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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조선 중기(中期)의 문인인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대표적 가사 세 편, <관동별곡(關東別曲)>？<사미인곡(思美人曲)>？<속미인곡(續美人曲)>이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생성？변화시켜 간 역사적 의미들을 그 수용상을 통해 고찰하였다. 논의의 전반부에서는 송강가사에 대한 조선조의 비평담론과 그 문예사조적？정치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였다. 이어 중반부에서는 그러한 비평담론들이 표명한 미적 특질이 송강가사의 어떠한 문학 내적 특질과 관련하여 형성된 것인지를 당대의 문학적 기대지평과 연관하여 고찰하였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은 조선 중기(中期)의 문인인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대표적 가사 세 편, <관동별곡(關東別曲)>？<사미인곡(思美人曲)>？<속미인곡(續美人曲)>이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생성？변화시켜 간 역사적 의미들을 그 수용상을 통해 고찰하였다. 논의의 전반부에서는 송강가사에 대한 조선조의 비평담론과 그 문예사조적？정치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고찰하였다. 이어 중반부에서는 그러한 비평담론들이 표명한 미적 특질이 송강가사의 어떠한 문학 내적 특질과 관련하여 형성된 것인지를 당대의 문학적 기대지평과 연관하여 고찰하였다. 마지막으로 논의의 후반부에서는 송강가사가 후대 작품들로 수용된 양상을 살펴, 수용상의 다층적 의미를 고찰하였다. 수용상을 통해 드러나는 송강가사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수용의 맥락적 의미이다. 이는 송강가사에 대한 조선조의 담론들을 그것이 형성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함으로써 밝힐 수 있다. 송강가사에 대한 조선조의 비평담론들은 송강가사를 이해하는 객관적인 준거로서 신봉되거나 혹은 전근대적 담론으로 도외시되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산물로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할 대상이다. 그럴 때에만 송강가사라는 고전과의 대화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송강가사에 대한 비평담론들은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학당(學唐)의 낭만적 시론(詩論)이 유행하던 17세기에 송강가사는 낭만적 감정을 유로하는 기상(氣象)과 정조(情調)의 측면에서 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17세기 후반 이후 진시론(眞詩論)의 사조 속에서 그것은 핍진한 형상화와 구어체 조어(造語)의 아름다움을 위주로 평가되었다. 그런가 하면 연군(戀君)？우국(憂國)이라는 송강가사의 주제적 측면에 대한 고평(高評)은 송강이 속해 있던 당파인 서인(西人)의 정치적 상황과 의도 속에서 이루어졌다. 요컨대 송강가사의 미적？주제적 담론들은 각기 특정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만 이해될 수 있고, 또 그렇게 이해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럴 때에만 송강가사의 당대적 의미를 충실히 그리고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수용의 문예적 의미이다. 이는 비평담론들이 표명한 송강가사의 미적 요소가 텍스트를 통해 발현된 양상을 당대 문학적 장 내의 역학관계 속에서 고찰함으로써 파악할 수 있다. 송강가사에 대한 담론들이 표명한 미적 가치는 송강가사가 당대의 문학적 기대지평을 충족하는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지점에서 형성되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본고에서는 금강산 소재 시문 및 조선 전기 서경가사와 <관동별곡>을 비교하였고, 규원시(閨怨詩)와 고려속악(高麗俗樂) 등의 우의적(寓意的) 애정시/가 및 <이소(離騷)>, <만분가(萬憤歌)> 등의 연군시/가와 양 미인곡을 비교하였다. 수용의 문예적 의미는 비평담론이 표명하지 못한 송강가사의 또 다른 의미론적 지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선조의 비평담론들이 송강가사의 미적 특질로 표명한 표일(飄逸)？호방(豪放)의 기상(氣象)과 절(切)？아(雅)의 정조(情調)는 탈속적(脫俗的) 정취나 애이불원(哀而不怨)의 정서와 같은, 이상적이고 윤리적인 미적 범주를 지시한다. 이는 화평(和平)의 미학을 지향한 당대의 문학적 기대지평 속에서 이루어진 평가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송강가사가 당대의 다른 작품들을 능가하는 진정한 경계를 보인 작품으로 당대에 평가된 것은 그것이 화평함을 벗어나는 불평한 마음의 낭만적 유로를 내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표명된 의미를 넘어서는 송강가사의 낭만성은 이후 타장르로의 수용에 주요한 인자가 된다. 셋째, 수용의 영향적 의미이다. 이는 송강가사의 문예적 요소들을 후대 장르들이 수용한 방향을 통해 고찰할 수 있다. 이는 비평담론들이 표명한 의미의 내부와 외부에서 파악된다.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기상？정조가 17세기에 주로 수용된 양상이라든지, 형상미의 측면이 18세기 이후 부각된다든지 하는 점 등에서는 후대 장르로의 수용 양상과 비평담론의 전개 양상이 서로 부합한다. 그러나 주제적？윤리적 측면보다는 낭만성을 보다 강화하고, 충정의 이념을 드러내는 교술적 담론들은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후대 장르로의 수용은 비평담론과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송강가사의 정전화(正典化)를 꾀한 조선조의 비평담론들은 충정의 주제의식을 부각하며 그것의 윤리성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후대 장르로의 수용은 내적 갈등이나 개인적 욕망을 표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수용의 방향은 개인적 정감의 발현을 중시해 가던 조선 후기의 문예적 사조와, 대중적？유흥적으로 변모해 가던 조선 후기 시가의 연행적 맥락에 조건 지워진 것이었다. 수용상을 통해 송강가사의 역사적 의미를 탐구한 본 연구는 고전작품의 다층적？심층적？비판적 이해를 지향하였다. 이를 통해 본고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한 것은 한국의 고전시가에서 정전(正典)의 권위를 획득하고 있는 송강가사라는 고전작품과의 대화이다. 그것은 텍스트와의 대화이기도 하고, 텍스트를 둘러싼 여러 가지 맥락과의 대화이기도 하며, 또한 텍스트에 대한 해석적 담론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본고의 수용론적 연구는 고전작품의 텍스트 ？ 맥락 ？ 다층적인 역사적 해석 등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하였다. 당대적 의미에 대한 심층적 이해와 비판적 성찰은 고전작품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두 단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