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AI-Helper

인간을 개별적으로 가치매기는 존재감을 김승옥은 ‘자기세계’라고 명명한다. 보통 ‘자기세계’를 가졌다 함은 사회적으로 공인된 자신의 위치보다는 내면적인 주체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승옥 소설에서는 사회에 속한 개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속물성에 그 주체성을 유린당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혼란을 확인하게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속물성에 부응한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가 ‘자기세계’인지, 아니면 속물성을 거부하고자 하는 내면의 진실한 주체성이 ‘자기세계’인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작품 ...

인간을 개별적으로 가치매기는 존재감을 김승옥은 ‘자기세계’라고 명명한다. 보통 ‘자기세계’를 가졌다 함은 사회적으로 공인된 자신의 위치보다는 내면적인 주체성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승옥 소설에서는 사회에 속한 개인이 사회가 요구하는 속물성에 그 주체성을 유린당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이제 우리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혼란을 확인하게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속물성에 부응한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가 ‘자기세계’인지, 아니면 속물성을 거부하고자 하는 내면의 진실한 주체성이 ‘자기세계’인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작품 속에서 이러한 고민에 대한 확실한 답이나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혼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혼란을 모두 받아들인 김승옥의 자기세계는 모호해 보인다. 혼란을 혼란의 형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방향성 없는 자기 세계의 모색은 그리하여 환상과 환멸을 머금고 있으며 일탈과 위악성을 만들어낸다. 본고는 먼저 김승옥 소설의 위악성의 층위를 현실의 구조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한다. 먼저 속된 일상과 그 현실의 이중성 때문에 소설 속 인물들이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위악성을 언급한다. 다음에는 인물들의 위악성이 인물에 따라 특정한 역학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그 인물들이 서울출신과 시골출신이라는 공간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고 있음을 규명한다. 또한 인물들이 보이는 위악성이 근대적 합리성에 거부와 일탈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에서 고찰하였다. 마지막으로 김승옥 소설에 나타나 있는 위악성의 존재론적 의미를 정리하였다. 현실적 위악성의 기저가 되는 자기세계의 정의와 자기세계의 구조를 언급하고 자기세계의 위악적 양상인 자기 파괴와 자기 보존의 구체적 형상들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인물들의 고민을 통해 인물들의 자기세계 양식을 자기파괴와 자기보존이라는 위악적인 두 가지 양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개인과 사회의 대립으로 단순화했을 때 자기파괴 양상은 역설적으로 개인의 승리라 칭할 수 있고 자기 보존은 말 그대로 사회의 승리라 말할 수 있다. ‘위악성’을 고찰하는 것은 그동안 김승옥 소설을 고찰하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인물들이 그러한 위악성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있어 당시의 시대성이 언급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위악성 자체가 문학에 있어서 예술적 성격을 설명해 주는 기제가 되기 때문에 미학적 성과의 해명과도 관련될 수 있다.

주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