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는 다작의 작가인데도 박경리 작품 전반을 통시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페미니즘적 잣대나 리얼리즘 비평의 방법으로 박경리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려운 점도 박경리 연구의 난제 중 하나다. 그래서 그 동안 박경리에 대한 연구는 시기별로, 작품별로 논의되었던 경우가 많다. 본고는 박경리의 문학적 개성을 작가의 비극적 세계관에 있다고 판단하고, ‘비극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박경리의 소설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박경리의 비극적 세계관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박경리의 비극적 세계관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처럼 인간의 힘으로 어쩔 도리 없는 운명의 불가해한 힘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고난을 회피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적극적인 성격의 운명론’을 가졌다. 그래서 본고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특성들을 현대 소설의 비극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하기 위해 ...
박경리는 다작의 작가인데도 박경리 작품 전반을 통시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페미니즘적 잣대나 리얼리즘 비평의 방법으로 박경리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려운 점도 박경리 연구의 난제 중 하나다. 그래서 그 동안 박경리에 대한 연구는 시기별로, 작품별로 논의되었던 경우가 많다. 본고는 박경리의 문학적 개성을 작가의 비극적 세계관에 있다고 판단하고, ‘비극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박경리의 소설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박경리의 비극적 세계관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박경리의 비극적 세계관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처럼 인간의 힘으로 어쩔 도리 없는 운명의 불가해한 힘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고난을 회피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적극적인 성격의 운명론’을 가졌다. 그래서 본고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특성들을 현대 소설의 비극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하기 위해 헤겔과 니체의 그리스 비극에 대한 연구를 검토했고, 그들을 통해 비극성은 더 이상 극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예술 전반으로 확대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프라이를 통해 비극성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개념이며 현대의 비극성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드러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이론적 전제를 통해 박경리의 소설에는 상황비극, 성격비극, 운명비극이라는 비극의 유형분류처럼 사회적 비극성, 낭만적 비극성, 운명적 비극성으로 나타나는 세 축의 서사가 있다고 보고 각각의 서사에서 드러나는 비극성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박경리의 생애를 통해 작품 속 비극적 세계관의 배경을 확인해보았는데 한국의 근현대사 속 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겪은 작가의 삶은 생존 그 자체로 비극성의 의미를 재현하고 있었다. 또한 자기 삶의 비극을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로 확장시켜가면서 박경리는 독창적인 비극적 세계관을 완성해 나갔다. 사회의 부조리를 담지한 인물들이 생활에 뿌리를 두고 선악을 떠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작가는 인간 조건의 비극성을 보여준다. 하나의 생명으로서 생활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인간 의지와 생명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작품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비극성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은 50년대 전후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과 60년대 단편소설들, 그리고 『표류도』, 『시장과 전장』중 지영의 서사, 「뱁새족」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주인공의 비극정신이 뚜렷이 드러나는 작품들로 전후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고도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빈민과 소위 상류층의 대비를 통해 작가는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사회와 개인의 갈등에 주목하여 사회적 비극성을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사회이론적 접근보다는 가난한 사람들과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간학적인 통찰로 비극적 세계관을 확장해 나간다. 작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반면, ‘슬픔이 없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는 인간 조건의 비극성에 대한 인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고 인간 조건의 비극성을 인정할 때, 인간 존재로서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낭만적 비극성이 내재된 작품으로는 낭만적 사랑을 소재로 한 50년대 단편소설과 60년대 신문연재소설, 그리고 박경리의 애정비극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작품의 주인공들은 결벽증적인 성격으로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든 문학이든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적인 가치에 해당하는 이상적인 것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속악한 현실의 부정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박경리의 연애서사 속에서도 드러나는데, 단 한 사람을 이상화하며 그 사람과의 독점적인 관계를 소망하는데 이는 대체 불가능한 사랑으로 사랑을 도구화하는 인물들과의 대조를 통해 사랑을 절대화한다. 그래서 박경리의 연애서사는 결혼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통념에 대항하여 비타협적으로 사랑을 추구하면서 순수한 사랑의 감정 자체에 집중한다. 박경리 연애서사의 인물들은 제도와 사회적 통념 밖의 사랑을 하더라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벽 앞에서 이상화된 사랑이 좌절되더라도 그 사랑을 가슴 속에 품고 간직하고자 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그 낙차에서 오는 비극성은 증폭된다. 바로 이 점이 박경리 연애서사의 특징이다. 박경리의 연애서사는 멜로드라마적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권선징악적 구성을 갖지 않고 선인의 좌절이나 악인의 건재를 통해 낭만적 비극성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운명적 비극성의 특징을 가진 작품으로는 「도표없는 길」, 「사랑섬 할머니」와 『김 약국의 딸들』, 『노을진 들녘』, 『토지』의 최서희, 김길상, 김환, 김한복, 이용의 서사를 들 수 있다. 인간의 한계 밖의 불가항력적인 현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간조건의 한계를 자각함으로써 비극적 인식의 과정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은 그 인정을 통해 비극정신을 가지고 비극의 부조리에 대항하는데 이 비극정신으로 인해 인물들은 고통을 견디고 체념에 맞서 의지로서 삶을 긍정한다. 그리고 비극적 깨달음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사람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고 고통과 슬픔까지 자신의 삶의 한 부분으로 껴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박경리는 다양한 인물들을 끊임없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면서 인간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고 이를 통해 인식론적 비극성을 획득한다. 이는 비극적 깨달음을 통해 운명애로 나아간다. 이상 박경리 소설의 비극성을 세 층위에서 살펴보았다. 이 비극성의 특징들은 서로 중층적으로 결합하여 박경리 작품의 독창적인 비극성을 만들어낸다. 이 비극성은 한의 정서도 아니고, 체념도 아니고, 정신의 위대한 승리나 현실 세계의 초월도 아니다. 유토피아를 상정하지도 않고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며 사회의 모순을 내면화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삶에 대한 생생한 모습 그대로에 대한 인식론적 비극성과 운명애를 보여준다.
박경리는 다작의 작가인데도 박경리 작품 전반을 통시적으로 고찰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페미니즘적 잣대나 리얼리즘 비평의 방법으로 박경리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려운 점도 박경리 연구의 난제 중 하나다. 그래서 그 동안 박경리에 대한 연구는 시기별로, 작품별로 논의되었던 경우가 많다. 본고는 박경리의 문학적 개성을 작가의 비극적 세계관에 있다고 판단하고, ‘비극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박경리의 소설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박경리의 비극적 세계관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박경리의 비극적 세계관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처럼 인간의 힘으로 어쩔 도리 없는 운명의 불가해한 힘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고난을 회피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는 ‘적극적인 성격의 운명론’을 가졌다. 그래서 본고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특성들을 현대 소설의 비극성에 대한 논의로 확장하기 위해 헤겔과 니체의 그리스 비극에 대한 연구를 검토했고, 그들을 통해 비극성은 더 이상 극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예술 전반으로 확대되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프라이를 통해 비극성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개념이며 현대의 비극성은 고대 그리스의 비극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드러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런 이론적 전제를 통해 박경리의 소설에는 상황비극, 성격비극, 운명비극이라는 비극의 유형분류처럼 사회적 비극성, 낭만적 비극성, 운명적 비극성으로 나타나는 세 축의 서사가 있다고 보고 각각의 서사에서 드러나는 비극성의 특징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논의에 앞서 박경리의 생애를 통해 작품 속 비극적 세계관의 배경을 확인해보았는데 한국의 근현대사 속 굵직한 사건들을 모두 겪은 작가의 삶은 생존 그 자체로 비극성의 의미를 재현하고 있었다. 또한 자기 삶의 비극을 작품을 통해 인간에 대한 통찰로 확장시켜가면서 박경리는 독창적인 비극적 세계관을 완성해 나갔다. 사회의 부조리를 담지한 인물들이 생활에 뿌리를 두고 선악을 떠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작가는 인간 조건의 비극성을 보여준다. 하나의 생명으로서 생활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인간 의지와 생명의 숭고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작품을 통해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비극성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은 50년대 전후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들과 60년대 단편소설들, 그리고 『표류도』, 『시장과 전장』중 지영의 서사, 「뱁새족」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들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주인공의 비극정신이 뚜렷이 드러나는 작품들로 전후 사회의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고도화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빈민과 소위 상류층의 대비를 통해 작가는 더욱 구체적으로 묘사하면서 사회와 개인의 갈등에 주목하여 사회적 비극성을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사회이론적 접근보다는 가난한 사람들과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간학적인 통찰로 비극적 세계관을 확장해 나간다. 작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반면, ‘슬픔이 없는 얼굴’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는 인간 조건의 비극성에 대한 인정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고 인간 조건의 비극성을 인정할 때, 인간 존재로서의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낭만적 비극성이 내재된 작품으로는 낭만적 사랑을 소재로 한 50년대 단편소설과 60년대 신문연재소설, 그리고 박경리의 애정비극이 있다. 이에 해당하는 작품의 주인공들은 결벽증적인 성격으로 비극적 결말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사랑이든 문학이든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적인 가치에 해당하는 이상적인 것을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는 인물들은 속악한 현실의 부정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박경리의 연애서사 속에서도 드러나는데, 단 한 사람을 이상화하며 그 사람과의 독점적인 관계를 소망하는데 이는 대체 불가능한 사랑으로 사랑을 도구화하는 인물들과의 대조를 통해 사랑을 절대화한다. 그래서 박경리의 연애서사는 결혼 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적 통념에 대항하여 비타협적으로 사랑을 추구하면서 순수한 사랑의 감정 자체에 집중한다. 박경리 연애서사의 인물들은 제도와 사회적 통념 밖의 사랑을 하더라도 이를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벽 앞에서 이상화된 사랑이 좌절되더라도 그 사랑을 가슴 속에 품고 간직하고자 한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그 낙차에서 오는 비극성은 증폭된다. 바로 이 점이 박경리 연애서사의 특징이다. 박경리의 연애서사는 멜로드라마적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권선징악적 구성을 갖지 않고 선인의 좌절이나 악인의 건재를 통해 낭만적 비극성을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운명적 비극성의 특징을 가진 작품으로는 「도표없는 길」, 「사랑섬 할머니」와 『김 약국의 딸들』, 『노을진 들녘』, 『토지』의 최서희, 김길상, 김환, 김한복, 이용의 서사를 들 수 있다. 인간의 한계 밖의 불가항력적인 현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간조건의 한계를 자각함으로써 비극적 인식의 과정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들은 그 인정을 통해 비극정신을 가지고 비극의 부조리에 대항하는데 이 비극정신으로 인해 인물들은 고통을 견디고 체념에 맞서 의지로서 삶을 긍정한다. 그리고 비극적 깨달음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사람에 대한 이해에 도달하고 고통과 슬픔까지 자신의 삶의 한 부분으로 껴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박경리는 다양한 인물들을 끊임없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면서 인간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고 이를 통해 인식론적 비극성을 획득한다. 이는 비극적 깨달음을 통해 운명애로 나아간다. 이상 박경리 소설의 비극성을 세 층위에서 살펴보았다. 이 비극성의 특징들은 서로 중층적으로 결합하여 박경리 작품의 독창적인 비극성을 만들어낸다. 이 비극성은 한의 정서도 아니고, 체념도 아니고, 정신의 위대한 승리나 현실 세계의 초월도 아니다. 유토피아를 상정하지도 않고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며 사회의 모순을 내면화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삶에 대한 생생한 모습 그대로에 대한 인식론적 비극성과 운명애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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