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단어 이상 선택하여야 합니다.
최대 10 단어까지만 선택 가능합니다.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번의 로그인으로 사용 할 수 있습니다.
NTIS 바로가기
식물이 지난 4억년 동안 지구 상에 퍼져 번성하게 된 것은 땅 위의 줄기보다 땅 속 뿌리의 효율적이고 독립적인 특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됐다.
식물 종은 영양가가 풍부한 열대지방에서 시작해 남쪽과 북쪽으로 확산되면서 미세한 뿌리 끝이 점점 좁아지고 잔뿌리가 퍼져 영양소가 부족한 척박한 토양에서도 점차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건조한 사막 같은 예기치 못한 환경에서 자라나면서 필수영양소인 질소와 인을 얻는데 도움을 주는 뿌리의 공생 균류에 대한 의존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중국 과학원(CAS) 연구진의 협동연구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지 21일자에 발표됐다.
“뿌리 기능은 지구촌 석권한 식물의 비밀 전략”
논문 교신저자인 라스 헤딘(Lars Hedin) 프리스턴대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주임교수는 이번 연구가 식물이 진화하며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과거에는 식물들의 땅 위 형질 즉, 광합성을 위해 햇빛을 흡수하는 나뭇잎의 특성과 효율성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 왔다고 지적했다.
헤딘 교수팀은 이 같은 기존의 연구 경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식물의 뿌리 지름과 균류에 대한 의존 혹은 결핍이 사막이나 온대림, 사반나 같은 대규모 동식물 공동체로 구성된 전체 생물군에서 식물계를 가장 일관되게 특징짓는 특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헤딘 교수는 “이는 식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를 석권하기 위해 사용해 온 비밀 전략”이라며, “우리 목표는 이런 전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이번 발견을 통해 식물 진화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이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눈에 안 보이는 지하에서는 엄청난 적자생존 게임이 펼쳐져 왔고, 우리는 처음으로 이 게임을 과학적으로 살펴보는 행운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연구는 식물 세계의 보전과 관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식물들이 생존하고 퍼져가는 감춰진 지하의 규칙들을 제시함으로써 기후변화 모델을 구축하고 생물권을 이해하기 위해 지구적 규칙이 필수적일 때 식물 진화에 대한 지구적 견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멸종 위기종 보존과 기후변화 적응에 유용”
논문 제1저자로 헤딘 교수 연구실 대학원생인 밍젠 루(Mingzhen Lu) 연구원은 뿌리의 특성이 실제로 특별한 환경을 견뎌내는 식물의 능력을 결정한다면 이번 발견은 멸종 위기종의 보존이나 식물이 기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추정하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루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영양소를 획득하는 식물의 전략을 어떻게 특성화할 수 있는가를 단순화시켜 보여줬다”며, “식물들의 기본 영양 전략을 이해하면 식물을 보전하는 방법과 어떤 조건 아래에서 식물들이 생존하거나 그렇지 않은지를 아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커트 프레기처(Kurt Pregitzer) 미국 아이다호대 자연자원대 학장은 이번 연구가 특히 외래종을 퇴치하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동성이 고도화된 오늘날에는 외래종의 침범으로 생물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프레기처 교수는 “외래 침입종은 토착 식물을 광범위하게 밀어내고 지구촌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며, “이번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과학 연구의 장을 열어 외래 침입 식물들의 뿌리 시스템이 어떻게 토착 식물 퇴출에 기여하는지를 더욱 잘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기처 교수는 이번 연구가 규모나 과학적 방법을 신중하게 적용한 점 등에서 독창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광범위한 육상 환경에서 실시된 최초의 연구로서 식물들이 뿌리 전략을 진화시켜 왔으며 이것이 해당 과와 속, 종 안에 보존돼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이러한 뿌리의 특성은 경쟁이 심한 자연생태계에서 식물의 성공을 촉진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척박한 토양에서는 뿌리 끝 더 얇아져
연구팀은 사막과 초원, 지중해, 아한대, 온대, 아열대 및 열대지방 등의 7개 기후지역 생물군에서 수집한 369종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고유 식물뿌리 데이터베이스를 2년 동안 조사했다. 이 데이터들은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고(故) 달리 구오(Dali Guo) 중국과학원 지리과학 및 자연자원 연구소 교수실에서 10년 동안 수집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논문 공동 제1저자인 제킹 마(Zeqing Ma) 구오 교수실 연구원과 구오 교수의 동료인 샹리앙 쑤(Xiangliang Xu) 교수, 뿌리 전문가인 리처드 바겟(Richard Bardgett) 영국 맨체스터대 생태학 교수, 데이비드 아이젠슈타트(David Eissenstat)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목본식물생리학 교수, 루크 맥코맥(M. Luke McCormack) 미네소타대 연구원이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열대 및 아열대 식물들의 경우 영영분을 찾는 가장 미세한 뿌리 끝단 직경이 0.25~1㎜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두텁게 뿌리 박은 식물들은 저자들이 ‘보존적(conservative)’ 이라 부르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전략은 지구상 최초의 육지 식물 전략과 유사한 것으로, 영양분 공급을 위해 습하고 따스한 열대 및 아열대 토양에 널리 퍼져 있는 토양 균류에 의지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속적으로 무더운 환경에 있는 영양분이 풍부한 토양을 ‘예측 가능(predictable)’으로 부른다.
반면 척박한 토양과 추운 겨울 혹은 적은 강수량으로 특징지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unpredictable)’ 생물군에 들어있는 식물의 미세-뿌리 직경은 그 환경에 맞도록 좁은 범위에 들어있다. 예를 들면 사막과 초원의 식물 종은 모두 0.25㎜ 미만이었다. 이 생물군에 있는 식물의 뿌리 끝은 더 얇아진 상태로 진화해 식물이 소비하는 모든 탄소 단위를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돼 있고, 공생 균류에 대한 의존도는 낮다.
“뿌리와 잎의 진화 경로 달라”
루 연구원은 연구팀이 광범위한 데이터를 통해 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까지 식물 뿌리의 진화를 탐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의 식물 생태는 데이터가 부족해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 때문에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통제 규칙은 매우 빈약하게 알려졌었다”고 밝혔다.
헤딘 교수는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은 지상에 있는 것의 특성을 보고 식물들이 어떻게 조직돼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우리 발견은 이 지상 이론을 따르지 않았고, 이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프레기처 교수는 이번 연구가 뿌리와 잎의 진화가 다른 경로를 따라갔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고 말했다. 그는 식물 생태학자들이 잎의 형태와 기능이 식물 종의 성공에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식물 뿌리 시스템의 엄청난 다양성 또한 성공의 중요한 요인인지의 여부는 이해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프레기처 교수는 “흥미롭게도 식물의 뿌리가 자연 서식지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며, “이제는 잎과 뿌리가 서로 다른 진화적 선택 압력에 적응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됐고, 뿌리 형태와 기능이 지구의 거대한 생물학적 다양성 안에서 어떻게 식물의 성공을 이끌어왔는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새 아이디어와 현장연구 결합한 노작”
헤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그동안 프린스턴대에서 탐구해 온 아이디어 즉, 식물은 자신의 환경 특성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스스로의 환경을 형성해 나간다는 생각과 일치한다고 소개했다. 헤딘 교수는 2015년 ‘네이처 플랜츠’(
헤딘 교수는 “진화적 시간을 돌이켜 보면 식물들은 자신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가장 최선의 전략을 탐구해 온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와 루 연구원은 이 같은 관점을 CAS 동료들이 수집한 데이터베이스에 적용했다.
헤딘 교수는 “우리는 진화론적 질문들을 식물의 관점에서 고유의 글로벌 데이터세트로 가져와 적용하는 방법을 이해했다”며, “이번의 연구 결과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수년 동안의 고된 현장 연구와 결합해 탄생시킨 커다란 노작”이라고 강조했다.
키워드 | 균류, 뿌리, 뿌리시스템, 식물 진화, 외래종 |
---|---|
저자 | 김병희 객원기자 |
원문 | 사이언스타임즈 |
출처 | https://www.sciencetimes.co.kr/?p=174339 |
※ AI-Helper는 부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