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언어가 있기 전부터 인류와 함께 존재해온 자연스런 본능이다. 인간은 액운을 내쫓고 풍년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춤을 췄다. 춤과 함께하는 기원 의식은 그들에게서 불안을 씻어내고 심리적 평온을 줬다. 실제로 IDSF(국제댄스스포츠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댄스 스포츠는 불만을 해소하고 긴장과 압박에서 해방시켜 주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운동이다. 또한 SDPI(State Department of Public Instruction) 북캐롤라이나주 주립대 중앙교육부는 율동과 포크댄스가 정신불안 학생들의 재활이나 사회 적응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댄스,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

서울에 사는 주부 이 씨는 재즈 댄스를 통해 산후 우울증을 극복했다. 이 씨는 “첫 아이를 낳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어요.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심한 우울증으로 고생 했는데, 재즈 댄스를 시작한 후 생활의 활력을 얻었어요”라고 말했다.
흔히 신체적 건강이 건강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음의 건강 없이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란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양호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정신건강이란 무엇일까. 미국정신건강국민회의(NCMH)는 정신건강이란 정신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가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즉 어려운 생활 조건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건전하고 균형 잡힌 통일된 성격의 발달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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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년 인류를 괴롭힐 가장 큰 재앙, 우울증

이렇듯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에 인류를 괴롭힐 가장 큰 재앙으로 ‘우울증’을 꼽았다. 세계보건기구와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세계 100여명의 학자들은 1990년부터 5년간에 걸친 공동연구를 통해 우울증을 ‘심장질환’, ‘교통사고’와 함께 미래의 3대 질병으로 경고했다. 우울증은 가슴에 쌓이는 마음의 피로다. 또한 뇌 호르몬의 분비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어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벗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우울증을 이겨내는 데 댄스는 어떤 도움을 줄까.
최근 예일대 의학부의 로널드 두맨 박사팀이 운동을 하면 우울증 약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활기찬 운동은 정신 건강과 관련이 있으며 상태불안은 단시간의 운동으로 감소된다. 연구팀의 관계자는 “규칙적인 운동은 불안과 우울증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자아 존중감을 증가시킨다”면서 “이는 뇌 속에 존재하는 운동 관련 유전자의 활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맥컬리와 제이콥슨은 ‘미국건강증진지’를 통해 에어로빅 운동 프로그램을 8주간 실시한 후의 자기 만족감을 측정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에어로빅은 피실험자의 우울감을 크게 감소시키고 생활만족도를 상당히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맥컬리는 질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에는 규칙적인 에어로빅이 큰 도움이 된다고 저널을 통해 설명했다.


신나는 댄스로 병세 호전



@img10@한편 마사 그레이엄, 이사도라 던컨으로 대표되는 현대 무용에서 발전한 댄스 테라피(dance therapy)가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는 마음의 병을 춤으로 치료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1990년대 국내에서 시작됐을 당시에는 자폐증과 정신지체, 불안증, 신경 장애 등이 있는 사람이 주로 댄스 테라피의 대상이었으나 최근에는 사회 생활의 부적응,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원활한 대인관계가 어려운 사람에게까지 대상 범위가 넓어졌다.
미국 유명 안무가이자 댄스 치료사인 데이빗 앨런 해리스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에게 댄스를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아주고 있다. 해리스는 “전쟁참전 군인은 잔혹한 전쟁터의 기억을 지울 수 없어 괴로워한다. 리듬에 맞춘 경쾌한 스텝이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새로운 삶의 의지를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댄스로 환자의 병세를 호전시킨 사례도 있다. 대한신경정신학회지에 따르면 1990년대 한국보훈병원 신경정신과에서 병실에 입원한 정신질환자에게 2년 동안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과 탈춤을 추게 했다. 그 결과 환자와 직원간의 유대감이 좋아졌고 무표정했던 환자의 얼굴에 웃음이 살아났다. 또한 자폐증 환자도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게 됐으며 자신만을 고집했던 환자들도 서로 관심을 보이고 이해하는 치료적 효과가 있었다.
서울 아산병원 정신과에서도 2004년, 댄스 프로그램을 도입해 환자 치료 연구를 했다. 김창윤 교수는 서울 아산병원에서 치료 중이던 19~65세의 정신분열증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왈츠, 자이브, 차차차 등 신나는 댄스 타임을 갖게 했다. 그 결과 경쾌한 음악과 몸의 리듬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는 등 환자의 증상이 크게 좋아졌다.
영국 셰필드대 재활의학 연구원 세라 쿡은 “댄스는 가장 훌륭한 치료 프로그램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댄스치료를 통해 극심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녀는 현재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댄스 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 모두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등의 증세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춤추면 일의 능률 올라

@img12@얼마전 EBS는 춤이 학습능력을 높이는 데 댄스가 도움을 준다는 실제 실험결과를 공개했다. 프로그램에서는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달동안 5분짜리 댄스를 하루에 세 번씩 매일 추게 했다. 그 결과, 학습에 관련된 뇌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제작진은 춤 덕분에 혈액순환이 잘되고 엔도르핀이 흘러 기분이 좋아지는 등 정신건강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혈중 도파민과 세로토닌 농도 수준은 중추피로와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정신질환 등의 원인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다. 특히 지속적인 신체 움직임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그러나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운동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인다.
이는 본인의 의지로 자유롭게 운동을 한 집단과 강제로 운동을 시킨 집단을 비교한 실험에서 드러나는데, 강제로 운동을 한 집단에서는 높은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났다. 강제로 운동했을 때는 면역학적 소견 또한 좋지 않았고 DNA 손상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운동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댄스는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운동이다.
과거 춤추러 간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오죽하면 ‘춤바람’이란 말이 나왔겠는가. 그러나 이제 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해주는 웰빙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 힘든가? 그렇다면 신나는 리듬에 맞춰 춤을 춰보라. 이스라엘 병사들이 춤추며 잠시나마 전쟁의 긴장을 잊은 것처럼 힘든 일상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