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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에 스며든 과학적 아름다움

2006-04-27



‘대장금’, ‘왕의 남자’, ‘음란서생’, ‘궁’.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이들이 모두 우리나라 전통의 미를 잘 살려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란 것이다. 이들에 나오는 소품들은 우리 고유의 미를 한껏 뿜어낸다. 그 중 극 전반에 걸쳐 등장하여 한국 전통의 미를 잘 드러내는 소품이 바로 한복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복의 색상은 굉장히 다양하다. 이것은 연출자들이 영상미를 위해서 일부러 만든 것이 아닌 고증의 결과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한복에 다양한 색을 많이 사용했다.



옛날 한복의 색은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닌 음양오행과 같은 관념적이고 사상적인 의미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여기에는 놀라우리만치 과학적인 조상들의 슬기 또한 배어 있다. 한복의 색에 과학적인 면이 있다니, 여러분은 믿을 수 있겠는가? 지금은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나 이 글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의심이 확신으로 바뀔 것이다.



한복의 색상에서는 크게 두 가지 과학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배색과 염색이다.




한복은 여러 색 중에서도 원색을 많이 사용한다. 강한 명도를 가지는 원색의 배합이란 자칫 잘못하면 촌스러워 보이기 십상이다. 자, 한 가지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어떤 여성이 초록색 정장 상의에 다홍색 스커트를 입고 우아한 연회에 등장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자(정말 저런 색의 한 벌로 된 정장이 존재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있다고 가정하자.). 이 여성이 아무리 품위 있고 단아한 사람이라 해도 옷의 색상 때문에 이 여성은 사람들에게 촌스럽게, 혹은 코믹스럽게 비춰질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여성이 초록색 저고리에 다홍색 한복 치마를 입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복의 고운 선에 단아하고 우아한 면모가 한껏 살아나면서 산뜻한 색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같은 색의 배합인데도 양장과 한복이라는 차이 하나로 인해 결과는 너무나 다르게 나타나리라는 것을 우리는 쉽게 예상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비밀은 바로 저고리와 치마의 길이이다. 양장의 경우 상의와 하의가 시각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비슷하기 때문에 상의의 색과 하의의 색이 둘 다 강할 경우 두 색이 경쟁을 일으키게 된다. 반면에, 한복은 길고 풍성한 치마에 비해 저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적기 때문에 두 옷의 색상이 대비된다고 할지라도 서로 경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견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각 색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우리의 뇌는 같은 색의 대비라도 다르게 인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서로 다른 원색의 저고리와 치마를 입어도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보다는 화사하고 산뜻한 느낌을 주게 되고, 동시에 톡톡 튀는 색상을 사용할 수 있어 한복의 비슷비슷한 모양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없앨 수 있는 것이다.




화려한 색의 한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놀라운 점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다. 지금처럼 물감이나 화학재료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인데, 어떻게 저런 다양하고 화려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색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일까? 도대체 무슨 재료를 이용해서, 어떠한 방법으로 천을 염색하였던 것일까? 그리고 그 염색에는 어떠한 과학적인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일까?



우리 조상들이 물감의 재료로 쓴 것은 주로 식물 염료이다. 그들은 자연에서 채취한 여러 가지 식물의 꽃, 열매, 뿌리, 풀 등에서 염료를 채취해서 옷감을 염색했다. 여러 문헌과 전통 염색 전승자에 의하면 색상별로 사용된 식물은 다양하다. 푸른 물을 들일 때는 쪽풀과 닭의 장풀, 노란 물을 들일 때는 치자나무와 황백나무, 울금, 황연, 신초, 회화나무, 홍화, 빨간 물을 들일 때는 홍화, 꼭두서니, 소방목, 자줏빛 물을 들일 때는 지치의 뿌리를 이용했다.




식물 염료는 그 자체만으로 염색이 잘 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에 우리 조상들은 매염제를 사용했다. 매염제는 섬유에 결합이 어려운 염료가 잘 염색되도록 작용하는 재료이다. 조상들은 매염제도 자연으로부터 얻어 사용했는데, 그 종류로는 잿물, 꼬막조가비나 굴껍질로 만든 석회, 명반, 식초 등이 있다. 잿물 중화나 염색 촉진을 위해서는 오미자, 매실 등을 사용했는데, 특히 오미자는 홍화 염료로 홍색염색을 할 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염색은 언뜻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에는 정말로 여러 가지의 화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특히, 매염제와 염료의 화학적 반응은 옷감에 어떤 색의 물이 드느냐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모든 염료는 저마다 다른 분자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매염제의 종류에 따라 용해되는 정도와 착색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염색되는 색상에 차이가 나게 된다. 몇 가지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푸른색을 염색할 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식물인 쪽은 물에 녹지 않는 ‘indigo’라는 염료를 가진다. 이 염료에 석회와 잿물을 넣어 환원시키면 불용성이던 염료가 물에 녹게 되어 염료 분자가 천에 잘 결합할 수 있는 상태로 바뀐다. 석회는 조개껍데기 등을 1200℃ 이상으로 5~6일 정도 구운 다음 공기 중에 노출시켜 얻은 미세한 가루를 말한다. 국립중앙과학관의 1995년 연구 결과, 석회가루에는 조개껍데기에 들어 있던 거의 모든 물질이 연소과정에서 산소와 결합해 산화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회의 성분을 분석해 보았더니 칼슘(Ca)의 산화물인 산화칼슘(CaO)이 대부분의 구성성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칼슘은 주기율표상에서 이온화 경향이 강한 알칼리 금속족에 속하는 금속으로 다른 원소나 물질과 치환하거나 그들을 환원시키기를 좋아한다. 잿물도 많은 양의 산화물로 구성되어 있고, 염색에 필요한 이온들이 들어 있어서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고 염료를 앙금으로부터 추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매염제의 성분 원소는 염색되는 색상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Al)이나 주석(Sn) 같은 원소가 존재할 경우에는 색상이 밝아지며, 구리(Cu), 철(Fe), 크롬(Cr) 원소들이 있으면 어두운 색이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소목의 경우 순수 상태에서는 짙고 붉은 노란색을 내지만 알루미늄이 있으면 붉은색, 구리가 있을 때는 갈색, 철이 있을 때에는 검은색에 가까운 색상을 낸다.



매염제로 용해시킨 염료를 섬유에 고착시키는 데에는 주로 오미자가 많이 사용되었다. 국립중앙과학관의 연구 결과, 오미자를 우려낸 물의 pH는 평균 3.04의 강한 산성으로 나타났다. 섬유에 염료분자가 잘 달라붙게 하기 위해서는 pH를 가능한 한 산성으로 만들어 표면고착농도를 높여 주어야 한다. 이 표면고착농도가 높을수록 염료의 탈색이 적어져서 색상을 오랫동안 선명하게 유지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강산성인 오미자물은 매우 좋은 착색제가 되는 것이다.




조상들은 뛰어난 관찰력과 슬기로 식물에서 천연의 색깔을 찾아냈고, 천연 염료와 매염제를 사용하여 다양하고 자연스러운 색을 가진 천을 만들 수 있었다. 이 천으로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색의 한복을 만들었으니 한복을 아름답게 만든 공로를 천연 염색에 돌려도 좋겠다.



우리 조상들이 평상복으로 입던 한복. 그 한복의 색에도 이처럼 놀라운 과학적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 자칫 유치해 보일 수 있는 대비되는 두 개의 색을 그 시각적 비중을 달리함으로써 해결하는 조상들의 재치와 자연으로부터 다양한 색깔을 찾아내는 그들의 뛰어난 관찰력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특히 천연 재료를 사용하여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고도 색을 창조해 낸 조상들의 슬기는 갖가지 화학 약품을 이용한 염색법으로 환경오염의 몸살을 앓게 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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