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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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개혁개방시기 중국여성연구와 여성운동의 현황을 그 이전의 마오시대와 비교하여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49년 신중국의 성립과 함께 남녀평등과 여성해방의 원칙은 법제도와 이데올로기로 중국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여성을 고려한 입법과 보호조치들로 평등은 일정한 의미에서 현실이 되었고, “시대가 달라졌고 남녀가 모두 같다”는 마오쩌둥의 구호는 여성해방의 지배적인 담론이 되었다. 국가는 ‘여성의 이익을 배려’ 하고 여성은 ‘국가에 의존’ 하는 상호관련 속에서 중국의 여성들은 이미 해방되었거나 더 전면적인 해방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남녀평등은 남성적 척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었으며, 도시 여성에 국한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한계를 갖는 것이었다.

개혁개방 정책의 개시로 사회 각 영역에 미치던 국가의 통제력이 점차 시장의 힘으로 넘어가면서, 효율과 상품을 중심으로 한 시장원리는 전통적인 ‘남녀평등’과 ‘여성해방’의 원칙을 위협하게 되었고, 이는 여성의 성상품화와 차별화로 나타났다. 그러나 또한 국가 통제력의 위축과 시장 영향력의 확대는 중국의 여성들이 주체로서의 자각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개혁으로 인해 여성들은 과거의 남녀평등의 함의를 되물을 수 있었고, 또한 자율적으로 그들의 활동공간을 조직할 수 있게 되었다. 단적으로 개혁이 없었다면 오늘날 중국의 여성운동도 없었을 것이다 (林春, 1995).

서구 여성운동의 전개과정과는 달리 오늘날 중국에서 여성운동은 여성연구로 시작되었다. 80년대의 여성연구는 마오주의 여성해방담론에 대한 부정으로서 여성의식과 여성의 본질을 주장하면서 여성에 대한 국가 통제와 남성을 기준으로 한 남녀평등을 비판하였다. 그러나 여성을 남성과 계급범주로부터 분리시키고자 했던 80년대의 진보성은 90년대라는 시대적 환경에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차이’가 상업문화에 의해 상품화되고 발전논리에 의해 차별의 근거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과거 사회주의 전통에 대한 단순한 부정만으로는 여성해방의 새로운 내용을 잡아가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90년대 서구 페미니즘과의 교류가 중국의 연구자들에게 중국여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위한 하나의 자원으로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개혁개방시기 중국 여성연구의 재개와 발흥은 당대 중국사회에서 주목할만한 사회적 현상의 하나다. 그것은 중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들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전국적인 규모에서 발진시킨 운동이자, 신중국이 성립된 이래 최초의 자율적인 사회운동으로서 당대 중국에서 “공공영역”을 창출하고 있다.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중국의 여성들은 여성해방의 주체로 다시금 역사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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