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인간, 즉 인체 냉동 보존은 인류의 최대 적인 질병과 노화를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방법이다. 냉동인간이 되는 이유는 당시의 의학기술로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을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 또는 더 이상 늙지 않고 먼 미래를 알고 싶은 경우 등 다양하다.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등장하는 냉동인간은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와는 다르게 아직은 깨어나지 못할 뿐이다.


극저온에서 우리 몸 안의 시계 멈춰



냉동인간은 말 그대로 인간을 얼려 버리는 기술이다. 매우 낮은 온도에서 세포 조직들은 화학 반응을 하지 않고 보존된다. 이를 위해 유리전이(glass transition)라는 현상을 이용한다. 유리전이란 액체를 냉각할 때 급격히 굳는 현상을 말한다.
인체를 냉동시킬 때 세포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동결방지제를 사용하는데, 온도가 유리전이점(glass transition temperature)에 도달하게 되면 액체의 점성이 급격하게 증가하다가 유리에 가까운 고체 상태가 돼 분자들이 고정된다. 그 온도는 약 영하 120℃ 이다. 유리전이점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아주 느리게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만 그보다 낮은 온도에 도달하게 되면 분자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화학 반응도 일어나지 않게 된다. 생체적 시간이 멈춰버리는 것이다.
생체적 시간이 멈춘다는 것은 노화와 질병악화를 멈출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정지된 시간 동안의 기억도 없다. 뇌의 활동 또한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몇 백 년, 몇 천 년 후에 깨어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그저 잠시 잠이 들었던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세포들을 위협하는 얼음조각

하지만 이런 꿈같은 일이 그저 인간을 얼려버린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을 냉동시키는 것은 일부 조직이나 세포 또는 작은 생물들을 냉동시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금붕어와 같은 작은 생물들을 냉동시켰다가 해동시킨 실험은 성공한 적이 있다. 반면에 인간은 생체 구조가 붕어와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한 냉동 작업으로는 정상적인 냉동인간을 만들 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몸의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물이 얼음으로 상태변화하면 부피가 증가한다. 찬 물을 먹겠다고 물통을 냉동실에 넣어 뒀다가 깜빡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봤을 때 물통이 매우 부풀어 있거나 심한 경우 깨져있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보통의 액체들은 얼 때 그 부피가 감소하지만 얼음은 육각형의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얼었을 때 부피가 더 크다. 분자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인체를 냉동시킬 때도 마찬가지다. 우선 혈액의 55%가 혈장이며 이의 90%가 물로 돼있다. 이 물이 얼어버리면 혈액의 부피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수많은 혈관들을 파괴할 것이다. 특히나 뇌의 모세혈관 같은 경우엔 조금만 부피가 늘어나도 터져 버려 뇌출혈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이다. 그래서 냉동 전에 인체에서 혈액을 모두 제거한 후 동결방지제를 주입해 혈관의 손상을 막는다.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세포이다. 조직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면서 세포들 사이에 얼음 결정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는 삼투현상을 일으키면서 세포들을 탈수상태로 만들며 커진 얼음 결정들이 주변 세포를 손상시킨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글리세롤과 같은 동결방지제를 투입한다. 이것은 얼음결정이 성장하는 것을 막고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게 하다가 영하 100℃ 정도에 도달하면 유리와 같은 고체 상태가 되어 세포들을 고정시킨다.
인체 냉동 보존 기술에서는 이렇게 동결방지제를 사용하여 얼음이 생기는 것을 막아 조직과 세포들을 손상 없이 보존시키는 기술을 유리화(vitrification) 라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소생, 나노 테크놀로지가 해답

그러면 냉동된 인간을 다시 소생시킬 때는 이러한 과정들을 역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없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역시 그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동결방지제로 사용하는 글리세롤의 독성이 세포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이미 냉동인간이 돼 소생을 기다리고 있는 냉동인간들을 소생시키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다. 
특히 다른 기관들이 비해 뇌는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부분이다. 그 기능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이 바로 기억부분이다. 냉동인간이 소생돼 질병을 고치고 노화를 해결한 후 잘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냉동 전의 기억이 사라지고 자신에 대한 의식을 잃는다면 이는 그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자아의식이 사라지며 언어를 비롯한 기초적인 인간의 관습들도 모두 새로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해동과정에서 손실될 정신적, 신체적 기능들을 생각한다면 매우 힘든 과정들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나노기술이다. 분자와 원자의 수준까지 조작이 가능한 나노기술로 소생시 발생할 문제점들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또한 뇌 연구가 발달해 기억에 대한 메커니즘이 확실하게 밝혀진다면, 나노기술을 통한 뇌세포를 조작으로 기억문제 또한 해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노기술자들은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나노로봇을 개발 중에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완성될 것이라 보고 있다.


냉동 인간, 시체인가 환자인가

사실 냉동인간들은 법적으로 사망한 상태이다. 법적으로 아직 살아있는 인간을 냉동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냉동인간이 되기로 한 사람이 죽으면 신체 조직들이 부패하기 전에 빠르게 냉동시키기 위한 수술에 들어간다. 세포와 혈관을 보호할 동결방지제를 주입하고 혈액을 빼내는 등의 과정을 거친 후 냉동인간으로 만든다.
하지만 관련 학자들은 생체적으로 냉동인간을 살아있는 것으로 본다. 모든 조직과 세포들이 일시 정지된 상태일 뿐 죽은 것은 아니란 의미다. 실제로 현재 미국의 애리조나 주에서 인체 냉동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Alcor 생명 연장 재단에서는 이 냉동 인간들을 환자라고 부르고 있다.
이들은 “뇌기능과 심장 박동이 멈추는 순간 죽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노기술을 비롯해 앞으로 향상될 과학기술로 얼마든지 소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체 전체는 아니지만 작은 생명체들이나 일부 조직, 기관들은 냉동 후 정상적인 상태로 해동하는 것을 성공시킨 바 있다.


1억 8천만 원으로 미래를 산다?

최초의 냉동인간은 신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던 미국의 심리학자 베드퍼드이다. 1967년 73세의 나이로 미래에 암 치료법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냉동인간이 되기를 자처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냉동인간이 됐다.
하지만 냉동인간이 되고 싶다고 무조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lcor 생명 연장 재단에 따르면 몸 전체를 냉동 보존하는데 최소 15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8천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이런 고액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불치병 환자들이 냉동인간이 되기 위해 나서고 있으며 소생을 위한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의 발전양상으로 볼 때 2040년 즈음에는 최초로 냉동인간 소생술이 성공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최초의 냉동인간인 베드퍼드가 소생한다면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약 80년 후로 시간여행을 한 느낌일 것이다. 물론 기억이 보존된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