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코끝이 찡할 정도의 추위가 한반도를 엄습했다. 너무나 추워 초저녁이면 길거리가 텅텅 빌 정도였다. 때마침 눈까지 내려 도로에는 운행하는 차조차도 평소보다 줄었다.
그런데 이런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눈 내린 산을 구경하기 위해 산을 찾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추운 겨울 산을 찾는 이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추위다. 그래서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기능성 속옷은 물론이고 방풍, 방한 자켓 등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장구를 챙긴다.
겨울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꼭 챙기는 물품이 있는데 바로 따뜻한 물이나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보온병이다. 특별히 열을 보충해주는 장치도 없는 보온병에 따뜻한 물을 담으면 몇시간 정도는 거뜬하다. 전기밥통은 보온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한데 보온병은 자체에 열을 보존하기 위해 외부에서 전기 같은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아도 내용물을 따뜻하게 보관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보온병의 내용물이 오랫동안 식지 않고 보존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보온병의 원리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우선 열이 전달되는 원리를 알아야만 한다. 열이 전달되는 방식은 크게 전도, 대류, 복사의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전도는 다른 물질을 통해서 열이 전달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고기를 먹을 때 젓가락을 불판 위에 올려놓았다가 아무런 생각 없이 잡으면 손을 데일 수 있다. 가스 불에 달궈진 불판의 열이 젓가락을 뜨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열의 전도라고 한다.
대류는 기체나 액체 등, 유체를 가열할 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물을 넣은 주전자의 바닥만을 가열해도 주전자 안의 물이 전부 다 데워지는 것이 대류현상이다.
공기나 물의 어느 한 부분을 가열하게 되면, 그 부분의 온도가 올라가고, 공기나 물 분자의 운동이 활발해 따뜻한 물은 다른 차가운 물이나 공기가 있는 곳으로 움직인다. 차가운 공기나 물은 따뜻한 공기나 물이 있던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복사는 열이 전달되기 위해 중간 전달 매개체가 필요한 전도나 대류와 전혀 다르다. 복사는 중간 매체 없이도 열이 직접 전달되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에서 오는 빛을 전도의 대표적인 예로 설명할 수 있다. 우주에는 공기나 물이 없지만 태양의 뜨거운 열은 지구까지 전달된다. 바로 복사 현상 덕분이다. 열을 가진 물체는 적외선을 방출하는데 이것이 복사의 원천이 된다.
이제 보온병의 원리를 알아보자.
보온병은 이중의 벽 구조를 가진다. 벽 사이는 진공이며 안쪽은 은으로 도금된 유리벽으로 만들어져 있다. 왜냐하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공기나 물이 없는 빈 공간을 통해서는 열의 전도가 불가능해 열을 빼앗기지 않기 때문이다.
보온병 내부의 열은 유리벽이나 마개를 통해 전도가 되겠지만 벽이나 마개를 이루고 있는 유리, 플라스틱, 코르크가 모두 부도체이므로 온도 변화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보온병은 전도에 의한 열의 손실이 적다.
또 보온병에는 진공 상태의 벽이 있기 때문에 벽을 통해 공기를 열이 이동하는 대류에 의한 열 손실도 적다. 병 안 쪽의 은도금 벽은 열을 다시 병 속으로 반사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복사에 의한 열 손실도 방지된다.
보온병은 보기엔 정말 간단하게 생겼다. 하지만 열이 전달되는 과학적인 원리를 응용해서 열이 최대한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보존되도록 만들어진 발명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