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와 아도르노의 철학은 전통철학의 수용과 비판이라는 과제를 지니고 있던 20세기 철학의 흐름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하이데거의 현상학적 해석학은 인간의 실존과 존재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를 가능하게 하였다. 특히 하이데거의 존재물음은 서양철학의 중심주제였던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올바르게 제시되었는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였으며 이후에 수많은 사상가들에게 존재론적인 논쟁점을 제공하였다.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은 동일성에 근거한 서구형이상학의 출발점과 그것이 가져온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 특히 아도르노는 서구문명의 흐름을 신화에서 계몽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파악하면서 인간의 이성은 자연을 지배하는 데 몰두하게 되고 점점 더 도구적으로 사용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글쓴이의 생각으로는 이러한 하이데거의 철학과 아도르노의 철학을 비교해보는 것은 서구 형이상학의 출발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획득하도록하고 나아가서 현대철학의 논쟁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아도르노의 주저인 『부정변증법』에서 전개되고 있는 하이데거비판에 대해서 고찰해보는 것은 하이데거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서구형이상학의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된다. 아도르노가 하이데거 철학에 대해서 갖는 관심은 단순한 이해와 수용의 차원이 아니라 좀 더 본질적으로 서구형이상학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해결해 보려는 시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서는 먼저 하이데거와 아도르노에게 전개되는 전통 형이상학 비판의 출발점들에 대해서 고찰해 보도록 할 것이다. 해체라는 용어아래에서 전개되는 하이데거의 형이상학비판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도록 할것이며, 부정 또는 비동일성에 대한 적극적인 긍정을 토대로 하는 아도르노의 형이상학비판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비교고찰 해 볼 것이다. 이를 토대로 해서 아도르노가 하이데거 철학에 대해서 어떻게 비판하는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의 타당성에 대해서 논의해보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주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