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를 시작한 까까(태명)는 요즘 제 발로 걸어 다니며 세상을 탐구하는 것이 꽤 즐거운 모양이다.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걸어올 때면 ‘엄마 미소’가 절로 나오지만, 문제는 밤에도 그렇게 세상을 탐구하며 잔다는 것이다. 초기에 모유 수유를 하며 ‘밤수’중에 편하기 위해 한 침대에서 자기 시작하고, 버릇이 들어 지금까지도 세 가족이 한 침대에서 동침한다. 몸집도 커진 녀석이 다리를 높이 들었다가 명치 위에 내리꽂힐 때면 숨이 턱 막힌다. 빙글빙글 돌아다니다 발로 얼굴을 타격 당한 어느 날 밤엔 화가 날 지경이었다.
지금이라도 각방을 쓰는 분리 수면을 시작하자니 걱정부터 앞선다. 지금은 자면서 손을 휘적이다가 필자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면 번쩍 눈을 뜨는데, 따로 잘 때는 잠이나 제대로 잘 건지. 또 중간에 깨서 울 때 다른 방에서 자고 있다 눈치챌 수 있을지. 혹시나 따로 자면 애착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지 등 걱정투성이다.

미국소아과학회는 영아돌연사증후군을 막기 위해 생후 1년 간은 부모와 아기가 함께 잘 것을 권고한다. 여기서 ‘함께’는 한 침대가 아니라 같은 방을 의미한다. 한 침대에서의 취침은 영아 압박의 위험이 있어, 오히려 영아돌연사증후군 위험을 높인다.
분리 수면이 영아의 수면 질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매우 많다. 서양권 영아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동침 영아의 총 수면시간이 분리 수면하는 영아보다 최대 49분 짧았다. 또한, 동침하게 되면 아이가 잠에서 깨었을 때 다시 잠들기 어려워하는 수면 문제가 발생했으며, 아이를 재우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늦은 취침 시간은 결국 수면 문제로 이어진다는 결과도 있다.
동침을 포기 못 하는 부모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이 2014년 발표한 연구로는 분리 수면을 시행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는 모유 수유의 편리함, 정서적 편안함과 안심, 관찰, 유아의 더 나은 수면, 가족 결속 등으로 나타났다. 2016년 학술지 ‘악타 페디아트리카(Acta Paediatrica)’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동침을 택한 어머니가 최소 6개월 동안 모유 수유를 할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양육자들이 분리 수면을 시행하지 못하는 모든 이유에 더해 필자에게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다. 아이와의 분리 수면은 마치 부부의 각방 사용처럼 여겨졌다. 어쩐지 사이가 안 좋아질 것 같고, 또 모름지기 식구들은 서로 살을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자다가 아기한테 여러 번 얻어맞으며 나름의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한 필자에게 일침을 날리는 연구 결과를 발견했다. 수면 형태와 영유아-부모 애착에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다.
영국 켄트대 연구진은 2021년 국제학술지 ‘발달 및 행동 소아과학(Journal of Development & Behavior Pediatrics)’에 실린 연구에서 178쌍의 유아와 부모의 수면 형태가 애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분석했는데, 수면 형태와 애착과의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이텐 빌긴 박사는 “많은 부모가 유아와의 안전한 애착을 촉진하기 위해 동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분리 수면 여부가 모유 수유의 편의성이나 아기의 수면 문제와는 연결될 수 있지만, 애착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동침으로 인한 심리적 문제는 영아가 아닌 부모에게 온다. 미국 펜스테이대 연구진이 2018년 국제학술지 ‘유아 및 아동 발달(Infant and Child Development)’에 발표한 연구로는 생후 6개월 이후에도 동침을 계속하고 있는 부모가 분리 수면을 선택한 부모보다 약 76% 더 우울하다고 느끼고, 아기의 수면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한다고 보고했다. 이들을 우울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는 타인의 비판이다. 분리 수면이 관행인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동침을 계속 이어가는 부모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문화적 특성이 있다.
연구를 주도한 더글라스 테티 교수는 “부모 모두가 수면 형태에 동의하고, 동침이 안전하게 이뤄지기만 한다면 동침 자체는 비난받을 선택이 아니다”라며 “다만, 부부만의 시간이 줄어들거나 아이에게만 집중하게 되어 관계가 소홀해진다면 다툼이 생기고, 이는 아이와의 관계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을 잘 돌보는 부모가 최고의 부모”라고 덧붙였다.

여기까지 읽었는데도 아직 분리 수면 결심이 서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연구를 더 소개해보겠다. 유아와 성인의 실내온도 체감 차이 때문에 동침은 수면을 방해한다. 성인은 어린 자녀와 함께 잘 때 방 안 온도를 더 따뜻하게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실내온도가 높아지면 수면 중 체온 조절 반응이 줄어들어 렘수면 과정에서 수면을 방해한다. 또한, 두 명 이상 있는 침실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짙어져 공기 중 산소량이 적어진다. 이렇게 되면 저호흡 또는 무호흡때문에 수면 중 각성이 잦아져 아이가 자주 깨게 된다.
동침 중에는 부모의 움직임이나 소음이 수면을 방해해서 아이가 잠에서 깨는 빈도도 높아진다. 특히, 흡연자 부모라면 아무리 환기를 한다고 해도 동침은 금물이다. 흡연자인 부모와 동침하는 아기는 분리 수면하는 아기보다 니코틴 수치가 3배 더 높다. 부모의 피부, 의복, 머리카락에 스며든 유해 입자 탓에 아기는 ‘3차 흡연’의 피해자가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인식이다. 유아가 수면 중 깨거나, 칭얼거릴 때 양육자가 아기를 재우는 것에 어려움, 무기력함, 분노를 느낀다면 자녀의 수면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수면 중 아이가 깨어났을 때 즉시 개입하여 도움을 줘야 한다고 인식하면, 아이를 재우기 위해 더 많이 안아주게 되고 이는 아이 스스로 진정하여 다시 잠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수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생후 3세까지 아기는 수면 상태를 조절하는 능력을 발달시킨다. 아직 수면-각성 리듬 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잠을 자다가 이따금 깨는 각성 상태를 반복한다. 아이가 자다 깨었을 때 스스로 안정을 취하고 잠이 드는 자기 위안(self-soothing)은 수면 패턴을 형성할 때 중요한 요인이다. 자기 위안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가 칭얼거리면 잠을 방해하는 요인(아프거나, 배고프거나, 춥거나)을 살펴보고 다시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수면 패턴을 형성하는 걸음마기의 시기라면 자다 깨서 칭얼거릴 때 즉각 반응해주기보다는 다시 잠들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수면 문제를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이의 칭얼거림이 수면 발달의 과정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 교육을 검색하면 다양한 방법이 나온다. 수면 주기를 바로 잡아주거나, 같은 행동(목욕, 마지막 수유 등)을 반복해 일정한 취침 및 기상 시간을 만들어주는 식으로 수면 습관을 바로잡는 방식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아이를 교육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 아이의 수면을 대하는 양육자의 인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