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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보다 정교한 ‘유전자 연필’ 등장

2017-10-26

유전자 편집에서 기존의 ‘유전자 가위’보다 더 예리하고 쓰기가 가능한 효소 기반의 새로운 ‘유전자 연필’이 등장했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연구팀은 DNA 교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효소를 만들어 DNA 기본 쌍인 A•T를 직접 G•C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전 ‘유전자 가위’로는 DNA 직접 교체작업이 불가능했었다.
하버드대 화학 및 분자생물학자이자 HHMI 연구원인 데이비드 류(David Liu) 박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5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초 편집기(base editor)로 알려진 새로운 효소가 앞으로 해로운 돌연변이를 제거하고 유익한 유전자를 도입하는 유전체 수술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MIT 및 하버드 브로드 연구소 펭 장(Feng Zhang) 박사(분자생물학)는 이 새로운 시스템이 “유전체 엔지니어링 도구상자에 정말로 흥미진진한 도구를 추가했다”며, “천연 효소와 과정을 활용해 과학 연구를 가속화한 훌륭한 사례”라고 평했다.

“크리스퍼는 가위, 새 기본편집기는 연필”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으로 알려진 방법과 같은 몇몇 유전체 편집도구들은 DNA의 두 가닥을 모두 자르고 세포 자체의 분자기구가 빈 간격을 우리가 원하는 DNA 서열로 메우도록 한다. 이에 비해 기본 편집기는 한 마디로 더 정확한 편집도구다. 류 박사는 “크리스퍼는 가위와 같고, 기본 편집기는 연필과 같다”고 말했다.
이 ‘연필’들은 염기로 알려진 DNA의 개별 화학단위를 다시 쓸 수 있다. DNA 한 가닥에 있는 각 염기는 반대편 가닥의 파트너 염기 쌍과 결합해 아데민 염기는 티민(A•T)과, 구아닌은 시토신과 쌍(G•C)을 이룬다. 지난해 류 박사팀은 C•G 염기 쌍을 T•A로 바꿀 수 있는 기본 편집기를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A•T를 G•C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은 보이지 못 했었다.
연구를 계속하면서 류 박사팀은 연구 첫 단계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 효소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실패 위험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박사후 연구원인 니콜 가우델리(Nicole Gaudelli) 박사는 목적하는 효소를 창출하는데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도전에 나섰다. 가우델리 박사는 TadA라고 불리는 효소 연구부터 시작했다. 이 효소는 DNA보다는 RNA에서 아데닌을 이노신(inosine, 세포는 이를 구아닌으로 취급)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효율성 50%, 돌연변이 부작용 없어

가우델리 박사는 박테리아 세포 안에 큰 TadA 변이체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항생제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생존토록 하기 위해 항생제 내성 유전자에서 TadA 변이체들이 아데닌을 이노신으로 변환시키도록 했다. 그리고 살아남은 박테리아가 TadA 돌연변이를 부호화하여 DNA에서 아데닌-이노신 전환 능력을 갖도록 했다.
실험실에서 수행한 이 진화는 성과가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진은 몇몇 박테리아 집단이 자신들의 돌연변이를 화학적 수술로 고치고 항생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다른 부분을 약간 변경하면서 캐스9(Cas9) 니카제(nickase) 분자를 효소에 부착했다. 이 추가된 분자는 기본 편집기로 하여금 DNA 가닥에서 올바른 지점을 찾아 절단하고 반대편 DNA 가닥도 자르도록 한다. 그리고 그 자른 흔적을 통해 세포는 새로운 것과 부합하는 올바른 파트너 염기 쌍을 삽입함으로써 A•T를 G•C로 교체하는 작업이 완료된다.
여러 관련 효소 가운데 선발된 가장 기능이 많은 ABE7.10 효소는 인체와 박테리아 유전체 모두에서 A•T를 G•C로 바꿀 수 있는 효율적인 화학적 외과의사 역할을 했다. 이 효소는 50% 이상의 효율성을 나타내고 원치 않는 돌연변이와 같은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체 혈액질환에서 염기 교체 실험 성공

G•C가 A•T로 바뀐 돌연변이는 인간의 질병과 연관된 약 3만2000개의 단일 점 돌연변이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번 연구의 실험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게놈 연필’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ABE7.10 효소는 유전적으로 철분이 축적되는 질환인 혈색소 침착증(hemochromatosis) 환자의 세포 실험을 통해 이 병과 관련된 G-to-A 돌연변이를 역전시키는 결과를 나타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인체 세포의 헤모글로빈 유전자 기능을 회복시키는 변이를 만들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이 돌연변이는 흑인의 유전병인 겸상 적혈구 빈혈을 포함한 혈액질환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실험 결과들은 초기단계에 이루어진 것이다. 류 교수는 “기본 편집 기술을 인체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임상 활용이 되기까지에는 해결해야 할 장애물들이 남아있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비롯해 기본편집기가 인체에 적용되기 전 이 편집기를 원하는 인체 부위에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도 더 많은 지식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류 교수는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구를 확보하는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이 기계는 우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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