하여 이러한 논의가 여성운동 연구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둘째, 상대적으로 덜 연구된 미시 스케일의 역할을 조명함으로써 미시와 거시가 연결된 다중스케일적 접근을 옹호하고자 한다. 여성주의의 오랜 투쟁의 대상이었던 공적/사적 분리는 위계화된 스케일 인식, 즉 거시 스케일이 더 영향력 있고 중요하다는 인식과 종종 맞닿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영역이라고 인식되는 재생산 영역은 거시 스케일상의 생산과 정치경제와 불가분의 관련성을 지닌다. 본 연구는 공적/사적 분리와 위계화된 스케일 인식을 단번에 허무는 지점, 즉 사적인 것이 곧 공적인 것이 되고 지구적인 것이 곧 로컬한 것이 되는 지점을 파헤친다. 이를 위해 한미 FTA 반대운동에서 등장했던 유모차 부대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함으로써 다중스케일적 접근이 한국 여성운동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 지를 탐색한다.
This paper attempts to complement the methodological and conceptual lack of spatial thinking in Korean women's movement research and to facilitate further discussion on this field of research, by drawing on recent academic discussion on scale developed particularly among the Western critical and fem...
This paper attempts to complement the methodological and conceptual lack of spatial thinking in Korean women's movement research and to facilitate further discussion on this field of research, by drawing on recent academic discussion on scale developed particularly among the Western critical and feminist geographers. The purposes of the paper are following. First, it addresses the need to utilize the concept of scale in women's movement research. Numerous spatial metaphors often proliferated with indiscretion in the feminist approach have rather tended to hinder fully understanding the spatiality of social movements. In order to examine the spatiality of social movements as both conceptual tool and praxis, not merely as metaphor, the paper incorporates main issues in recent scale discourses with particular attention to the debate between Marston and Brenner, and explores their implications for women's movement research in Korea. Second, it emphasizes the multi-scalar approach by highlighting the role of micro-scale, the less studied side in social movement literature. The public and the private divide, the long time battle ground in feminist research, is often intermingled with the hierarchical scalar understanding which considers the global as more powerful and important than the local. The reproductive realm, however, is indispensably related to production and political economic realm. The paper explores the very site where both the public/private divide and the hierarchical scalar understanding can be dismantled. It is the site where the private becomes public and the local becomes the global (and vice versa). Drawing on a brief example of an anti-FTA movement of women with strollers in Korea, it examines the way the multi-scalar approach advances the understanding of Korean women's movement.
This paper attempts to complement the methodological and conceptual lack of spatial thinking in Korean women's movement research and to facilitate further discussion on this field of research, by drawing on recent academic discussion on scale developed particularly among the Western critical and feminist geographers. The purposes of the paper are following. First, it addresses the need to utilize the concept of scale in women's movement research. Numerous spatial metaphors often proliferated with indiscretion in the feminist approach have rather tended to hinder fully understanding the spatiality of social movements. In order to examine the spatiality of social movements as both conceptual tool and praxis, not merely as metaphor, the paper incorporates main issues in recent scale discourses with particular attention to the debate between Marston and Brenner, and explores their implications for women's movement research in Korea. Second, it emphasizes the multi-scalar approach by highlighting the role of micro-scale, the less studied side in social movement literature. The public and the private divide, the long time battle ground in feminist research, is often intermingled with the hierarchical scalar understanding which considers the global as more powerful and important than the local. The reproductive realm, however, is indispensably related to production and political economic realm. The paper explores the very site where both the public/private divide and the hierarchical scalar understanding can be dismantled. It is the site where the private becomes public and the local becomes the global (and vice versa). Drawing on a brief example of an anti-FTA movement of women with strollers in Korea, it examines the way the multi-scalar approach advances the understanding of Korean women's movement.
* AI 자동 식별 결과로 적합하지 않은 문장이 있을 수 있으니, 이용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문제 정의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서 여러 공간개념이 무분별하게, 또는 메타포로서만 사용됨에 따라 그러한 개념이 사회운동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키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정현주, 2008). 그러므로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서 드러난 스케일에 대한 인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마스턴(Marston, 2000)과 브레너(Brenner, 2001)를 필두로한 스케일 논의에서 주요 쟁점을 수용하여 이러한 논의가 여성운동 연구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한다. 둘째, 사회운동에 대한 공간적 이해와 관련하여 미시 스케일의 역할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서 드러난 스케일에 대한 인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마스턴(Marston, 2000)과 브레너(Brenner, 2001)를 필두로한 스케일 논의에서 주요 쟁점을 수용하여 이러한 논의가 여성운동 연구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한다. 둘째, 사회운동에 대한 공간적 이해와 관련하여 미시 스케일의 역할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몸, 가정에서부터 글로벌에 이르는 보다 광범위한 스케일 간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가정이라는 재생산의 영역에 있던 여성들은 거시 스케일상의 생산과 정치경제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먼저, 국가 스케일을 중심으로 진행된 여성운동 논의를 살펴보자.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1980년대의 여성운동은 독자적인 형태로 추진되기 보다는 민주화 운동의 우산 아래에서 ‘여성노동자’로서 다른 운동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생산체계 내에서의 계급투쟁에 초점을 맞추었고, 따라서 아직 여성운동의 독자성을 표출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여성운동의 다양한 공간적 실천들과 전략들을 국가 스케일로만 수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적 국가주의의 함정을 경계하기 위해 국가를 의심할 것 없이 주어진 분석단위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국가가 특정 사회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그러한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가령 몸이나 가정 스케일의 문제를 도시, 국가, 글로벌 스케일과 연결하여 공론화하였을 때 가정은 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공간으로 재구성되며, 여기서 공적/사적 공간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 또는 무의미해진다. 본 논문은 이러한 공적/사적공간의 해체와 스케일 정치의 긴밀함에 토대하여 스케일이 여성운동에 대한 대안적인 인식론과 방법론을 개척하는데 하나의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개념으로서 의의를 지닌다고 본다.
퀘백 주 여성운동에서 나타난 성공적인 스케일의 정치 사례를 통해서는 스케일이 여성운동을 재구성하고 이해하는 데에 유용함을 경험적으로 확인하였다. 본 장에서는 앞선 논의들을 바탕으로 국내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서 국내 여성운동에서 스케일 논의가 어떤 의미를 가질 지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본 장에서는 여성운동을 다룬 연구에서 나타난 스케일 인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기존의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서 주목해 온 스케일은 대체로 국가, 지역, 도시, 글로벌로 구분된다.
그러나 마스턴이 ‘가정’이라는 단일한(singular) 스케일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다중스케일적 특성, 즉 관계적인 측면에서 복수의(plural) 스케일 간의 상호작용에 관해서는 살피지 못하였음을 한계로 지적한다. 본 저자들 역시 단순히 가정을 스케일로서 개념화하는 것만으로는 기존 여성운동 연구의 이론적 결함을 보완하기 어렵다고 보며 브레너가 주창한 다중스케일적 인식론의 필요성을 수용하고자 한다.
그러나 ‘공적, 사적공간의 분리가 거시, 미시 스케일의 이원화와 접목되어 있다는 사실은 공적, 사적 공간의 이분법을 깨뜨리는 저항이 바로 거시, 미시 스케일을 교란하는 스케일의 정치와 결부될 수 있음(정현주, 2008, 909)’을 시사한다. 상이한 스케일 간의 경합과 상호관계를 드러내는 스케일의 정치를 통해 선험적 스케일의 수직적 위계를 부정하고 이분법적 공간 인식을 해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되는 것이다. 가령 몸이나 가정 스케일의 문제를 도시, 국가, 글로벌 스케일과 연결하여 공론화하였을 때 가정은 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공간으로 재구성되며, 여기서 공적/사적 공간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 또는 무의미해진다.
예컨대 최근의 국내 사례를 통해 이를 간략히 논해보자. 2008년 6월 당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 협상 중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안에 불만을 제기하고자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하였다(황진태, 2011a).
세계화의 과정이 초국적 자본을 위시한 전지구적 수준의 착취를 강화하는 억압적·부정적 측면뿐만 아니라 역설적으로 여성들에게 기존의 국가 및 지역 경계 내에 국한되지 않는 여성운동을 전개할 역량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한다(이나영, 2006; 이소희, 2009). 이들 연구는 여성들이 국경 넘기를 통하여 초국적 기업만큼이나 글로벌 스케일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밝히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역에 위치한 여성들이 글로벌 스케일에서 활동하는 초국적 기업에 비하여 필연적으로 수세적이고, 약할 것이라는 인식을 해체하고자 한다.
나아가 정현주(2012, 106-109)는 여성주의 연구에서 공간은 ‘메타포인 동시에 실제 물질관계를 수반하며, 연구자가 연구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개념인 동시에 연구대상이 활용할 수 있는 실천적 도구’로서 확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하여 다음 장에서는 어떻게 스케일을 학술적 개념인 동시에 여성운동의 실천적 도구로서 이해할 수 있을 지를 마스턴과 브레너의 스케일 논쟁을 통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마스턴의 주장처럼 기존 정치경제학적 입장에서의 스케일 연구가 간과해온 스케일로서 가정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고, 브레너의 다중스케일적 인식을 수용하여 가정을 상이한 스케일 간의 상호작용 내에서 이해할 경우 여성운동에서 스케일 정치의 역할과 전략적 효과를 보다 탁월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토대해 국내 여성운동에도 시사점을 제공할 여지가 있는 국외 경험연구 사례를 한 가지 살펴보자.
물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여성운동기구의 구성원들은 지역발전을 논하는 협의체에 들어가고자 했다. 이를 통하여 여성의제를 지역발전 정책과 결합하고자 했다. 대표적으로 5개년 지역발전 전략계획과 같은 장기적인 구상에도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성운동이 발생하는 구체적인 사회공간을 설명할 분석틀과 개념이 여전히 부족할 뿐만 아니라 구심점이 되는 쟁점 없이 산발적으로 여러 현안들이 제기되어 온 실정이다(정현주, 2012). 이에 본 연구는 서구 여성주의 지리학을 비롯한 일군의 비판지리학자들을 중심으로 발달해온 스케일(scale) 논의를 재검토함으로써 기존 여성운동 연구에서 나타난 공간성의 인식론적, 방법론적 한계를 드러내고 이를 보완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한편, 본 논문은 스케일의 정치에서 간과되었던 가정 스케일을 강조하는 마스턴의 주장이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 있어서 앞으로 가정 스케일이 어떻게 상이한 스케일들(국가, 지역, 글로벌 등)과 연관될 수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또한, 가정과 같은 미시적 스케일은 사적 공간으로, 국가와 같은 거시적 스케일은 공적 공간으로 대응시키는 스케일 간 수직적 위계관계를 해체하고자 하는 다중스케일적 관점을 통해서 여성주의자들이 그토록 주창해 온 공적/사적 공간의 분리 역시 교란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가설 설정
8) 많은 여성주의 연구자들은 공간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공간개념에 천착한 연구들을 오래전부터 진행해 오고 있다.9) 여성학 연구에서 공간은 거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세계화와 포스트구조주의의 등장이라는 물적, 지성사적 전환이 공간에 대한 인문사회과학계의 폭발적인 관심을 유도한 사실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여성학의 공간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러한 일반적인 흐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제안 방법
본고에서 필자들은 국내 여성운동 연구와 스케일 논의의 접목을 시도하였다. 기존 여성운동 연구는 각각의 스케일이 선험적으로 주어지며 수직적으로 위계지어진다고 전제하면서 스케일 간의 관계보다는 개별 지리적 스케일 내에서 이루어지는 실천들에 한정된 논의를 진행해왔다.
기존 여성주의 연구에서 공적/사적 공간은 평면상에서 단순히 집을 경계로 이원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이해되었다. 스케일이라는 메타포를 차용하는 경우에도 몸, 가정, 근린, 도시, 국가, 글로벌로 이어지는 수직적 위계 공간에 공적/사적 공간을 분리해 위치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존의 이분법적 인식을 답습하였다. 즉, 몸이나 가정과 같은 미시 스케일은 여성의 사적공간으로 도시, 국가 등의 상위 스케일은 남성적 공적공간으로 연결시켰던 것이다.
성능/효과
여기서 ‘유모차’는 ‘주부’라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그녀들의 시공간적 제약을 동시에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가정과 시위의 현장을 매개하면서 사적 공간이 공적 공간으로 확장되는, 또는 공적 공간 안에 사적 공간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즉 안이면서도 바깥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만들어 낸다.6) 이러한 유모차 부대의 활약은 결국 정부의 FTA 협상조건을 변경하도록 만듦으로써, 국가정책의 변화를 유도해냈다.7)
한편, 본 논문은 스케일의 정치에서 간과되었던 가정 스케일을 강조하는 마스턴의 주장이 국내 여성운동 연구에 있어서 앞으로 가정 스케일이 어떻게 상이한 스케일들(국가, 지역, 글로벌 등)과 연관될 수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또한, 가정과 같은 미시적 스케일은 사적 공간으로, 국가와 같은 거시적 스케일은 공적 공간으로 대응시키는 스케일 간 수직적 위계관계를 해체하고자 하는 다중스케일적 관점을 통해서 여성주의자들이 그토록 주창해 온 공적/사적 공간의 분리 역시 교란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스케일에 대한 위계적 인식으로 인해 스스로 깨고자 했던 이분법적 인식을 재생산해 온 여성운동 연구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다.
다중스케일적 인식론 속에서 가정 스케일을 위치시킬 필요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가정과 같은 특정 스케일을 다른 스케일에 비해 선험적으로 우선시할 경우 자칫 공간물신론(spatial fetishism)에 빠질 위험이 있다. 특정 스케일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상이한 스케일 상에서 존재하는 사회적 관계 및 세력들 간의 사회·문화·정치적 상호작용 속에서 구성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만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다(정현주, 2008; 황진태, 2011b, 52-53).
후속연구
이처럼 젠더에 무지하거나(gender blind) 편견에 사로잡힌 인식은 (윤리적인 비판은 차치하고서라도) 지리학 연구의 지평 확장과 간학문적인 교류를 심각하게 제약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주장한 다중스케일적 접근을 수용한 여성주의 공간연구는 이러한 간학문적 교류를 통해 공간정치의 이해를 심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스케일이 중첩되고 가로지르고 위계관계를 벗어나 작동함을 의미하는 다중스케일이라는 관점은 여성/남성의 이분법에 입각하여 여성에게 억압적인 공간을 구현해 온 근대적 공간관에 대한 대안적 접근이 될 수 있다. 안이 밖이 되고,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흐려지며, 주변에서 중심의 전복을 상상하며, 하나의 평면에서 반듯하게 구획되는 것이 아닌 주름잡히고 역설적인 정체성들간의 협상을 통해 주체가 구성됨을 주장하는 여성주의 공간관은 다중스케일적 관점과도 상통한다는 점에서 다중스케일적 관점은 여성운동 연구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개념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또한, 가정과 같은 미시적 스케일은 사적 공간으로, 국가와 같은 거시적 스케일은 공적 공간으로 대응시키는 스케일 간 수직적 위계관계를 해체하고자 하는 다중스케일적 관점을 통해서 여성주의자들이 그토록 주창해 온 공적/사적 공간의 분리 역시 교란될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스케일에 대한 위계적 인식으로 인해 스스로 깨고자 했던 이분법적 인식을 재생산해 온 여성운동 연구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전환점을 제공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강조하는 다중스케일적 접근은 이론이기 보다는 방법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즉, 앞서 검토했던 논자들이 개별 스케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연구자들 간에 다중스케일적 인식이 공유되는 조건에서 특정 사례에 대하여 주요한 스케일을 개별적으로 연구하는 동시에 각 스케일 간의 상호작용의 측면에 주목하는 공동연구를 통하여 다중스케일적 분석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질의응답
핵심어
질문
논문에서 추출한 답변
국가페미니즘의 대표적인 성과에는 무엇이 있나?
하지만 제도적 민주화가 정착된 1990년대 들어서는 생산의 영역이 아닌 생활세계 안에서 여성의 삶의 전반으로 운동이 확장되고 다양해졌다(조주현, 1996, 139-141). 그동안 침묵되었던 생활세계에서의 여성문제들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게 되면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전국적 수준에서 국가의 정책형성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운동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그 대표적인 성과로 2000년대에 성매매방지법과 호주제가 폐지되었다(김경희, 2009, 18). 이처럼 ‘여성운동이 출산권, 성폭력, 육아, 기회평등과 같은 여성의 권리를 쟁점으로 하여 정당, 정부, 다양한 공적기관 또는 여성정책 담당 국가기구에 참여하여 페미니즘을 제도화한 것’을 ‘국가페미니즘(state feminism)’이라고 부른다(김경희, 2009, 15).
국가페미니즘이란?
그동안 침묵되었던 생활세계에서의 여성문제들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게 되면서 한국여성단체연합을 중심으로 전국적 수준에서 국가의 정책형성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여성운동이 활발히 진행되었고, 그 대표적인 성과로 2000년대에 성매매방지법과 호주제가 폐지되었다(김경희, 2009, 18). 이처럼 ‘여성운동이 출산권, 성폭력, 육아, 기회평등과 같은 여성의 권리를 쟁점으로 하여 정당, 정부, 다양한 공적기관 또는 여성정책 담당 국가기구에 참여하여 페미니즘을 제도화한 것’을 ‘국가페미니즘(state feminism)’이라고 부른다(김경희, 2009, 15). 신상숙(2011)은 거버넌스(governance: 민관협치) 개념을 통하여 2000년 이후 여성단체와 국가기구간의 여성정책을 둘러싼 역학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1980년대의 여성운동 특징은?
먼저, 국가 스케일을 중심으로 진행된 여성운동 논의를 살펴보자. 군부독재정권 치하의 1980년대의 여성운동은 독자적인 형태로 추진되기 보다는 민주화 운동의 우산 아래에서 ‘여성노동자’로서 다른 운동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생산체계 내에서의 계급투쟁에 초점을 맞추었고, 따라서 아직 여성운동의 독자성을 표출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도적 민주화가 정착된 1990년대 들어서는 생산의 영역이 아닌 생활세계 안에서 여성의 삶의 전반으로 운동이 확장되고 다양해졌다(조주현, 1996, 139-141).
※ AI-Helper는 부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