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와 암발생의 상관관계에 대한 수수께끼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풀렸다.



일반적으로 암의 대부분은 40대 이후에 발생하며,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현재의 과학적 상식에 비추어 매우 역설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암은 세포분열이 엄격히 제어되고 있는 정상세포가 통제를 벗어나 분열을 계속함으로써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은 세포 분열능을 지니고 있는 노화세포가 어떻게 활발한 분열능을 획득하여 암세포로 전환되는지는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 수수께끼가 조선대학교 단백질소재연구센터(과학기술부/한국과학재단 지정 우수연구센터, 소장 함경수 교수)의 유호진 교수팀(43, 의과대학, 약리학)에 의해 처음으로 규명됐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유전자는 일생동안 자외선을 비롯한 여러 가지 유해요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손상을 받는다. 세포는 여러 방어체계를 이용해 유해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유전자 손상을 최소화시키며, 손상된 유전자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유전자 복구 시스템을 작동시켜 치료함으로써 유전자에 발생할 수 있는 돌연변이를 막는다.



그러나 유전자 손상과 유전자 복구 사이에 불균형이 발생하면, 돌연변이가 급격하게 증가되어 지속적이고도 돌이킬 수 없는 세포분열이 초래되어 결국 암으로 진행된다. 원래 모든 세포는 자살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과도한 유전자 손상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자살 프로그램이 작동되어 체내에서 제거됨으로서 암이 발생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는 Bcl-2 단백질이 세포의 자살 프로그램을 억제하여 암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 학설과는 달리 유호진 교수 연구팀은 Bcl-2에 의한 세포분열 억제가 유전자 복구시스템을 붕괴시켜 암 발병이 촉진될 수 있음을 규명했다.



이는 세포분열 억제가 암 발병을 억제한다는 종래의 학설과는 달리 세포분열 억제로 암 발생이 오히려 촉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한 것이다.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서울대 생명과학부 학부장 정진하 교수는 “분열이 정지된 노화세포에서 왜 암발생이 빈번하게 발생하는가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따라서 노화와 암 발생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앞으로 유전자 복구 조절물질을 통해 노화에 의해 발생되는 암 발생 억제제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유호진 교수팀의 연구결과는 세포분열이 정지된 노화세포의 암 발생 과정을 근본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세포생물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의 네이쳐 세포생물학지 1월호에 이달의 가장 중요한 논문으로 선정되어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