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에서 인간과 동물은 다양한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설화 속에는 그 같은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공생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고대 신화의 세계에서 동물은 인간에게 혼인과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인간과 동물의 세계가 따로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밀접한 관계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이르러 동물은 인간으로부터 생존을 위협받거나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은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동물이 인간에게 구원을 청하는 적극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은 일본의 민화(전 26권)를 중심으로 십이지 동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생관계, 즉 일본인들의 동물관에 대해서 분석한 것이다. 십이지 동물에 국한하여 고찰한 이유는, 십이지야말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 분석한 일본 민담 속의 십이지 동물에 대한 내용을 각 장 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인류문화에 등장한 십이지의 역사적 기원 및 그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이제까지 제기된 십이지의 유래에 관한 다양한 학설을 검토하고, 열두 동물이 선택되는 과정과 열두 동물의 순서가 정해지게 된 이유를 기술하였다. 그리고 선행연구 중에서 십이지 동물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분석한 연구를 참고로 하여 그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먼저 불교의 십이지 유래설화에 대한 ...
인류역사에서 인간과 동물은 다양한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설화 속에는 그 같은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공생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고대 신화의 세계에서 동물은 인간에게 혼인과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인간과 동물의 세계가 따로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밀접한 관계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이르러 동물은 인간으로부터 생존을 위협받거나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은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동물이 인간에게 구원을 청하는 적극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은 일본의 민화(전 26권)를 중심으로 십이지 동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생관계, 즉 일본인들의 동물관에 대해서 분석한 것이다. 십이지 동물에 국한하여 고찰한 이유는, 십이지야말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 분석한 일본 민담 속의 십이지 동물에 대한 내용을 각 장 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인류문화에 등장한 십이지의 역사적 기원 및 그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이제까지 제기된 십이지의 유래에 관한 다양한 학설을 검토하고, 열두 동물이 선택되는 과정과 열두 동물의 순서가 정해지게 된 이유를 기술하였다. 그리고 선행연구 중에서 십이지 동물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분석한 연구를 참고로 하여 그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먼저 불교의 십이지 유래설화에 대한 내용분석을 통해서 불교적 요소와 십이지가 접목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고찰하였다. 이어서 일본에 전해지고 있는 십이지 유래설화를 <쥐와 소의 경쟁> 유형과 <십이지에서 고양이가 빠진 유래>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특히 <십이지에서 고양이가 빠진 유래>의 경우는 불교의 십이지 유래설화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제4장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혼인담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인간과 동물의 혼인담은 동물의 성별에 따라 <이류신랑 혼인담>과 <이류각시 혼인담>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류신랑 혼인담이란 동물이 남자로 변신하여 인간 여자와 혼인하는 내용이다. 본 논문에서 분석한 뱀 사위, 마낭혼인, 원숭이 사위, 멧돼지 사위에 관한 이야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먼저 뱀사위에 관한 이야기는 古事記에 기록된 미와야마(三輪山) 신화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즉 남자로 변신한 뱀이 여자에게 찾아와 동침을 한 후에 아이를 낳는다는 공통적인 서사구조를 지녔다. 남편의 신분이 뱀으로 밝혀지면서 퇴치되고 마는 대목에서는 고대 사회에서 통용되던 뱀에 대한 신앙의 쇠락이라는 관점에서 논하였다. 마낭혼인이란 젊은 여자와 말이 혼인을 하는 이야기로 누에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부가되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다른 이류신랑의 혼인과는 달리 말이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고 동물인 상태로 인간 여자와 혼인을 맺는 점이 흥미롭다. 중국의 수신기(搜神記)에도 이와 유사한 설화가 전해지며, 일본 민담에서는 여자와 말이 혼인에까지 이르는 점이 다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일본의 마낭혼인 이야기는 말에 대한 고대 일본인의 우호적인 사고가 반영된 변형담이라고 할 수 있다. 원숭이 사위나 멧돼지 사위는 동물이 남자로 변신하여 여자와 결혼한다는 뱀 사위 유형과도 유사하다. 기본적인 서사구조는 인간이 이류 신랑의 도움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즉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단순한 자연계의 동물이 아니라 인간세계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신성을 띤 동물들로 등장한다. 동물에 대한 신성이 어느 정도 잔존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혼인은 둘 사이의 ‘친연적’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류와의 혼인 조건이 먼저 이류의 도움으로 인간이 해결하기 힘든 결핍상태를 충족시켜야 한다거나, 혼인 후에 동물배우자를 반드시 퇴치한다는 점에서는 인간이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즉 인간이 동물에게 도움을 받는 이류 세계의 동물은 신 또는 신의 사자(使者)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혼인 후에 동물을 퇴치하는 대목에서는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자 자연 그대로의 동물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인간의 우월성이 드러난다. 이류각시 혼인담은 여자로 변신한 뱀이 인간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산이나 호수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설화에서 중요한 것은 뱀 각시가 자신의 출산장면을 남편에게 보지 말라고 했지만 그 금기사항을 남편이 어기고야마는 대목이다. 이러한 내용은 古事記 및 日本書紀에 등장하는 도요타마히메(豊玉姬)에 관한 신화에서도 확인된다. 금기를 어긴 남편 때문에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뱀 각시는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주력(呪力)이 담긴 왼쪽 눈알을 남기고 간다. 그 눈알로 인하여 아이는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으며, 나중에 어머니와의 재회도 가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류신랑 혼인담은 뱀이 인간들에 의해 퇴치되는 점이 흥미롭다. 이와 같이 인간과 동물의 혼인담에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어떤 등가적인 ‘교환’이라는 원리를 전제로 하여 설화가 성립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제5장에서는 동물 숭배담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이는 문화사적 맥락에서 볼 때 인간이 동물을 숭배 대상으로 여겼던 토템신앙의 틀 속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민담에는 쥐, 소, 토끼, 말, 원숭이, 닭, 개 등이 인간이 지니지 못한 신비한 능력을 발휘하여 신앙의 대상이 된다. 첫째, 쥐는 다가올 자연재해를 미리 알아차리고 인간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다이코쿠텐(大黑天)으로 신앙되는데, 이는 古事記에 기록된 오쿠니누시노가미(大国主神)를 도와준 쥐의 사례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둘째, 민담에서 소는 관음보살을 모시는 성스러운 역할로 묘사된다. 이는 불교에서 소는 살았을 때는 물론 죽어서도 인간에게 자신의 몸을 다 내주기 때문에 무공덕의 보살행을 행하는 상징적인 동물로 인식되었던 것에 기인한다. 셋째,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는 불교에서 천축국(天竺國)의 토끼가 보살행을 행하자, 토끼를 영원히 살게 하려고 제석천(帝釋天)이 토끼를 달에 살게 했다는 불교설화에서 비롯되었다. 넷째, 말을 숭배하는 민담은 명마(名馬), 에마(絵馬), 마두관음(馬頭觀音)의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공통점은 말이 고대에 신의 사자(使者)로 인식되었으며, 특히 명마는 물과의 관련성으로 인해 수신으로 숭배되었다는 점이다. 말에 대한 신령스러운 관념은 나무 판에 말을 그려서 봉납하는 에마를 탄생시켰으며, 에마에는 말에 대한 고대인의 숭배사상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교에서 말은 마두관음의 화신(化身)으로 인식되었는데, 이 같은 불교신앙적 관념을 일본 민담의 분석을 통하여 마두관음의 유형에서 확인하였다. 다섯째, 민담에서 원숭이가 지장보살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불교에서 원숭이를 신성시 여겼기 때문이라는 관점에서 논하였다. 즉 제석천의 모습은 붉은 털의 원숭이 모습이었고, 西遊記에서 삼장법사의 대업을 완성시키는 조력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손오공 또한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현세의 기복신앙 및 불교의 지장보살 신앙이 복합된 형태로 신앙되어 민담 속에 등장하였다. 여섯째, 일본 민담에서 닭은 어둠 속에서 마(魔)를 물리치는 주력(呪力)을 지닌 동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古事記에 등장하는 나가나키도리((長鳴鳥)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암흑의 세계에서 빛의 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御神)를 불러내는 닭은 무질서의 세계(chaos)에서 질서의 세계(cosmos)로 인도하는 빛의 사자라는 개념이 투영되어 신성시 여겨졌다. 일곱째, 바람 속에 숨어있는 귀신을 알아차릴 정도의 영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개는 일본 민담에서 사람으로 변신한 동물을 알아보는 벽사의 능력을 갖춘 동물로 묘사된다. 이는 옛날에 아이를 출산하면 마(魔)를 떨치기 위해 그 옆에 이누하리코(犬張り子)를 만들어 지키게 하는 풍습과 상통하는 것이다. 제6장에서는 동물 보은담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동물의 보은을 <재물의 원천> 유형과 <동물의 희생>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전자에 속하는 십이지 동물로는 쥐, 뱀, 원숭이, 개 등을 꼽을 수 있다. 민담에서 쥐가 재물과 관련이 있다고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쥐가 이 지상에 곡물을 가지고 온 신의 사자라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뱀이 재물과 관련을 맺게 된 까닭은 뱀의 생물학적인 특성인 다산과 탈피를 거듭하는 영원한 생명력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뱀이 똬리를 튼 모습은 미와야마를 상징하는데, 일본인에게 미와야마란 조상신이 거하는 곳이라는 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뱀에 조상신의 모습이 투영되어서 축복의 의미를 띄게 된다. 원숭이는 산(山)의 사자로서 풍요로움을 창출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였으며, 개 또한 선인과 악인을 구별할 정도의 영물로 묘사되는 점으로 볼 때 개가 지녔던 신성성으로 인해 재물로 은혜를 갚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재물을 원천으로 하는 동물 보은담의 기조를 이루는 것은 동물의 신성성이며, 이는 신의 사자라는 개념으로 정착되어 인간에게 이로움을 초래하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동물의 희생> 유형에 대해서는 용신(龍神), 충마(忠馬), 충견(忠犬)의 사례를 들어 논지를 전개하였다. 일본 민담에서 용은 농경사회에서 수신(水神)으로 모셔지면서 농경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신이자 친숙한 신으로 받들어졌으나, 강우를 비롯한 치수의 조절이 적절하지 못하면 민중에 의해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즉 용신은 수신과 국왕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민담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우물을 배경으로 하여 주인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충마에 대한 민담 분석을 통해서는, 말이 지니는 수신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말에 대한 계세사상(繼世思想)이 담겨있음을 확인하였다. 충견 유형은 인간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개의 생물학적 특징인 후각과 청각에서 비롯된 내용으로 파악하였다. 이 유형은 주인이 개가 자신을 지켜주려는 개의 충성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개를 희생시키는 반면, 개는 죽음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주인의 목숨을 지킨다는 특징이 있다. 제7장에서는 동물 퇴치담 및 동물 복수담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동물 퇴치담에 대한 유형의 민담에는 <악룡(惡龍)>과 <원숭이 신(猿神)>이 등장한다. 용은 인류문화에서 물을 관장하는 경외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여기서는 승려에게 굴복당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악룡으로 묘사된다. 본 논문에서는 이 점을 최고의 절대자를 상징하는 용을 불법에 귀의시키면 민중들이 자연스럽게 불교에 귀의하게 될 것이라는 불교설화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원숭이 신> 이야기는 일본 민담에 등장하는 동물 퇴치담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민담에서 원숭이는 두려움의 대상으로서 한때 ‘신’으로 섬겨졌으나, 다른 곳에서 온 영웅이나 지혜로운 인물에 의해 ‘요괴’로서 퇴치 당한다. 여기에는 신불(神仏)에게 봉사만 하던 인간이 이제는 오히려 신불도 인간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인간중심 사상으로의 전환이라는 사고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민중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서 출현하는 마레비토가미(客人神), 또는 이인(異人)에 대한 관념이 부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물 복수담에 대한 이야기는 <상사뱀>을 사례로 분석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사를 못 이기고 질투심으로 죽은 여자가 뱀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상사의 일념으로 죽은 여자가 뱀이 되는 이유를 특히 불교설화와 관련지어 설명하였다. 즉 이 유형의 민담에는 고대에 뱀을 신성시했던 인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뱀의 생물학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불교의 당위성을 전파하기 위한 일종의 포교설화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본 논문은 일본 민담 속의 십이지 동물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고대 일본인들의 동물관을 드러냄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공생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동물은 자연계에 속하는 대표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명체이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 민담 속에 등장하는 십이지 동물에 대해서 연구한 본 논문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인류역사에서 인간과 동물은 다양한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설화 속에는 그 같은 인간과 동물의 다양한 공생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고대 신화의 세계에서 동물은 인간에게 혼인과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인간과 동물의 세계가 따로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밀접한 관계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 이르러 동물은 인간으로부터 생존을 위협받거나 보호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은 자연의 영역에 속하는 동물이 인간에게 구원을 청하는 적극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은 일본의 민화(전 26권)를 중심으로 십이지 동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공생관계, 즉 일본인들의 동물관에 대해서 분석한 것이다. 십이지 동물에 국한하여 고찰한 이유는, 십이지야말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 분석한 일본 민담 속의 십이지 동물에 대한 내용을 각 장 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2장에서는 인류문화에 등장한 십이지의 역사적 기원 및 그 상징적 의미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이제까지 제기된 십이지의 유래에 관한 다양한 학설을 검토하고, 열두 동물이 선택되는 과정과 열두 동물의 순서가 정해지게 된 이유를 기술하였다. 그리고 선행연구 중에서 십이지 동물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분석한 연구를 참고로 하여 그 상징적인 의미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먼저 불교의 십이지 유래설화에 대한 내용분석을 통해서 불교적 요소와 십이지가 접목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고찰하였다. 이어서 일본에 전해지고 있는 십이지 유래설화를 <쥐와 소의 경쟁> 유형과 <십이지에서 고양이가 빠진 유래>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특히 <십이지에서 고양이가 빠진 유래>의 경우는 불교의 십이지 유래설화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제4장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혼인담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인간과 동물의 혼인담은 동물의 성별에 따라 <이류신랑 혼인담>과 <이류각시 혼인담>으로 구별할 수 있다. 이류신랑 혼인담이란 동물이 남자로 변신하여 인간 여자와 혼인하는 내용이다. 본 논문에서 분석한 뱀 사위, 마낭혼인, 원숭이 사위, 멧돼지 사위에 관한 이야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먼저 뱀사위에 관한 이야기는 古事記에 기록된 미와야마(三輪山) 신화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즉 남자로 변신한 뱀이 여자에게 찾아와 동침을 한 후에 아이를 낳는다는 공통적인 서사구조를 지녔다. 남편의 신분이 뱀으로 밝혀지면서 퇴치되고 마는 대목에서는 고대 사회에서 통용되던 뱀에 대한 신앙의 쇠락이라는 관점에서 논하였다. 마낭혼인이란 젊은 여자와 말이 혼인을 하는 이야기로 누에의 기원에 대한 설명이 부가되어 있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다른 이류신랑의 혼인과는 달리 말이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고 동물인 상태로 인간 여자와 혼인을 맺는 점이 흥미롭다. 중국의 수신기(搜神記)에도 이와 유사한 설화가 전해지며, 일본 민담에서는 여자와 말이 혼인에까지 이르는 점이 다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일본의 마낭혼인 이야기는 말에 대한 고대 일본인의 우호적인 사고가 반영된 변형담이라고 할 수 있다. 원숭이 사위나 멧돼지 사위는 동물이 남자로 변신하여 여자와 결혼한다는 뱀 사위 유형과도 유사하다. 기본적인 서사구조는 인간이 이류 신랑의 도움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즉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단순한 자연계의 동물이 아니라 인간세계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신성을 띤 동물들로 등장한다. 동물에 대한 신성이 어느 정도 잔존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혼인은 둘 사이의 ‘친연적’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류와의 혼인 조건이 먼저 이류의 도움으로 인간이 해결하기 힘든 결핍상태를 충족시켜야 한다거나, 혼인 후에 동물배우자를 반드시 퇴치한다는 점에서는 인간이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즉 인간이 동물에게 도움을 받는 이류 세계의 동물은 신 또는 신의 사자(使者)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혼인 후에 동물을 퇴치하는 대목에서는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자 자연 그대로의 동물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인간의 우월성이 드러난다. 이류각시 혼인담은 여자로 변신한 뱀이 인간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산이나 호수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설화에서 중요한 것은 뱀 각시가 자신의 출산장면을 남편에게 보지 말라고 했지만 그 금기사항을 남편이 어기고야마는 대목이다. 이러한 내용은 古事記 및 日本書紀에 등장하는 도요타마히메(豊玉姬)에 관한 신화에서도 확인된다. 금기를 어긴 남편 때문에 다시 산으로 돌아가는 뱀 각시는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주력(呪力)이 담긴 왼쪽 눈알을 남기고 간다. 그 눈알로 인하여 아이는 무사히 성장할 수 있었으며, 나중에 어머니와의 재회도 가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류신랑 혼인담은 뱀이 인간들에 의해 퇴치되는 점이 흥미롭다. 이와 같이 인간과 동물의 혼인담에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동물 사이의 어떤 등가적인 ‘교환’이라는 원리를 전제로 하여 설화가 성립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제5장에서는 동물 숭배담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이는 문화사적 맥락에서 볼 때 인간이 동물을 숭배 대상으로 여겼던 토템신앙의 틀 속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민담에는 쥐, 소, 토끼, 말, 원숭이, 닭, 개 등이 인간이 지니지 못한 신비한 능력을 발휘하여 신앙의 대상이 된다. 첫째, 쥐는 다가올 자연재해를 미리 알아차리고 인간에게 정보를 알려주는 다이코쿠텐(大黑天)으로 신앙되는데, 이는 古事記에 기록된 오쿠니누시노가미(大国主神)를 도와준 쥐의 사례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둘째, 민담에서 소는 관음보살을 모시는 성스러운 역할로 묘사된다. 이는 불교에서 소는 살았을 때는 물론 죽어서도 인간에게 자신의 몸을 다 내주기 때문에 무공덕의 보살행을 행하는 상징적인 동물로 인식되었던 것에 기인한다. 셋째, 달에서 방아를 찧는 옥토끼는 불교에서 천축국(天竺國)의 토끼가 보살행을 행하자, 토끼를 영원히 살게 하려고 제석천(帝釋天)이 토끼를 달에 살게 했다는 불교설화에서 비롯되었다. 넷째, 말을 숭배하는 민담은 명마(名馬), 에마(絵馬), 마두관음(馬頭觀音)의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공통점은 말이 고대에 신의 사자(使者)로 인식되었으며, 특히 명마는 물과의 관련성으로 인해 수신으로 숭배되었다는 점이다. 말에 대한 신령스러운 관념은 나무 판에 말을 그려서 봉납하는 에마를 탄생시켰으며, 에마에는 말에 대한 고대인의 숭배사상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불교에서 말은 마두관음의 화신(化身)으로 인식되었는데, 이 같은 불교신앙적 관념을 일본 민담의 분석을 통하여 마두관음의 유형에서 확인하였다. 다섯째, 민담에서 원숭이가 지장보살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불교에서 원숭이를 신성시 여겼기 때문이라는 관점에서 논하였다. 즉 제석천의 모습은 붉은 털의 원숭이 모습이었고, 西遊記에서 삼장법사의 대업을 완성시키는 조력자 중 한 명으로 등장하는 손오공 또한 원숭이였다. 원숭이는 현세의 기복신앙 및 불교의 지장보살 신앙이 복합된 형태로 신앙되어 민담 속에 등장하였다. 여섯째, 일본 민담에서 닭은 어둠 속에서 마(魔)를 물리치는 주력(呪力)을 지닌 동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古事記에 등장하는 나가나키도리((長鳴鳥)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암흑의 세계에서 빛의 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天照大御神)를 불러내는 닭은 무질서의 세계(chaos)에서 질서의 세계(cosmos)로 인도하는 빛의 사자라는 개념이 투영되어 신성시 여겨졌다. 일곱째, 바람 속에 숨어있는 귀신을 알아차릴 정도의 영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개는 일본 민담에서 사람으로 변신한 동물을 알아보는 벽사의 능력을 갖춘 동물로 묘사된다. 이는 옛날에 아이를 출산하면 마(魔)를 떨치기 위해 그 옆에 이누하리코(犬張り子)를 만들어 지키게 하는 풍습과 상통하는 것이다. 제6장에서는 동물 보은담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동물의 보은을 <재물의 원천> 유형과 <동물의 희생> 유형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전자에 속하는 십이지 동물로는 쥐, 뱀, 원숭이, 개 등을 꼽을 수 있다. 민담에서 쥐가 재물과 관련이 있다고 인식하게 된 배경에는 쥐가 이 지상에 곡물을 가지고 온 신의 사자라는 개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뱀이 재물과 관련을 맺게 된 까닭은 뱀의 생물학적인 특성인 다산과 탈피를 거듭하는 영원한 생명력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뱀이 똬리를 튼 모습은 미와야마를 상징하는데, 일본인에게 미와야마란 조상신이 거하는 곳이라는 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뱀에 조상신의 모습이 투영되어서 축복의 의미를 띄게 된다. 원숭이는 산(山)의 사자로서 풍요로움을 창출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였으며, 개 또한 선인과 악인을 구별할 정도의 영물로 묘사되는 점으로 볼 때 개가 지녔던 신성성으로 인해 재물로 은혜를 갚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재물을 원천으로 하는 동물 보은담의 기조를 이루는 것은 동물의 신성성이며, 이는 신의 사자라는 개념으로 정착되어 인간에게 이로움을 초래하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동물의 희생> 유형에 대해서는 용신(龍神), 충마(忠馬), 충견(忠犬)의 사례를 들어 논지를 전개하였다. 일본 민담에서 용은 농경사회에서 수신(水神)으로 모셔지면서 농경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신이자 친숙한 신으로 받들어졌으나, 강우를 비롯한 치수의 조절이 적절하지 못하면 민중에 의해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것으로 묘사된다. 즉 용신은 수신과 국왕의 이미지가 중첩되어 민담에 상징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우물을 배경으로 하여 주인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충마에 대한 민담 분석을 통해서는, 말이 지니는 수신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말에 대한 계세사상(繼世思想)이 담겨있음을 확인하였다. 충견 유형은 인간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개의 생물학적 특징인 후각과 청각에서 비롯된 내용으로 파악하였다. 이 유형은 주인이 개가 자신을 지켜주려는 개의 충성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개를 희생시키는 반면, 개는 죽음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주인의 목숨을 지킨다는 특징이 있다. 제7장에서는 동물 퇴치담 및 동물 복수담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동물 퇴치담에 대한 유형의 민담에는 <악룡(惡龍)>과 <원숭이 신(猿神)>이 등장한다. 용은 인류문화에서 물을 관장하는 경외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여기서는 승려에게 굴복당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악룡으로 묘사된다. 본 논문에서는 이 점을 최고의 절대자를 상징하는 용을 불법에 귀의시키면 민중들이 자연스럽게 불교에 귀의하게 될 것이라는 불교설화적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원숭이 신> 이야기는 일본 민담에 등장하는 동물 퇴치담의 대표적인 경우이다. 민담에서 원숭이는 두려움의 대상으로서 한때 ‘신’으로 섬겨졌으나, 다른 곳에서 온 영웅이나 지혜로운 인물에 의해 ‘요괴’로서 퇴치 당한다. 여기에는 신불(神仏)에게 봉사만 하던 인간이 이제는 오히려 신불도 인간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인간중심 사상으로의 전환이라는 사고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민중의 고통을 구제하기 위해서 출현하는 마레비토가미(客人神), 또는 이인(異人)에 대한 관념이 부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물 복수담에 대한 이야기는 <상사뱀>을 사례로 분석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상사를 못 이기고 질투심으로 죽은 여자가 뱀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상사의 일념으로 죽은 여자가 뱀이 되는 이유를 특히 불교설화와 관련지어 설명하였다. 즉 이 유형의 민담에는 고대에 뱀을 신성시했던 인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뱀의 생물학적 특징에 초점을 맞추어 불교의 당위성을 전파하기 위한 일종의 포교설화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본 논문은 일본 민담 속의 십이지 동물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고대 일본인들의 동물관을 드러냄으로써, 인간과 동물의 공생관계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동물은 자연계에 속하는 대표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가장 가까운 생명체이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 민담 속에 등장하는 십이지 동물에 대해서 연구한 본 논문은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근본적으로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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