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부족 문제는 최근 인류가 당면한 문제 중 가장 심각하면서도 근원적이다. 쌀이 부족하면 밀이 대신할 수 있지만 물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물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물이 없는 사회를 상상할 수 없었지만 현대사회에서 ‘물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 절반은 물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지금은 아프리카 등지에서만 물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지만, 2050년이 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담수 생산 적정기술




박창대 박사팀이 개발한 담수기는 먼저 태양열로 해수를 증발시킨 후 증발된 증기의 응축 잠열을 다시 이용, 다중효용방식의 담수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전 후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제품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개발한 담수기의 정확한 명칭은 ‘태양열 복합열원 다중효용 해수담수기’입니다. 이름에 모든 것이 나와 있어요. ‘복합열’이라는 것은 태양열뿐 아니라 다른 열도 이용한다는 의미에요. 발전 후 다시 이용하지 못하는 폐열이죠. ‘다중효용’이라는 것은 증발된 증기의 응축잠열을 10여 차례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효용이 높아진다는 의미죠.”
기존 태양열 해수담수기는 태양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낮 시간 혹은 날씨가 좋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창대 박사팀은 장마철에도 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폐열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기존의 태양열 해수담수기는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태양열 온수기가 사용됐다고 보면 됩니다. 상용 집열기를 적정 면적에 깔아 설치하고, 열을 모아 축열조로 보내는 거죠.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집열기와 축열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는 이를 위한 별도의 부지면적이 필요해요. 집열기 설치에 많은 부지와 비용이 들어간다면 결과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시스템이 복잡합니다. 집열기와 축열조가 각각 존재하기 때문에 운전기술이나 유지정비 기술 등이 필요하죠. 하지만 해수담수기가 설치될 곳은 일반적으로 도서지역이에요. 운전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죠. 즉, 기존의 해수담수기는 설치 후 현지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박창대 박사가 해당 기술을 연구한 데는 최근 식수로 고통 받는 저개발 국가 사람들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부터다. 식수로 인해 노약자와 어린이가 전염병에 걸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 지구적인 수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신규 수자원 확보문제를 고민하다보니 지금의 기술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물 부족 문제 때문에 물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해결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해수담수화 기술입니다.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으나 현실적 식수 확보 대안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국내 대기업에서도 이 기술로 세계적 수준을 유지하는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기술들은 대용량의 전기를 싸게 확보할 수 있는 발전소를 끼고 있어요. 최소 하루 1만 톤 이상 설비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죠. 그러나 이러한 설비는 소외지역이나 취약계통 지역에 설치할 순 없어요. 초기 구축비용을 마련하기 힘드니까요. 복지수준이 낮아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지 못하거든요.”
설사 이러한 설비를 지었다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운영비용과 유지보수비용, 상주 기술자 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창대 박사는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대용량 설비를 갖추는 게 쉽지 않다”며 “간혹 상수도망을 깔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것 역시 사회적 인프라가 잘 된 나라에 한해 가능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중소형 설비로 깨끗한 물을 만들다




“여전히 중소 용량 설비 구성은 RO(Reverse Osmotic) 설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RO 설비란 일정한 압력을 가해 물이 반투과막을 통과하도록 한 장치를 의미하죠. 이것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전기고압 펌프를 이용해 펌핑을 해야 해요. 전기를 굉장히 많이 소비하죠. 물생산 단가의 60% 이상이 전기비로 들어가거든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전력망이 잘 구축 된 곳이라면 RO 설비를 구성할 수 있겠지만 우리팀이 타깃으로 하는 지역은 전기 등의 사회적 인프라가 취약합니다. 사실은 결국 RO설비 자체도 대용량으로 가야 경제성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RO기술이 가장 우수한 해소담수화 기술은 아니에요. 특히 1만 톤, 1천 톤 이하로 내려가면 생산단가가 높아지죠.”
경제성은 결국 물생산 단가를 의미하며 이는 곧 정수 비용과 일맥상통한다. 박창대 박사는 “원자력·화력 발전보다 더 비싼 태양광 발전을 세계적으로 보급하는 추세에 있다”며 “이 배경에는 정부의 장려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결국 소외지역에 태양열 해수담수기술을 보급하거나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할 때 정부의 지원정책과 함께 발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창대 박사팀은 새로운 해수담수기술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편리함’이라고 생각했다. 즉 다른 운전기술 없이 해수만 넣으면 담수가 나오는 형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적정기술’을 목표로 한 후 기술의 눈높이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개발한 기술은 담수생산능력이 하루 18㎏/㎡로 설치가 간편하고 유지 보수 부담이 없어 섬이나 해안지역, 저개발 국가 등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또한 태양열뿐 아니라 소형발전기의 배기가스 폐열 같은 열원으로도 복합 운전할 수 있어요. 태양열과 5㎾급 발전기의 배기가스 폐열을 같이 이용할 경우 담수생산은 하루 50kg/m
박창대 박사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적정기술 수준까지 기대할 수 있는 유지보수성’을 손꼽았다. “적용가능한 수준의 고성능 태양열 해수담수기입니다. 여기서 ‘고성능’ 이란 기존 기술이 4리터의 정수물을 생산했다면 지금은 18리터로 그 성능을 업그레이드 시킨 것을 의미합니다. ‘유지보수성’ 이란 기존의 복잡한 방식을 보완·개선한 것을 의미해요.”
이번 연구는 약 29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 과정을 회고하던 박창대 박사는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이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며 “함께 시너지를 내며 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면 더욱 탄력을 받았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한 상황이 쉽지 않았다”고 이야기 했다.
환경은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성과는 나타났다. 현재 해당 기술은 참여기업에 기술 이전을 진행 중에 있다. 개발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현장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염두에 둔만큼 실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상용화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보통 기술개발 후 시장화까지 도달하기 전, 이 단계를 ‘죽음의 계곡’ 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어렵습니다. 철저한 마케팅 전략과 제품 디자인, 연구개발 등이 뒤따라야겠죠. 이어 연장선에서 후속과제로 다른 모델의 해수담수기 개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간결하면서도 성능은 높인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