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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은 비록 다양한 내레이터들과 함께 복잡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 얼핏 보기에 매우 산뜻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검토해 보면 서술층에 균열이 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균열은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방식대로 이야기를 전개하도록 선택된 내레이터들에 그 원인이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궁극적으로 소설 그 자체를 분열시키려는 작가의 견해의 한 부분을 드러내기도 한다.
『폭풍의 언덕』의 서술은 언쇼우가 고아 히스클리프를 데리고 리버풀로부터 집에 돌아오던 1769년부터 1802년 가을까지 33년동안 언쇼우와 린튼 두 집안에서 3대에 걸쳐 벌어진 사건들을 대체로 연대기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많은 내레이터들 가운데 록우드와 엘렌딘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 많은 다른 인물들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함께 밀접하게 짜여지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멀리서 볼 때 유리처럼 매끄럽게 보이던 것이 균형의 환상을 깨뜨리는 무수한 잔물결들로 부서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잔잔한 호수의 표면처럼 그 이면의 혼란스런 긴장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가서 집안의 평화와 질서를 되찾는 캐디와 헤어튼 사이의 만족스런 조화가 나타나긴 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많은 갈등, 의심, 불신 등으로 모든 인물들이 파괴와 분열을 느끼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부정적 요소를 소설에 야기시키는 주요 원인은 어머니의 부재이다. 여기에는 어쩌면 작가인 에밀리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작용했는지 모른다. 헤이튼과 캐디가 막 결혼하려 하는 끝 부분에서조차 그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분열적 패턴으로 남는 것도 그 분노를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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