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의 종교성에 대한 논의는, 기독교 선교사들이 선교적 목적과 연관시키면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논의를 살펴보면 제사를 종교적 의례로 간주하는 쪽이나 이에 맞서 인간의 윤리적 의무로 생각하는 쪽이나 모두 ‘종교적’이란 의미를 신에 대한 숭배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고는 이러한 이해에서 벗어나 종교를 사람들에게 존재의 일반적 질서를 구성하고 이를 유일하고도 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일련의 상징체계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사가 지닌 사회적 규범성과 힘, 그리고 궁극적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본고는 유교 제사를 희생제의(犧牲祭義)와 평생의례(平生儀禮)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먼저 희생제의적 측면이다. 祭의 어원(語源)과 제사에 사용되는 제물을 통해 볼 때, 제사는 육식동물을 죽여 그 피(血)와 고 기(肉)를 신(神)이 홈향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데에 가장 큰 목적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희생제의적 성격은 대상의 초월적 힘을 보여주는 것이며, 조상숭배와 연관된 것이다. 그러나, 조상제사는 의례 실행의 보편성과 의절의 계급적 차등화에 의해 이 희생제의적 요소가 매우 약화되고 있다. 보편성이란 다양한 제사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조상제사만이 모든 사람에게 허용된 제사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례 실행의 보편화는 동시에 제사대상의 보편화를 가져온다. 즉, 모든 사람은 제사를 지내는 주체이지만 동시에 죽어 제사를 받는 조상이 될 수 있다 이 점에서 유교제사는 초월성을 전제로 한 신이 아니라 인간이 겪는 과정의 한 단계로서의 조상과의 만남인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본고에서는 조상제사의 통과의례적(通過儀禮的)성격이라고 하였다. 한편, 조상제사의 계급적 차등화는, 천자로부터 서인에게까지 허용된 제사이지만 계급에 따라 의절의 감쇄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의절의 감쇄는 제사가 지닌 희생제의적(犧牲祭義的) 요소를 탈락시키고 있다. 천자와 제후에게서 분명히 나타나는 모혈(毛血)과 생고기를 올리는 의식들이 대부와 사에서는 사라지고, 산 자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예절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사는 신의 초월성을 전제로 한 숭배보다, 죽은자(死者)를 산자(生者)와 같이 섬기는 연속성 속에서 공경의 감정을 유발하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평생의례로서의 제사는 자칫 인간의 윤리적 행위로만 간주하기 싶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평생의례가 사람들로 하여금 삶의 규범성을 제공해주듯이 제사는 관ㆍ혼ㆍ상례의 연속성 속에서 죽음 이후 인간이 거쳐야 할 노정을 안내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규범성에서 벗어난 불행한 죽음이 가져다주는 부정적인 힘을 제사는 잘 보여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신주(神主)와 제사의 시간에서 보여지는 우주론적 시간들을 통해 제사가 성스러운 질서을 만들고 이 성스러움에 사람들을 참여시켜시는 종교적 행위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