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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시적 주체와 고통 받는 타인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어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세계인식의 변모과정을 밝힘으로써 윤동주의 시세계를 일관되게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윤동주의 시세계는 동시를 포함한 초기 시에서부터 1942년 6월 3일로 명시된 마지막 시(「쉽게 쓰여진 시」)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방향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고통 받는 존재들을 향해 가는 여정으로 요약될 수 있다. 따라서 고통 받는 존재의 발견과 그로 인한 책임의식의 발현 그리고 그러한 책임의식을 구체화해 나가는 응답의 과정으로 윤동주의 시세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이와 같이 부름과 응답의 과정으로 윤동주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현 사회에 산견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안적 모색이자 문학교육적으로 유의미한 가치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2장에서는 기존의 연구에서 소홀하게 다루어졌던 동시를 포함하여 윤동주 초기 시들의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을 살펴본다. 초기의 관념적이고 비관적인 시적 경향을 벗어나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로의 이행은 정신적 도피나 퇴행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

본 논문은 시적 주체와 고통 받는 타인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어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세계인식의 변모과정을 밝힘으로써 윤동주의 시세계를 일관되게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윤동주의 시세계는 동시를 포함한 초기 시에서부터 1942년 6월 3일로 명시된 마지막 시(「쉽게 쓰여진 시」)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방향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고통 받는 존재들을 향해 가는 여정으로 요약될 수 있다. 따라서 고통 받는 존재의 발견과 그로 인한 책임의식의 발현 그리고 그러한 책임의식을 구체화해 나가는 응답의 과정으로 윤동주의 시세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또한 이와 같이 부름과 응답의 과정으로 윤동주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현 사회에 산견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안적 모색이자 문학교육적으로 유의미한 가치가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2장에서는 기존의 연구에서 소홀하게 다루어졌던 동시를 포함하여 윤동주 초기 시들의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을 살펴본다. 초기의 관념적이고 비관적인 시적 경향을 벗어나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로의 이행은 정신적 도피나 퇴행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어린 화자의 눈을 통해 세계를 바라봄으로써 새로운 시선을 통해 삶의 의미를 재정의 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동시의 세계는 부름과 응답이 완벽히 조화된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에서 연약한 존재의 곁에는 언제나 응답할 준비를 하고 있는 성실한 응답자가 서있다. 그러나 자족적 세계에 균열을 일으키며 삶의 비애와 시대적 고통이 스며들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 힘겨워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에게는 응답자가 부재하는 것이다. 자족적 세계의 추구는 윤동주로 하여금 부르는 자만 있을 뿐 응답하는 자가 없는 현실의 아픔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시적 주체는 시대와 역사 앞에 자신의 주어진 자리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눈에 비친 세계의 모습을 시를 통해 드러낸다. 이러한 세계의 모습은 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 관심사 등에 따라 현실의 총체적인 경험과 삶의 모습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거나 배제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이 시 텍스트 내에 구축해 놓은 세계를 통해 시인이 지닌 의식의 지향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3장에서는 시대·역사적 개인으로 서겠다고 다짐한 시적화자가 현실의 어떤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시대적·역사적 현실 앞에서 윤동주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가 고통 받는 사람들의 곁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동주의 시선은 삶의 비애와 현실의 어려움으로 휘청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닿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통의 현장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모습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자족적이고 화해로운 세계 속에서 연약한 존재가 평화롭게 조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부름에 성실하게 응답하는 자가 있었기 때문임을 깨닫고 그러한 세계를 다시금 일구기 위해 가련한 사람들의 절박한 부름 앞에 스스로 성실한 응답자가 되어 주기로 다짐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다짐은 쉽게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도대체 무엇으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야 할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4장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가는 과정으로 요약된다. 1년여의 절필 기간은 윤동주로 하여금 기독교적 세계관에 기반을 둔 슬픔의 역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것은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일을 영원한 복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적인 사명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다. 삶의 비애와 시대의 가혹함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시인의 길을 천명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5장에서는 윤동주의 시세계를 부름과 응답의 과정으로 보는 것의 문학 교육적 의의를 살펴볼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적인 자리에 머물러 있던 시인이 시대·역사적 개인으로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길로 들어선 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부름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타인에 대한 관심은 타인에 대한 연민과 애정으로 이어지고 그들의 어려움에 책임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문제시 되고 있는 왕따나 학교폭력의 문제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마음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윤동주 시가 가지고 있는 교육적 가치는 새롭게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화자가 타인의 고통에 시선을 주고 그들에게 연민과 애정을 느끼며 그로부터 윤리적인 책임의식을 느끼는 것, 나아가 사회적 연대감으로 발전되어 가는 과정을 일련의 질적 도약의 과정으로써 읽어나간다면 학습자가 책임의식과 연대감의 가치를 함양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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