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에서 들뢰즈 철학의 의미는 문화정치철학의 영역에서 그 실질적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내재론은 현실의 초월적 위계와 질서를 내파하기 위한 문제제기이면서 동시에 현대세계의 인간, 그리고 그 관계가 지닌 잠재적 능력을 새롭게 탐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본 논문이 중심에 두고 있는 「시네마」 의 영화철학에서 들뢰즈의 ‘이미지 존재론’의 ‘이미지=물질’ 개념은 우리의 이해관계에 의해 삭제해버린 세계, 물질적 전체의 힘들의 관계를 사유하도록 한다. 운동-이미지가 인간의 유용성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세계와 인간의 관계와 그것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면, 시간-이미지가 드러내는 잠재성은 전체로서의 세계와, 전체의 연관성을 넘어서는 세계의 바깥을 새롭게 지각하고 사유하게 함으로써 나의 절대적 바깥, 즉 내재면에 이르게 한다.

   결국 들뢰즈의 영화철학은 현대 세계의 인간과 역사가 봉착한 위기에 대한 비판적 진단이며, 또한 새로운 출구의 모색이다. 설정된 인간성과 주어진 현실적 세계의 한계 상황에서 다른 지대를 사유하는 문화철학적 실험을 통해 현대철학은 나-주체-대상의 원환을 탈주해서 인간-매체-자연의 연결 접속이 이르게 하는 새로운 복수성의 지대를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사유의 역량이면서도 동시에 이 세계의 잠재적 역량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들뢰즈의 이미지 존재론과 영화에 대한 사유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인간성과 잠재적 공동체에 대한 탐구를 위한 철학적 과제를 우리에게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