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오늘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미지와 미디어의 본성에 미치는 영향을 영화사 및 시각문화사를 중심으로 역사적-이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 및 미디어를 두고 공존하는 두 가지 입장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매개(mediation)하고자 시도했다. `불연속성`이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등장이 이전 시대의 시각 이미지와 시각 미디어의 경험을 결정적으로 단절시켰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디지털의 기술적인 특성인 이미지-지시대상의 임의성, 이미지의 조작과 복제 가능성을 영화를 비롯한 아날로그 이미지의 위기로 전망하는 비관론, 그리고 멀티미디어를 모태로 한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추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속한다. 한편 `연속성`을 지지하는 이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2시간 남짓의 `고전적 ...
본고는 오늘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미지와 미디어의 본성에 미치는 영향을 영화사 및 시각문화사를 중심으로 역사적-이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 및 미디어를 두고 공존하는 두 가지 입장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매개(mediation)하고자 시도했다. `불연속성`이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등장이 이전 시대의 시각 이미지와 시각 미디어의 경험을 결정적으로 단절시켰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디지털의 기술적인 특성인 이미지-지시대상의 임의성, 이미지의 조작과 복제 가능성을 영화를 비롯한 아날로그 이미지의 위기로 전망하는 비관론, 그리고 멀티미디어를 모태로 한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추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속한다. 한편 `연속성`을 지지하는 이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2시간 남짓의 `고전적 내러티브 영화`라는 영화의 산업적, 형식적 규범과 이에 기반한 관객의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들을 강화하기 위해 기여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특수효과와 대규모의 스펙터클, 라이드 필름(ride film), 멀티플렉스 등의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맞게 동화된 결과이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본고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이 두 가지 입장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가지면서도 이전 영화 미디어 및 시각 이미지의 역사적 변천을 간과한다는 한계를 가진다는 점을 문제시했고, 1920년대 전후의 유럽 영화와 시각문화에 오늘날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변증법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당시 영화 및 시각문화와 오늘날의 유사성은 우연적인 유사성이라기보다는 나름대로의 기술적, 문화적 계보와 역사적 계통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본고는 미디어와 이미지를 디지털/아날로그 등의 협소한 범주로 구획시키지 않고 이들 사이의 변천(transition) 과정을 이론화하고자 했다. 즉 1920년대 전후의 영화/시각문화 - 오늘날의 영화/시각문화가 가진 대응관계는 각각의 시대가 구가하는 시각적 체제들을 기술적, 문화적으로 비교하고 그 유사성과 차이를 일별했을 때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 본고에서 이론적인 틀로서 채택한 `기계적 시각(mechanical vision)`은 그러한 의미들, 즉 1920년대 전후의 영화/시각문화가 전자매체 및 디지털 매체 시대의 영화/시각문화에 대한 전사(pre-history)가 될 수 있는 이유들을 입증하기 위한 고안물이다.
본 논문은 전자매체-디지털 매체의 시대와 ‘기계적 시각’의 시대를 접촉시킬 때 이루어지는 ‘연속성-불연속성’ 구도를 정립하기 위해 ‘미디어 고고학(media archeology)’의 방법을 택했다. 영화학자 토마스 앨새서(Thomas Elsaesser)에 의하면 미디어 고고학은 “‘디지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디어 기술의 역사를 고찰하는 작업”이다. 비록 그는 미디어 고고학의 목표를 “미래의 영화는 과거에 있다”는 추론의 검증절차에 한정시키고 있지만 본 논문은 디지털 미디어의 다른 형태들(웹 사이트, 웹 아트(Web Art), 상호작용적 설치작품(interactive installation), 군사적 통제와 엔터테인먼트 모두에서의 시뮬레이션 장치, 디지털 사진, 가상현실) 또한 이러한 검증절차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위와 같은 매체들이 영화와 일정 부분 교직하고 있으며 종래의 영화적인 인터페이스와 관람 경험을 변용하고 있다는 점 또한 추론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미디어 고고학은 테크놀로지를 물리적인 수단이 아니라 문화적 인공물로 소환한다. 그럼으로써 그것은 관객의 지각과 인식의 변동을 추적하기 위한 일종의 ‘타임머신(time machine)’으로 가동될 수 있다. 타임머신으로서의 고고학은 과거와 현재의 이중인화인데, 이 인화 과정에서 ‘기계적 시각’의 미디어와 디지털/전자 미디어를 관통하는 종단면과 횡단면이 현상된다.
본고의 Ⅱ장은 과거와 현재의 종단면/횡단면을 현상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1920년대 전후의 영화사와 시각문화사를 바라보는 기존의 입장과 인식론적 틀을 검토하면서 ‘기계적 시각’ 개념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이 당시의 영화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문화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내연적인 공모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인데, 이 공모관계의 실체는 대중문화/아방가르드의 이분법을 강화하는 모더니즘적인 견해다. Ⅱ장의 처음에서는 과거의 미디어 문화와 전자 미디어 이후 시대의 미디어 문화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데 기여한 선행연구인 앤 프리드버그(Anne Friedberg)의 작업을 검토하면서 모더니즘적인 견해가 그의 연구를 변색시킨 과정을 되짚었다. 모더니즘적인 견해가 대중문화/아방가르드의 이분법을 부각시키면서 예술적인 이념 또는 시각 미디어의 재현적인 특성만을 강조하는 반면, ‘기계적 시각’은 이 둘을 소통시키는 내적 긴장을 강조하면서 이미지와 시각 미디어에 대한 관점을 지각과 스펙터클, 정보 처리의 영역으로 넓혀 준다. 관점의 연장은 1920년대 전후라는 특정 시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시각문화에도 적용된다.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Ⅱ장의 후반부에서는 1920년대 당시 유토피아적인 기계미학을 대표했던 인물 중 하나인 모홀리-나기(László Moholy-Nagy)의 이론과 실천을 그 사례로 제시하면서 그것들의 현재적 의의를 강조했다. Ⅱ장이 ‘기계적 시각’의 시기를 중심으로 전자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시각적 체제들을 재검토한다면, Ⅲ장에서는 역으로 오늘날 미디어 환경의 입장에서 1920년대 전후의 영화와 시각문화를 다시 살펴보았다. 먼저 디지털 미디어를 둘러싼 연속성/불연속성의 혼돈을 야기하는 기원을 ‘뉴 미디어’에 대한 개념적 혼란이라 여기고 이를 교정하는 작업을 선행했다. 뒤이어 각 시기의 횡단면을 이루는 한 축인 미디어의 재현/현시 전략을 영화를 중심으로 검토했는데 이는 영화가 ‘기계적 시각’의 시대를 장식한 당대적인 뉴 미디어라는 가정에 입각한 작업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살펴본 횡단면은 ‘제도적 재현 양식’/아방가르드 영화라는 배타적인 경계선을 그리지 않는다. 그 까닭은 이 각각의 양식적인 규정이 내재적인 유동성과 복수적인 미디어 양식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내재적인 단층면은 디지털 시대의 영화와 여타 미디어들이 이루는 상호적인 역학관계를 투사했을 때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제도적 재현 양식’과 아방가르드 영화는 ‘기계적 시각’의 동일 지평 속에서 내부적인 틈새들을 봉합하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이 이루는 스펙터클적인 환영주의/멀티미디어적인 이질성의 상관관계를 비춰보는 거울이 된다. 아울러 이 장에서는 ‘재매체화 스펙터클(spectacle of remediation)’의 역사적 사례인 바이마르 공화국의 거대영화가 형성된 과정, 그리고 다양한 층위에서 이러한 형성에 기여했던 ‘매개’의 양상들을 살펴보았다. 이 매개의 메커니즘이 지향하는 관객 지각의 총체적인 통일에 대한 욕망은 오늘날의 디지털 스펙터클 영화나 스펙터클 엔터테인먼트를 작동시키는 욕망과 일정한 대칭관계를 이룬다. Ⅱ장과 Ⅲ장에서 횡단면/종단면의 배열이 미디어들의 변형과 결합, 뉴 미디어의 자기정립이라는 내재적인 측면을 주로 현상한다면, ‘기계적 시각’의 현재성과 당대적인 특이성을 함께 직교시킬 수 있는 외재적인 접근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중요한 까닭은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을 두고 논의되는 낙관론과 비관론의 이전투구가 ‘기계적 시각’ 시대의 그것과 변증법적인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즉 두 시기의 미디어 환경을 접붙였을 때 인화되는 유사성과 차이의 지층들은 미디어의 내재적 메커니즘으로만 귀속시킬 수 없는 외연을 갖는다. 그 외연을 살펴보기 위해 Ⅳ장에서는 ‘기계적 시각’의 세 가지 국면으로 규정했던 스펙터클, 매체의 편재성과 자동화, 지각적인 인터페이스가 갖는 사회역사적인 맥락을 그 이후 미디어에서의 사회역사적인 정황과 비교-대조하면서 낙관론과 비관론을 조심스럽게 매개했다. Ⅴ장인 결론에서 본문의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그 의의를 밝히기 전에, Ⅴ장의 말미에서는 미디어 고고학의 역사적인 절충 작업에서 도출될 수 있는 보완적인 함의들을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Ziegfried Kracauer)의 미디어 이론을 점검함으로써 제시했다. 그들의 미디어 이론이 남기는 함의들은 시각 미디어-인간 인터페이스에서 간과되기 쉬운 측면인 ‘시간’이라는 변수, 그리고 시간과 결부되어 인터페이스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육체적 지각’이라는 변수다. 비록 또 다른 문제제기이자 향후의 연구과제에 포함될 부분이지만, 이 두 가지 변수의 매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요하다. 그것들은 1920년대 전후 영화와 시각문화, 이 시기에 활동했던 이론가와 예술가들의 견해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발명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인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영화와 미디어를 상상하기 위한 기본 구도다.
본고는 오늘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미지와 미디어의 본성에 미치는 영향을 영화사 및 시각문화사를 중심으로 역사적-이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오늘날 디지털 이미지 및 미디어를 두고 공존하는 두 가지 입장인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매개(mediation)하고자 시도했다. `불연속성`이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등장이 이전 시대의 시각 이미지와 시각 미디어의 경험을 결정적으로 단절시켰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디지털의 기술적인 특성인 이미지-지시대상의 임의성, 이미지의 조작과 복제 가능성을 영화를 비롯한 아날로그 이미지의 위기로 전망하는 비관론, 그리고 멀티미디어를 모태로 한 인터랙티브한 경험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추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속한다. 한편 `연속성`을 지지하는 이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2시간 남짓의 `고전적 내러티브 영화`라는 영화의 산업적, 형식적 규범과 이에 기반한 관객의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들을 강화하기 위해 기여한다고 말한다. 오늘날 특수효과와 대규모의 스펙터클, 라이드 필름(ride film), 멀티플렉스 등의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맞게 동화된 결과이며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본고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라는 이 두 가지 입장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가지면서도 이전 영화 미디어 및 시각 이미지의 역사적 변천을 간과한다는 한계를 가진다는 점을 문제시했고, 1920년대 전후의 유럽 영화와 시각문화에 오늘날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변증법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당시 영화 및 시각문화와 오늘날의 유사성은 우연적인 유사성이라기보다는 나름대로의 기술적, 문화적 계보와 역사적 계통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본고는 미디어와 이미지를 디지털/아날로그 등의 협소한 범주로 구획시키지 않고 이들 사이의 변천(transition) 과정을 이론화하고자 했다. 즉 1920년대 전후의 영화/시각문화 - 오늘날의 영화/시각문화가 가진 대응관계는 각각의 시대가 구가하는 시각적 체제들을 기술적, 문화적으로 비교하고 그 유사성과 차이를 일별했을 때 그 의미가 분명해질 수 있다. 본고에서 이론적인 틀로서 채택한 `기계적 시각(mechanical vision)`은 그러한 의미들, 즉 1920년대 전후의 영화/시각문화가 전자매체 및 디지털 매체 시대의 영화/시각문화에 대한 전사(pre-history)가 될 수 있는 이유들을 입증하기 위한 고안물이다.
본 논문은 전자매체-디지털 매체의 시대와 ‘기계적 시각’의 시대를 접촉시킬 때 이루어지는 ‘연속성-불연속성’ 구도를 정립하기 위해 ‘미디어 고고학(media archeology)’의 방법을 택했다. 영화학자 토마스 앨새서(Thomas Elsaesser)에 의하면 미디어 고고학은 “‘디지털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디어 기술의 역사를 고찰하는 작업”이다. 비록 그는 미디어 고고학의 목표를 “미래의 영화는 과거에 있다”는 추론의 검증절차에 한정시키고 있지만 본 논문은 디지털 미디어의 다른 형태들(웹 사이트, 웹 아트(Web Art), 상호작용적 설치작품(interactive installation), 군사적 통제와 엔터테인먼트 모두에서의 시뮬레이션 장치, 디지털 사진, 가상현실) 또한 이러한 검증절차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위와 같은 매체들이 영화와 일정 부분 교직하고 있으며 종래의 영화적인 인터페이스와 관람 경험을 변용하고 있다는 점 또한 추론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미디어 고고학은 테크놀로지를 물리적인 수단이 아니라 문화적 인공물로 소환한다. 그럼으로써 그것은 관객의 지각과 인식의 변동을 추적하기 위한 일종의 ‘타임머신(time machine)’으로 가동될 수 있다. 타임머신으로서의 고고학은 과거와 현재의 이중인화인데, 이 인화 과정에서 ‘기계적 시각’의 미디어와 디지털/전자 미디어를 관통하는 종단면과 횡단면이 현상된다.
본고의 Ⅱ장은 과거와 현재의 종단면/횡단면을 현상하기 위한 첫 번째 작업으로, 1920년대 전후의 영화사와 시각문화사를 바라보는 기존의 입장과 인식론적 틀을 검토하면서 ‘기계적 시각’ 개념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이 당시의 영화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문화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내연적인 공모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인데, 이 공모관계의 실체는 대중문화/아방가르드의 이분법을 강화하는 모더니즘적인 견해다. Ⅱ장의 처음에서는 과거의 미디어 문화와 전자 미디어 이후 시대의 미디어 문화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데 기여한 선행연구인 앤 프리드버그(Anne Friedberg)의 작업을 검토하면서 모더니즘적인 견해가 그의 연구를 변색시킨 과정을 되짚었다. 모더니즘적인 견해가 대중문화/아방가르드의 이분법을 부각시키면서 예술적인 이념 또는 시각 미디어의 재현적인 특성만을 강조하는 반면, ‘기계적 시각’은 이 둘을 소통시키는 내적 긴장을 강조하면서 이미지와 시각 미디어에 대한 관점을 지각과 스펙터클, 정보 처리의 영역으로 넓혀 준다. 관점의 연장은 1920년대 전후라는 특정 시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의 미디어 환경과 시각문화에도 적용된다.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Ⅱ장의 후반부에서는 1920년대 당시 유토피아적인 기계미학을 대표했던 인물 중 하나인 모홀리-나기(László Moholy-Nagy)의 이론과 실천을 그 사례로 제시하면서 그것들의 현재적 의의를 강조했다. Ⅱ장이 ‘기계적 시각’의 시기를 중심으로 전자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시각적 체제들을 재검토한다면, Ⅲ장에서는 역으로 오늘날 미디어 환경의 입장에서 1920년대 전후의 영화와 시각문화를 다시 살펴보았다. 먼저 디지털 미디어를 둘러싼 연속성/불연속성의 혼돈을 야기하는 기원을 ‘뉴 미디어’에 대한 개념적 혼란이라 여기고 이를 교정하는 작업을 선행했다. 뒤이어 각 시기의 횡단면을 이루는 한 축인 미디어의 재현/현시 전략을 영화를 중심으로 검토했는데 이는 영화가 ‘기계적 시각’의 시대를 장식한 당대적인 뉴 미디어라는 가정에 입각한 작업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서 살펴본 횡단면은 ‘제도적 재현 양식’/아방가르드 영화라는 배타적인 경계선을 그리지 않는다. 그 까닭은 이 각각의 양식적인 규정이 내재적인 유동성과 복수적인 미디어 양식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내재적인 단층면은 디지털 시대의 영화와 여타 미디어들이 이루는 상호적인 역학관계를 투사했을 때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제도적 재현 양식’과 아방가르드 영화는 ‘기계적 시각’의 동일 지평 속에서 내부적인 틈새들을 봉합하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이 이루는 스펙터클적인 환영주의/멀티미디어적인 이질성의 상관관계를 비춰보는 거울이 된다. 아울러 이 장에서는 ‘재매체화 스펙터클(spectacle of remediation)’의 역사적 사례인 바이마르 공화국의 거대영화가 형성된 과정, 그리고 다양한 층위에서 이러한 형성에 기여했던 ‘매개’의 양상들을 살펴보았다. 이 매개의 메커니즘이 지향하는 관객 지각의 총체적인 통일에 대한 욕망은 오늘날의 디지털 스펙터클 영화나 스펙터클 엔터테인먼트를 작동시키는 욕망과 일정한 대칭관계를 이룬다. Ⅱ장과 Ⅲ장에서 횡단면/종단면의 배열이 미디어들의 변형과 결합, 뉴 미디어의 자기정립이라는 내재적인 측면을 주로 현상한다면, ‘기계적 시각’의 현재성과 당대적인 특이성을 함께 직교시킬 수 있는 외재적인 접근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중요한 까닭은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을 두고 논의되는 낙관론과 비관론의 이전투구가 ‘기계적 시각’ 시대의 그것과 변증법적인 관계를 이루기 때문이다. 즉 두 시기의 미디어 환경을 접붙였을 때 인화되는 유사성과 차이의 지층들은 미디어의 내재적 메커니즘으로만 귀속시킬 수 없는 외연을 갖는다. 그 외연을 살펴보기 위해 Ⅳ장에서는 ‘기계적 시각’의 세 가지 국면으로 규정했던 스펙터클, 매체의 편재성과 자동화, 지각적인 인터페이스가 갖는 사회역사적인 맥락을 그 이후 미디어에서의 사회역사적인 정황과 비교-대조하면서 낙관론과 비관론을 조심스럽게 매개했다. Ⅴ장인 결론에서 본문의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그 의의를 밝히기 전에, Ⅴ장의 말미에서는 미디어 고고학의 역사적인 절충 작업에서 도출될 수 있는 보완적인 함의들을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과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Ziegfried Kracauer)의 미디어 이론을 점검함으로써 제시했다. 그들의 미디어 이론이 남기는 함의들은 시각 미디어-인간 인터페이스에서 간과되기 쉬운 측면인 ‘시간’이라는 변수, 그리고 시간과 결부되어 인터페이스에서 중요하게 부각되는 ‘육체적 지각’이라는 변수다. 비록 또 다른 문제제기이자 향후의 연구과제에 포함될 부분이지만, 이 두 가지 변수의 매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요하다. 그것들은 1920년대 전후 영화와 시각문화, 이 시기에 활동했던 이론가와 예술가들의 견해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발명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인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영화와 미디어를 상상하기 위한 기본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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