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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의 등단과 더불어 연이은 수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 은희경은 90년대 초반 한국소설과 달리 상쾌한 지성과 통쾌한 산문정신을 보여주었고, 그의 소설세계의 기저에는 아이러니 정신이 작동하고 있다. 생의 이면보기, 기존의 보편성을 해체하는 전복성, 낯섬과 불온함, 냉소와 위악, 삶과 거리두기, 농담과 연민, 성찰과 유랑, 삶의 비애, 모순과 고독, 삶의 우연성과 유목성 등 은희경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어휘들은 아이러니의 개념에 포괄된다.
기존에 이루어진 은희경 소설에 대한 학위논문의 대부분은 은희경의 대표작『새의 ...

1995년의 등단과 더불어 연이은 수상으로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 은희경은 90년대 초반 한국소설과 달리 상쾌한 지성과 통쾌한 산문정신을 보여주었고, 그의 소설세계의 기저에는 아이러니 정신이 작동하고 있다. 생의 이면보기, 기존의 보편성을 해체하는 전복성, 낯섬과 불온함, 냉소와 위악, 삶과 거리두기, 농담과 연민, 성찰과 유랑, 삶의 비애, 모순과 고독, 삶의 우연성과 유목성 등 은희경의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어휘들은 아이러니의 개념에 포괄된다.
기존에 이루어진 은희경 소설에 대한 학위논문의 대부분은 은희경의 대표작『새의 선물』을 대상으로 한 여성성장소설 연구에 국한되어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본고는『새의 선물』 외에도 작가의 세계인식에 뚜렷한 변모가 이루어졌다고 평가받는『비밀과 거짓말』과 가장 최근에 발표되었고 작가의 세계관에 변화가 감지되는 『태연한 인생』을 연구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주제면에서, 아이러니는 은희경 소설에 대한 비평에서 많이 논의되었으나 논문으로 연구된 예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대상 작품과 주제의 새로움이라는 측면은 은희경 소설에 대한 연구의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문학에 적용될 수 있는 아이러니의 요소를 이중성과 해체적 사고와 세계와의 거리로 설정하고 인물형상화 차원에서는 이중성의 요소를, 서사구조의 차원에서는 해체성과 해석지향성을, 세계관의 차원에서는 거리의 요소를 통하여 은희경의 문학세계를 조망하고자 한다.
II장 1절에서는 가장하고 관찰하는 분열적 주체라는 주제로 『새의 선물』의 화자의 내면풍경과 그것이 서사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알아본다. ‘바라보는 나’는 극복해야할 대상을 관찰함으로써 인식하고 이 인식행위는 존재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 그 자체를 유의미한 것으로 규정하는 아이러니의 정신이다. 2절에서는 성찰적이거나 유랑하는 짝패라는 주제로 짝패를 이루는 형제의 성찰과 유랑을 통해 정체성 탐구의 두 양태를 분석한다.
III장 1절에서는 비선조적 구성과 이질적 요소라는 주제로『비밀과 거짓말』의 서사구성의 해체성을 알아본다. 해체적 서사구조는 삶의 비애와 허무라는 작품의 주제를 담아내는 데 적합한 형식임을 알 수 있다. 2절에서는 중첩된 에피소드와 동시성이라는 주제로 『태연한 인생』의 서사구조의 해석지향성을 분석한다. 작가는 다른 시간과 다른 층위의 서사들을 인물 각자의 입장에서 매번 다른 방식으로 정리하여 서사를 변주하고 달리 해석한다.
IV장 1절에서는 농담과 연민으로서의 세계라는 주제로『새의 선물』을 분석한다. 세계와의 거리두기의 원인으로 농담의 세계가 있고 거리두기의 생성적 산물인 통찰을 통해 연민의 세계가 창조되는 방식을 살펴본다. 2절에서는 삶의 유목성과 고독의 연대라는 주제로 『태연한 인생』을 분석한다. 존재는 삶의 우연성 속에서 자신의 개인성을 지키기 위해 세계와 거리두기를 감행한다. 그 결과 존재는 고독에 직면하고 고독의 문제를 천착한다. 삶의 유목성에 대한 인식과 고독의 연대를 질문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변화를 포착하고 그 양상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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