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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덕왕은 567년 남북조 동시 외교를 전후하여 능사를 창건한다. 이러한 모습은 관산성 패전 이후 달라진 정국운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위덕왕은 정국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창왕명석조사리감」에 보이는 공주를 구심점으로 한 친위세력의 역할이 주요했음을 알 수가 있다. 당시 매형공주의 부상은 골족의식의 강화와 여성의 제의적 역할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위덕왕은 567년 그동안의 남조 일변도의 대외정책에서 벗어나 남북조 동시 외교...

위덕왕은 567년 남북조 동시 외교를 전후하여 능사를 창건한다. 이러한 모습은 관산성 패전 이후 달라진 정국운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위덕왕은 정국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창왕명석조사리감」에 보이는 공주를 구심점으로 한 친위세력의 역할이 주요했음을 알 수가 있다. 당시 매형공주의 부상은 골족의식의 강화와 여성의 제의적 역할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위덕왕은 567년 그동안의 남조 일변도의 대외정책에서 벗어나 남북조 동시 외교를 펼친다. 이는 당시 이웃한 신라의 성장과 한반도의 역학관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있다. 이러한 대외정책의 큰 변화에 위덕왕은 능사 창건과 사리봉안의식을 통해 내부적인 단결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577년 국제정세는 새롭게 변화한다. 북주가 북제를 멸망시키면서 북중국이 통일된 것이다. 이 무렵 백제는 새롭게 북주와의 관계 개선을 꾀한다. 새로운 북중국의 강자로 부상한 북주에 대한 접근은 당시 현실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시점을 전후하여 백제는 대신라전을 전개하는 한편 왜와의 교섭도 재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전까지 대중교섭에 주력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이러한 대외정책의 변화 속에 주목되는 것이 577년 왕흥사 창건이다. 왕흥사 창건 목적은 ‘亡王子’를 위한 원찰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무렵 대외정책의 변화가 보인다는 점에서 앞서 살펴본 능사와 유사한 목적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능사와는 달리 왕흥사에서는 사리봉안의식에 주체가 공주에서 위덕왕으로 변화된다. 이는 위덕왕이 왕흥사를 통해 한층 강화된 왕권을 보여주며 정책 추진에 있어 자신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덕왕이 정국운영의 중요한 기점마다 대규모 사역을 추진한 것은 불교진흥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위덕왕대 사리신앙, 미륵신앙, 정토신앙 등이 엿보인다. 이는 정국운영에 사찰로 나타나면서 정국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위덕왕대 대외 정책의 변화에 사찰 창건이 중요했음은 통일제국 수의 등장에 따른 백제의 대외정책이 변화에서도 엿볼 수가 있다. 수의 등장으로 백제는 새롭게 대신라전에 진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하게 된다. 이에 이전과는 다른 백제가 加耶故地 루트를 이용하여 신라를 공격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백령산성 축조이다. 백제가 가야지역 진출을 통한 대신라전 전략이 수립되면서 익산이 부각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는 가야지역 진출에 있어 익산 지역이 가지는 군사, 지리적인 이점 때문이다. 위덕왕대 익산 경영의 가능성은 왕도가 아닌 지방에서 대규모 사찰 조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현재 익산지역에는 帝釋寺址, 彌勒寺址 등 여러 개의 대규모 사찰이 확인되고 있다. 물론 개별유적의 조성시기에 대해서는 차후의 정밀한 검토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최근 왕궁리 유적의 조사가 지속되면서 6세기 후반까지 그 조성시기를 올려보는 견해도 제기되었다. 위덕왕이 대신라전을 위해 익산지역을 어떻게 개발했는지는 기록의 미비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三國遺事』2 紀異 下 武王條에 따르면 이미 무왕이 왕이 되기 전에 익산지역에는 師子寺 등의 사찰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대내외 정책의 획기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위덕왕이 대규모 사찰을 건립한 모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위덕왕의 모습이 익산지역을 부각시키는 과정에도 시도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