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극 햄릿에서 주인공 햄릿이 보여주는 행위가 역설적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을 그 주제로 한다. 햄릿은 클로디우스에 대한 복수를 행하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그에게 주어진 외부적 조건을 이용하면서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외적 조건에 부딪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창조하면서 아버지의 복수라는 그의 목표를 성취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외부 상황에 대한 태도들과 행위의 복잡성 들은 주어진 조건과 그의 내적 욕망 사이의 심오한 거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햄릿이 의도를 가지고 추진해 왔던 행동들이 실제로는 우발적 상황에 대한 반응이었다는 데에 햄릿의 자율성에 역설이 있다.

주인공 햄릿은 그가 살고 있는 덴마크의 궁정 내에 사회적 도덕적 조건들이 그가 행동의 기반을 삼을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 주지 않으며 그 사회가 타락하고 위선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도덕률과 규범들을 그 자신의 개인적 해석에 의존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의 주변조건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개인가치들은 행동의 자율성을 강화시키는 모태가 되지만 동시에 그 자신이 주변상황으로 부 터 제약받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그가 목표를 위해 행동에 옮길 때, 그는 우발적 상황과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내적 욕망사이에서 그 자신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인도된다. 햄릿은 사적인 욕망과 개인적 가치를 가지고 목표를 향하여 행동에 옮기지만 그는 외부의 우발적 상황에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햄릿을 자유로 운 주체, 혹은 행위의 원천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햄릿의 비극적 죽음은 그의 자율성이 외부 환경에 제약받았음을 뜻하며 동시에 그가 제한된 자아를 가지고 사회 속에 존재하는 상대적 가치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서 그의 행동의 결과는 그의 자아와 외부적 환경사이의 자기 창조적 움직임이었음을 증명한다. 결국 햄릿의 환경은 그가 가지고 있는 자 아를 넘어 서는 것이며, 또한 그는 사회적 집착과 욕망들이 얽혀 있는 그물 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 비극은 단순히 개인적 비극이 라 기보다는 사적 욕망과 공적 영역 사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투쟁들로서 읽혀 질 수 있으며 햄릿 이 보여준 행위는 그가 결코 외부적 상황을 초월한 자유로운 주체가 될 수 없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