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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없이도 풍작 가능해진다

2013-08-07

최근 영국 노팅엄대학교 연구진이 식물 뿌리의 세포에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삽입하는 독특한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노팅엄대학교 곡물질소고정센터장인 에드워드 콕킹(Edward Cocking)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N-Fix’로 명명됐다.
N-Fix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질소 고정 박테리아를 종자를 통해 식물 세포에 삽입하여 질소 고정 능력을 식물의 모든 세포에 제공하는 기술이다. 식물 종자는 이 박테리아로 코팅되는데, 그로 인해 공생 관계의 형성과 자연적 질소 생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의하면 이 기술은 유전자 조작이나 바이오공학에 의한 기술이 아니므로 환경친화적이며, 모든 곡물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한다. 콕킹 교수는 사탕수수 내 질소 고정 박테리아의 특정 유전자를 발견함으로써 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질소 고정’이란 공기 중에서 단단히 묶여 있는 질소 원자를 떼어내 식물세포가 이용할 수 있는 암모늄이온이나 질산이온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식물은 잎을 통해 흡수하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로부터 산소와 탄소를 얻고, 뿌리를 통해 물을 빨아들여 수소를 얻어 스스로 필요한 유기물질을 만든다. 그런데 이밖에도 식물 생장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 질소와 인이다.


콩과 작물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



질소는 공기 중에 78%나 함유되어 있을 만큼 흔하다. 그러나 질소는 원자 간 삼중결합으로 된 안정적인 구조이므로 이를 끊어서 환원시키려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므로 식물도 공기 중의 질소를 이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자연에서 식물이 질소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흙 속에 사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가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식물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꿔 공급하는 것을 취하는 방법이다. 질소 고정 박테리아는 콩과 작물의 뿌리혹에 붙어서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와 혼자 흙 속에서 독립적으로 사는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뿌리혹박테리아는 콩과 작물로부터 안정된 주거지(뿌리혹)와 산소를 공급 받으므로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효율이 독립적으로 사는 질소 고정 박테리아보다 3~4배 정도 높다.
 
따라서 콩과 작물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데, 우리 조상들이 예부터 돌려짓기를 할 때 반드시 콩을 심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한 토지에서 계속 같은 농작물을 재배할 경우 질소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생태계에 질소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적으로 터득한 것이다.
식물이 자연에서 질소를 얻을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번개가 칠 때 공기 중의 질소가 빗방울에 녹아 든 것을 취하는 것이다. 비가 온 후 식물이 쑥쑥 자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식물 생장에서 꼭 필요한 인의 경우 인산염을 포함한 암석을 산으로 처리해서 비료로 만들 수 있으므로 공급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질소의 경우 퇴비나 분뇨 등에서 얻을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 또 19세기 초 칠레의 사막에서 대규모의 무기질산염(칠레 초석) 광산이 발견돼 질소 비료의 생산이 가능했지만, 고갈이 예정되어 있었던 데다 자원량도 한정되어 있어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따라서 인류는 부족한 식량의 생산량 증가를 위해 공기 중의 질소를 쉽게 고정시키는 연구에 몰두했으며, 1913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가 마침내 기체 상태의 질소와 수소를 직접 반응시키는 하버-보쉬 공정을 개발해 질소 비료의 대량 합성에 성공하게 되었다.
하버가 개발한 합성법은 폭탄 제조에 필수적인 질산의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이 공로로 인해 하버는 191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농업 생산성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던 19세기 말에는 세계 인구가 16억 정도였는데, 20세기 들어 인구가 그보다 4배 이상 증가했으니 합성 질소 비료의 등장이 농업 생산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질소 비료가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부상



그런데 질소 비료는 생각지 못한 문제를 야기했다. 질소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작물이 비정상적으로 비대생장하여 오히려 쉽게 죽을 수 있다. 또 토양이 산성화되면 작물이 흡수하고 남긴 양은 고스란히 지하수로 스며들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지난 60년간 전 세계적으로 농업 생산량 증가를 목적으로 소비한 질소량은 약 8배 이상 증가했다. 그중 절반은 식물이 흡수하지 못하고 생태계로 유출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이렇게 유출된 질소는 일부 식물에만 유리하게 작용해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한편 오존층 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질소 비료로 인해 만들어진 산화이질소는 태양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주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하천을 따라 강 하구로 운반된 질소는 식물 플랑크톤을 과잉 성장시켜 ‘데드존(dead zone)’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플랑크톤이 죽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때 미생물들이 산소를 소모하므로 플랑크톤이 많이 생성될수록 물속에서는 산소 고갈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버리는 데드존이 형성되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유럽의 경우 질소 비료의 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연간 최대 2천800억 유로(약 4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노팅엄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N-Fix’ 기술은 이 같은 환경오염과 높은 경제적 비용이 동반되는 화석연료 기반의 합성 질소 비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합성 질소 비료 사용의 감소와 더불어 빈곤 국가의 기아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N-Fix 기술의 질소 고정 효과는 실험실 수준에서 확인되었으며, 현재 연구진이 데이터 확보를 위한 현장 시험을 진행중이다. 또 아조틱 테크놀로지(Azotic Technologies) 사와 함께 기술 특허를 확보한 후, 전 세계 곡물의 50%에 대한 기술 개발 적용 및 상업화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연구진에 의하면 N-Fix 기술의 상업적 활용은 2~3년 이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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