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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기사단 패퇴 원인 밝혀져

2011-07-28

백년전쟁이 한창이던 1415년 8월, 프랑스 북부의 해안마을 아쟁쿠르(Agincourt) 근처 벌판에 두 무리의 군대가 대치한 채 마주섰다. 한쪽은 바다를 건너 공격해온 헨리 5세 휘하의 영국군 수천명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보다 5배나 많은 병력을 자랑하는 프랑스 군대였다.
이에 대해 역사가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영국이 보유하고 있던 큰 활 롱보우(longbow)와 석궁 크로스보우(crossbow) 덕분이라는 설도 있고, 부대 배치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갑옷의 무게가 무거워 진흙밭에 빠졌다가 살아나오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생체역학 실험 덕분에 비밀이 풀렸다. 온몸을 감싸는 철갑옷의 무게 때문에 프랑스군의 체력이 일찍 소모되었다는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와 리즈대학교, 이탈리아의 밀라노대학교,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대학교 등 물리학, 생물학 분야의 각국 연구진이 공동실험을 통해 밝혀낸 사실이다.
논문은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영국 왕립학술원 생물학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최근호에 ‘갑옷 착용이 중세 군인들의 운동능력 제한시켜(Limitations imposed by wearing armour on Medieval soldiers’ locomotor performanc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중세 갑옷 실제로 입고 생체역학 실험 진행해

아쟁쿠르 전투 이전에도 1346년 프랑스 북부 크레시(Crécy) 근처에서 1만명밖에 되지 않는 에드워드 3세 휘하 영국군이 필립 6세가 이끄는 프랑스군 수만명을 대패시킨 바 있다. 이 두 번의 전투로 ‘기사의 시대’는 저물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갑옷의 무게 때문에 민첩한 활동이 힘들다’는 가설에서 출발해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용 갑옷은 리즈(Leeds) 소재 왕립무기박물관(Royal Amouries Museum)이 보관 중인 화려한 중세 갑옷을 그대로 본떠 수많은 철판을 이어서 직접 만들었다. 원래 갑옷은 15세기 후반 런던에 살았던 윌리엄 마틴(William Martyn) 주지사의 대리석 입상에 장식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15세기 중후반에 밀라노에서 만들어진 갑옷, 15세기 후반의 독일 고딕 스타일 갑옷 등도 제작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심지어는 손가락 끝까지 철판으로 감싼 이들 갑옷은 무게만 해도 30~50킬로그램에 달했다.
피실험자들이 갑옷을 모두 입고 처음으로 움직였을 때 연구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의외로 재빠르고 유연한 동작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옆으로 재주를 넘는 풍차돌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닝머신 위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뛰거나 걷는 실험이 진행되자 다들 금세 기진맥진해졌다. 예상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훨씬 컸던 것이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의 산소 소모량과 심박수, 호흡수, 호흡량, 보폭 등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갑옷으로 중무장 했을 때는 두 배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걸을 때는 2.3배, 뛸 때는 1.9배에 달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수치였다.
팔다리를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하중을 받는 부분이 몸의 중심부에서 멀어질수록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중세 갑옷은 허벅지에 퀴스(cuisse)라는 보호대를 차고 정강이에는 그리브(greave)라는 가리개를 착용해야 한다. 신발도 사바톤(sabaton)이라 불리는 뾰족 철구두를 신는다. 이들의 무게만도 7~8킬로그램에 달한다. 16세기 화약이 등장하면서 철갑옷이 소용 없게 되자 가장 먼저 퇴출된 것이 이들 다리 보호대다.
팔다리가 무거우니 칼을 휘두르거나 걸음을 내딛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반면에 갑옷과 동일한 무게를 등짐으로 지고 걷게 하자 에너지 소모가 많지 않았다. 무게를 한 곳으로 집중시키는 것이 이동과 움직임에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히말라야 산맥의 짐꾼인 셰르파(sherpa)들도 무거운 등짐을 지고 산을 오르지만 에너지 소모는 평소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연구를 이끈 그레이엄 어스큐(Graham Askew) 영국 리즈대 생물학 교수는 디스커버리뉴스(Discovery News)와의 인터뷰에서 “무게가 등에만 실릴 때보다 몸 전체에 가해질 때 에너지 소모량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에너지 소모의 가장 큰 원인은 무거운 팔다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숨쉬기도 힘들어 피로가 빨리 찾아오는 것이 약점

연구진은 피실험자들의 호흡 패턴도 조사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운동을 할 때 호흡수와 호흡량이 평소보다 늘어나야 하지만 갑옷을 착용한 사람들은 산소 소모량이 그대로였다.
논문에 따르면, 아쟁쿠르 전투가 벌어진 벌판은 1415년 당시 쟁기질한 자국과 전날 밤 내린 비로 인해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프랑스군이 너무 일찍 투석기를 발사하는 바람에 땅이 이곳저곳 패여 있었다.
 
가뜩이나 팔다리를 움직이기 힘든 철갑옷을 입은 프랑스 기사들이 진흙밭을 뚫고 먼 거리를 행진해서 영국군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을 것이다. 움직이질 못하니 영국군이 사용하는 롱보우로도 충분히 갑옷을 뚫을 수 있었다. 갑옷의 잘못된 무게 배분으로 인해 백년전쟁과 더불어 기사의 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중세 전투의 승패에는 군대의 규모와 상태, 장비능력, 전투전략과 지형뿐만 아니라 갑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움직이느라 높은 에너지가 소모된 사실도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 대해 로저 크램(Rodger Kram) 콜로라도대 물리학 교수는 “처음엔 웃겠지만 곧 생각에 잠기게 될 것”이라는 이그노벨상(IgNobel Prize)의 모토를 인용했다. 이그노벨상은 기발하고 희한한 연구를 수행한 사람에게 하버드대가 수여하는 상으로, ‘말도 안 되지만 진짜 존재하는(Improbable Genuine)’의 줄임말이다.
크램 교수는 “무거운 갑옷을 입은 상태에서도 보폭이나 걸음의 각도, 발이 땅에 닿아 있는 시간 등이 평소와 동일했다”며 “인간이 좋아하는 보행 습관이 존재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쇠사슬로 만들어진 갑옷이나 아시아 지역의 갑옷 등 다양한 갑옷을 대상으로 생체역학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스큐 교수는 사이언스(Science)지와의 인터뷰에서 “말의 전신을 감싸는 갑옷도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면서도 “중무장을 한 채 러닝머신 위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주위에 서 있고 싶어하는 연구원이 없다”는 농담으로 애로사항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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