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대학의 에스코 레토넨(Esko Lehtonen) 교수는 인지과학자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다양한 정보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양한 학문을 통해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사람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특히 자전거 사고가 많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전거 운행 시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비디오 게임을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도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게 해 돌발적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어린이들의 상황인식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나 게임을 통해 도로 상황을 익히고, 또한 도로에서 발생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발전시켜나갈 경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전거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어린이 자전거 사고율 매우 높아” 

게임은 양면성이 있다. 도박 심리나 경쟁심을 유발해 어린이의 학업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레토넨 교수의 경우는 반대의 경우다. 비디오 게임을 통해 사람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22일 ‘사이언스’ 지는 에스코 레토넨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자전거 교육용 비디오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게임을 통해 어린이들의 인지능력이 어떤 식으로 향상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물어보았다.
- 성인보다 어린이들의 자전거 사고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성인과 비교해 어린이들이 자전거 사고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아주 어릴 때는 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서 자전거를 배울 나이가 되면 사고가 빈발하게 된다.
- EU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 교통사고 중 59%가 자전거 사고다. 이유를 알고싶다.
▲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경우 성인의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 능력은 대부분 매우 뛰어나다.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도 가능하다. 많은 경험이 축적돼 있어 높은 단계의 인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상황인식(situational awareness) 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도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경험도 부족한데다 뇌의 상황판단 능력 역시 매우 떨어진다. 뇌가 완전히 생성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한 결과다.

“게임 통해 자전거 사고율 줄일 수 있어”   

- 인지능력을 어떻게 측정하고 있는가?
▲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연구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많은 성인들이 참여 의사를 표명해왔다. 아이들의 경우는 9~10세 되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사이클 선수 관점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며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20분 간 진행되는 이 게임은 참가자들이 게임 환경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게임에서 제안하는 2~3개의 도로 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그 안에서 참가자가 원하는 만큼 자동차와 보행자를 선택하게 된다.
돌발적인 상황도 전개된다. 버스 정류장, 주차 중인 화물차와 같은 것들이다. 자전거 뒤에서 또 다른 교통수단이 접근해올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성인과 어린이 간의 인지능력의 차이를 파악하고, 그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찾는 일이다.
- 성인과 비교해 어린이들의 인지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고 있는가?
▲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성인들의 인지능력이 탁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게임을 통해 어린이들의 인지능력이 급격히 향상되고 있다. 성인이든 어린이든지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있는 속도에 큰 차이가 없다.
- 자전거 초보자와 사이클 선수 간의 차이는?
▲ 이번 연구에 사이클 선수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주일에 수차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성인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이들과 어린이들 간의 차이점을 분석한 결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인원은 58명이다. 이중 36명이 어린이이고, 22명이 성인이다. 성인 중 14명이 능숙할 정도로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이다.)
- 이 게임을 통해 어린이, 성인 모두가 자전거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 지금의 게임 방식이 완전하다고 보지 않는다. 더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게임이 인터넷 등에 보급될 경우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비디오 게임과 실제 도로 환경 사이에 차이점은 무엇인가?
▲ 실제 상황과 비교해 비디오 게임 속의 상황이 수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실제 도로 상황에서처럼 긴장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면서 실제 상황처럼 자전거 조정장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차이점을 인정한다.
- 비디오 게임을 통해 사이클 선수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 지금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출퇴근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오래 전부터 사고방지를 위해 탑승자들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이런 유형의 게임을 통해 더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