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춘향가의 소리 대목 구성에 나타나는 고정성과 비고정성의 전승 맥락, 춘향가 더늠의 출현 및 이후의 전승 궤적에서 포착되는 생성, 유지, 변이, 약화?탈락, 부상(浮上)의 기반?배경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춘향가 전승의 판소리사적 의미를 밝힌 글이다. 일반적으로 판소리 전승 연구는 창자 개인의 사승관계 또는 유파 내의 주요 계보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판소리는 구연성(口演性)에 따른 유연성과 개방성이 핵심인 예술인바, 줄긋기 식의 단선적인 전승계보 재구만으로는 판소리 전승의 실상을 온전히 밝힐 수 없다. 판소리 전승에서는 자득(自得)의 측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복잡한 전수 관계 내에서 익힌 소리가 실제 연행으로 드러나는 모든 정황을 포착하는 것이 불가하다. 또 창자를 둘러싼 가문?지역?사승관계?유파?활동 단체?교육 기관 등 다층적인 배경 요인에 대한 폭넓은 고려도 필요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춘향가 전승의 문제에 접근해 보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판소리 춘향가의 소리 대목과 더늠이다. 소리 대목과 더늠은 판소리 창본의 구성 단위이자 판소리 연행의 기본 단위로, 판소리 전승의 실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춘향가의 소리 대목 및 더늠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을 위해서는 그 대상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처음~끝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으며 창자가 분명하게 밝혀진 창본만을 대상본으로 선정했으며, 책의 형태로 간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녹음이 남아있는 경우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 기준에 따라 장재백 창본, 이선유 창본, 정권진 창본, 성창순 창본, 성우향 창본, 조상현 창본, 박록주 창본, 박초선 창본, 최승희 창본, 김연수 창본, 오정숙 창본, 이일주 창본, 정광수 창본A, 정광수 창본B, ...
본 연구는 춘향가의 소리 대목 구성에 나타나는 고정성과 비고정성의 전승 맥락, 춘향가 더늠의 출현 및 이후의 전승 궤적에서 포착되는 생성, 유지, 변이, 약화?탈락, 부상(浮上)의 기반?배경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춘향가 전승의 판소리사적 의미를 밝힌 글이다. 일반적으로 판소리 전승 연구는 창자 개인의 사승관계 또는 유파 내의 주요 계보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판소리는 구연성(口演性)에 따른 유연성과 개방성이 핵심인 예술인바, 줄긋기 식의 단선적인 전승계보 재구만으로는 판소리 전승의 실상을 온전히 밝힐 수 없다. 판소리 전승에서는 자득(自得)의 측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복잡한 전수 관계 내에서 익힌 소리가 실제 연행으로 드러나는 모든 정황을 포착하는 것이 불가하다. 또 창자를 둘러싼 가문?지역?사승관계?유파?활동 단체?교육 기관 등 다층적인 배경 요인에 대한 폭넓은 고려도 필요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춘향가 전승의 문제에 접근해 보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판소리 춘향가의 소리 대목과 더늠이다. 소리 대목과 더늠은 판소리 창본의 구성 단위이자 판소리 연행의 기본 단위로, 판소리 전승의 실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춘향가의 소리 대목 및 더늠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을 위해서는 그 대상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처음~끝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으며 창자가 분명하게 밝혀진 창본만을 대상본으로 선정했으며, 책의 형태로 간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녹음이 남아있는 경우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 기준에 따라 장재백 창본, 이선유 창본, 정권진 창본, 성창순 창본, 성우향 창본, 조상현 창본, 박록주 창본, 박초선 창본, 최승희 창본, 김연수 창본, 오정숙 창본, 이일주 창본, 정광수 창본A, 정광수 창본B, 박동진 창본, 김소희 창본A, 김소희 창본B, 안숙선 창본, 신영희 창본, 강도근 창본, 박봉술 창본A, 박봉술 창본B의 22종을 선택했고, 이들 춘향가 창본을 구성하는 196개 소리 대목에 대한 유형화 작업은 이후의 본격적인 논의 전개를 위한 기반이 되었다. 더늠 역시 그 출처와 성격이 분명한 것만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본고에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 안도의 <탄세단가>, 일제강점기 ‘명창제(名唱制)/명창조(名唱調)’ 음반 자료 등에 근거해 선정한 15편의 더늠, 전기팔명창 시대의 송흥록제 ‘귀곡성’, 염계달제 ‘남원골 한량’?‘돈타령’?‘백구타령’, 모흥갑제 ‘이별가’, 고수관제 ‘자진사랑가’, 송광록제 ‘만첩청산’, 후기팔명창 시대의 이석순제 ‘춘향방 사벽도’, 김세종제 ‘천자뒤풀이’, 김창록제 ‘춘향방 팔도담배가’, 이날치제 ‘동풍가’, 장재백제 ‘적성가’, 근대오명창 시대 이후의 송만갑제 ‘농부가’, 한경석제 ‘천지삼겨’, 정정렬제 ‘신연맞이’, 조상선제 ‘창극조 사랑가’, 임방울제 ‘쑥대머리’는 장단과 악조, 구체적인 사설이 모두 전하거나 적어도 그 얼개에 대한 추정이 가능한 것들이다. Ⅱ장에서는 【부록】의 정리에 기초해, 춘향가의 소리 대목 구성에 나타난 관습적 틀로서의 고정성과 개성적 변이로서의 비고정성이라는 전승 맥락을 고찰하였다. 22종의 춘향가 창본 전체에 삽입된 소리 대목을 통해서는 춘향가 전승의 고정적 측면을, 보성소리 춘향가(정권진 창본?성창순 창본?성우향 창본?조상현 창본)?정정렬제 춘향가(박록주 창본?박초선 창본?최승희 창본)?동초제 춘향가(김연수 창본?오정숙 창본?이일주 창본)?만정제 춘향가(김소희 창본A?김소희 창본B?안숙선 창본?신영희 창본)의 유파, 장재백제 춘향가?이선유제 춘향가?정광수제 춘향가?박동진제 춘향가?강도근제 춘향가?박봉술제 춘향가의 개인 바디 가운데 특정 유파 또는 개인 바디에만 삽입된 소리 대목을 통해서는 그 비고정적 측면을 살펴본 것이다. 22종의 춘향가에 고정적으로 전승된 소리 대목은 총 41개였다. 이 가운데 (5) ‘방자 분부 듣고’는 서편제 춘향가의 첫 소리 대목으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파에 관계없이 폭넓게 전승되면서 청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던바, 그러한 전통성에 따라 후대의 춘향가 창본 22종 전체에 소단락 구성, 장단, 첫머리 사설까지 모두 동일한 형태로 남게 되었다. 나머지 41개 소리 대목은 소단락 구성, 장단, 첫머리 사설상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22종의 춘향가 창본이 공유하는 춘향가 전승의 골격으로 기능해왔다. 이들 대목은 서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부류, 서사적인 중요도는 낮으나 춘향가의 삽입가요 또는 더늠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부류의 둘로 나누어볼 수 있겠는데, 이중 전자에는 그 사설 및 음악적 짜임까지 훌륭해 소리판에서 폭넓게 연행되어온 이른바 ‘눈대목’도 포함된다. 다음 유파별로 그 비고정적 측면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보성소리 춘향가에 25개 소리 대목, 정정렬제 춘향가에 51개 소리 대목, 동초제 춘향가에 46개 소리 대목, 만정제 춘향가에 2개 소리 대목이 특수하게 들어가 있었다. 따라서 이 가운데 춘향가 전승 상의 비고정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파는 정정렬제와 동초제, 비고정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유파는 만정제라 할 수 있다. 춘향가 전승에 있어 비고정성은 만남-사랑-이별-수난-구원-재회의 서사 자체가 여타의 유파와 다르게 전개될 때 주로 발현되는데, 그 외에 창자 개인이 새로운 대목을 작사?작창한 경우, ??옥중화?? 등에서 사설을 가져와 작창을 시도한 경우, 다른 유파의 춘향가에서 소리 대목을 가져와 그 음악적 짜임을 바꾼 경우, 둘 이상의 출처에서 나온 소리 대목을 조합한 경우도 그에 해당된다. 한편 보성소리 춘향가에서는 정권진 창본, 정정렬제 춘향가에서는 박록주 창본, 동초제 춘향가에서는 이일주 창본, 만정제 춘향가에서는 김소희 창본A의 비고정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소리 학습 시기 및 내용의 차이 또는 소리 대목 구성에 대한 창자 개인의 개성적 변이 시도 등에 기인한다. 다음 개인 바디별로 보면, 장재백제 춘향가에 38개 대목, 이선유제 춘향가에 52개 대목, 정광수제 춘향가에 33개 대목, 박동진제 춘향가에 37개 대목, 강도근제 춘향가에 9개 대목, 박봉술제 춘향가에 19개 대목이 비고정적으로 전승되었다. Ⅲ장에서는 15편의 춘향가 더늠이 전기팔명창 시대, 후기팔명창 시대, 그리고 근대오명창 시대 이후에 출현한 정황 및 그 사설적 윤곽?음악적 윤곽, 이들 더늠이 후대에 각 창본에 전승된 궤적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 창본별 더늠 수용 양상을 전승(유지 전승/변이 전승)과 비전승으로 구분한 기준은 소단락 구성, 사설 구조, 특징적인 수사법으로 규정되는 사설적 윤곽과 장단, 악조, 특징적인 선율로 규정되는 음악적 윤곽이었다. 그 결과 송흥록제 ‘귀곡성’은 22종의 대상본 가운데 19종의 창본, 염계달제 ‘남원골 한량’은 17종의 창본, 염계달제 ‘돈타령’은 5종의 창본, 염계달제 ‘백구타령’은 7종의 창본, 모흥갑제 ‘이별가’는 21종의 창본, 고수관제 ‘자진사랑가’는 17종의 창본, 송광록제 ‘만첩청산’은 14종의 창본, 이석순제 ‘춘향방 사벽도’는 18종의 창본, 김세종제 ‘천자뒤풀이’는 15종의 창본, 이날치제 ‘동풍가’는 9종의 창본, 김창록제 ‘춘향방 팔도담배가’는 1종의 창본, 장재백제 ‘적성가’는 18종의 창본, 송만갑제 ‘농부가’는 22종의 창본, 한경석제 ‘천지삼겨’는 9종의 창본, 정정렬제 ‘신연맞이’는 13종의 창본, 조상선제 ‘창극조 사랑가’는 2종의 창본, 임방울제 ‘쑥대머리’는 9종의 창본에 전승된 사실을 확인했다. 송흥록제 ‘귀곡성’, 염계달제 ‘남원골 한량’, 모흥갑제 ‘이별가’, 고수관제 ‘자진사랑가’, 송광록제 ‘만첩청산’, 이석순제 ‘춘향방 사벽도’, 김세종제 ‘천자뒤풀이’, 장재백제 ‘적성가’, 송만갑제 ‘농부가’의 9편은 후대까지 전승이 활발히 유지된 반면, 염계달제 ‘돈타령’?‘백구타령’, 이날치제 ‘동풍가’, 김창록제 ‘춘향방 팔도담배가’, 한경석제 ‘천지삼겨’, 조상선제 ‘창극조 사랑가’, 임방울제 ‘쑥대머리’는 일부 춘향가에만 전승되었거나 전승이 거의 끊어진 상황이다. Ⅳ장에서는 Ⅲ장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춘향가 더늠이 생성, 유지, 변이, 약화?탈락, 부상하는 데 기여한 주요 기반과 배경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흉내 내기 또는 유희(儒戱)식 우희(優戱), 홍패 고사소리와 같은 광대 고사소리, 축원류?성조류?청배류의 무가계 사설 등 인접 갈래와의 교섭에 따라 다양한 춘향가 더늠이 생성되고, 후기팔명창 시대까지 전승된 ‘소리풀이'와 근대오명창 시대에 유행했던 ‘명창제(조)’의 전통에 따라 더늠 유지의 기반이 조성되었음을 확인했다. 춘향가 더늠의 변이에는 여러 판소리 유파 및 계보에 따른 분파적(分派的) 전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는 앞서 살펴본 춘향가 전승의 비고정적 맥락과 연관된다. 춘향가 더늠의 전승 약화?탈락은 경드름, 메나리조와 같은 이질적인 선율 또는 창극소리, 재담소리와 같은 이질적인 양식에 대한 판소리계의 배제와 연관되며, 일부 춘향가 더늠은 판소리의 창극화, 유성기음반 녹음과 같은 근대적 연희 환경의 조성에 따라 새롭게 부상(浮上)했다. Ⅴ장에서는 춘향가 전승을 주도한 유파 및 바디의 추이, 소리 대목과 더늠의 전승 구도에 나타난 유파 및 바디의 지향에 대한 정리를 통해 춘향가 전승의 판소리사적 의미를 밝혀보았다. 19세기에는 동편제 계열 춘향가가 춘향가 전승을 주도하며 주요 소리 대목들을 정립해 작품 구성 및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으며, 그 가운데 송흥록 계열 춘향가는 이선유 창본, 박봉술 창본에, 김세종 계열 춘향가는 장재백 창본, 보성소리 창본에 남아 후대까지 전승되었다. 20세기 전반에는 서편제 계열의 춘향가 특히 정정렬제 춘향가가 춘향가 전승을 주도했다. 정정렬제 춘향가는 현대 판소리에서 가장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는 동초제 춘향가와 만정제 춘향가의 정립에 주요한 근간이 되었으며, 정광수제 춘향가, 박동진제 춘향가, 강도근제 춘향가도 정정렬제 춘향가를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또 정정렬제 춘향가의 전판이 박록주와 김여란 등을 통해 오롯이 전승되었고, 이별가 대목과 옥중가 대목은 토막소리로도 널리 유행했다. 20세기 후반의 춘향가 전승을 주도한 것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보성소리 춘향가, 정정렬제 춘향가(정정렬-김여란), 동초제 춘향가, 만정제 춘향가이다. 춘향가는 여러 유파의 소리가 오늘날까지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바탕소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춘향가를 제외한 다른 춘향가는 판소리 본연의 개방성과 유연성이 살아있는 ‘열린’ 형태를 갖추고 20세기 후반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결국 후배나 제자들에 의한 실질적인 전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명창 한 개인의 유작(遺作)으로 남고 말았다. 다음 춘향가의 소리 대목과 관련해서는, ‘만남’ 서사 중 춘향이 광한루로 건너가 이도령과 상면하는 대목, ‘사랑’ 서사 중 외설적인 사랑가 대목, ‘이별’ 서사 중 오리정 이별 대목, ‘수난’ 서사 중 춘향이 황릉묘 여인들의 하소연을 듣는 몽중가(황릉묘) 대목, ‘재회’ 서사 중 춘향이 대상(臺上)에 오르는 대목 등에 대한 선택/배제 구도에 나타난 춘향가 유파 및 바디의 지향을 살펴보았다. 한편 보성소리 춘향가, 정정렬제 춘향가(특히 박록주 창본), 만정제 춘향가 중 김소희 창본A, 박봉술제 춘향가의 경우 기존 춘향가 더늠의 사설적?음악적 윤곽을 그대로 유지전승하며 수용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동초제 춘향가, 만정제 춘향가 중 김소희 창본B?안숙선 창본?신영희 창본, 정광수제 춘향가 중 정광수 창본B, 박동진제 춘향가의 경우 기존 더늠의 사설적?음악적 윤곽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변이전승으로 새롭게 재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음이 확인되었다. 본고에서는 이처럼 춘향가의 소리 대목과 더늠에 대한 분석에 기반을 두고 그 전승 양상 및 판소리사적 의미를 공시적?통시적으로 짚어보았다. 판소리 전승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소리 대목과 더늠에 주목한 만큼, 춘향가 전승의 실상에 보다 근접한 논의가 가능하였다. 또 기존의 창본은 물론 이미 학계에 보고되었음에도 논의에서 누락되거나 조명 받지 못했던 창본, 아직 보고된 적 없는 창본을 집대성한 연구라는 점에서도 일정한 의의를 찾아볼 수 있겠다. 다만 중고제 춘향가의 경우 판소리사적 의미가 뚜렷함에도 본고에서 정한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현전 창본이 남아있지 않아 논의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춘향가 전승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 관계로 판소리 일반의 전승에 있어 주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더늠이나 유파의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 향후 이와 관련한 확장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춘향가의 소리 대목 구성에 나타나는 고정성과 비고정성의 전승 맥락, 춘향가 더늠의 출현 및 이후의 전승 궤적에서 포착되는 생성, 유지, 변이, 약화?탈락, 부상(浮上)의 기반?배경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춘향가 전승의 판소리사적 의미를 밝힌 글이다. 일반적으로 판소리 전승 연구는 창자 개인의 사승관계 또는 유파 내의 주요 계보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판소리는 구연성(口演性)에 따른 유연성과 개방성이 핵심인 예술인바, 줄긋기 식의 단선적인 전승계보 재구만으로는 판소리 전승의 실상을 온전히 밝힐 수 없다. 판소리 전승에서는 자득(自得)의 측면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복잡한 전수 관계 내에서 익힌 소리가 실제 연행으로 드러나는 모든 정황을 포착하는 것이 불가하다. 또 창자를 둘러싼 가문?지역?사승관계?유파?활동 단체?교육 기관 등 다층적인 배경 요인에 대한 폭넓은 고려도 필요하다. 이에 본고에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상에 초점을 맞추어 춘향가 전승의 문제에 접근해 보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판소리 춘향가의 소리 대목과 더늠이다. 소리 대목과 더늠은 판소리 창본의 구성 단위이자 판소리 연행의 기본 단위로, 판소리 전승의 실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춘향가의 소리 대목 및 더늠에 대한 유의미한 분석을 위해서는 그 대상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처음~끝의 완결성을 갖추고 있으며 창자가 분명하게 밝혀진 창본만을 대상본으로 선정했으며, 책의 형태로 간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녹음이 남아있는 경우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 기준에 따라 장재백 창본, 이선유 창본, 정권진 창본, 성창순 창본, 성우향 창본, 조상현 창본, 박록주 창본, 박초선 창본, 최승희 창본, 김연수 창본, 오정숙 창본, 이일주 창본, 정광수 창본A, 정광수 창본B, 박동진 창본, 김소희 창본A, 김소희 창본B, 안숙선 창본, 신영희 창본, 강도근 창본, 박봉술 창본A, 박봉술 창본B의 22종을 선택했고, 이들 춘향가 창본을 구성하는 196개 소리 대목에 대한 유형화 작업은 이후의 본격적인 논의 전개를 위한 기반이 되었다. 더늠 역시 그 출처와 성격이 분명한 것만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본고에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 안도의 <탄세단가>, 일제강점기 ‘명창제(名唱制)/명창조(名唱調)’ 음반 자료 등에 근거해 선정한 15편의 더늠, 전기팔명창 시대의 송흥록제 ‘귀곡성’, 염계달제 ‘남원골 한량’?‘돈타령’?‘백구타령’, 모흥갑제 ‘이별가’, 고수관제 ‘자진사랑가’, 송광록제 ‘만첩청산’, 후기팔명창 시대의 이석순제 ‘춘향방 사벽도’, 김세종제 ‘천자뒤풀이’, 김창록제 ‘춘향방 팔도담배가’, 이날치제 ‘동풍가’, 장재백제 ‘적성가’, 근대오명창 시대 이후의 송만갑제 ‘농부가’, 한경석제 ‘천지삼겨’, 정정렬제 ‘신연맞이’, 조상선제 ‘창극조 사랑가’, 임방울제 ‘쑥대머리’는 장단과 악조, 구체적인 사설이 모두 전하거나 적어도 그 얼개에 대한 추정이 가능한 것들이다. Ⅱ장에서는 【부록】의 정리에 기초해, 춘향가의 소리 대목 구성에 나타난 관습적 틀로서의 고정성과 개성적 변이로서의 비고정성이라는 전승 맥락을 고찰하였다. 22종의 춘향가 창본 전체에 삽입된 소리 대목을 통해서는 춘향가 전승의 고정적 측면을, 보성소리 춘향가(정권진 창본?성창순 창본?성우향 창본?조상현 창본)?정정렬제 춘향가(박록주 창본?박초선 창본?최승희 창본)?동초제 춘향가(김연수 창본?오정숙 창본?이일주 창본)?만정제 춘향가(김소희 창본A?김소희 창본B?안숙선 창본?신영희 창본)의 유파, 장재백제 춘향가?이선유제 춘향가?정광수제 춘향가?박동진제 춘향가?강도근제 춘향가?박봉술제 춘향가의 개인 바디 가운데 특정 유파 또는 개인 바디에만 삽입된 소리 대목을 통해서는 그 비고정적 측면을 살펴본 것이다. 22종의 춘향가에 고정적으로 전승된 소리 대목은 총 41개였다. 이 가운데 (5) ‘방자 분부 듣고’는 서편제 춘향가의 첫 소리 대목으로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유파에 관계없이 폭넓게 전승되면서 청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던바, 그러한 전통성에 따라 후대의 춘향가 창본 22종 전체에 소단락 구성, 장단, 첫머리 사설까지 모두 동일한 형태로 남게 되었다. 나머지 41개 소리 대목은 소단락 구성, 장단, 첫머리 사설상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22종의 춘향가 창본이 공유하는 춘향가 전승의 골격으로 기능해왔다. 이들 대목은 서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부류, 서사적인 중요도는 낮으나 춘향가의 삽입가요 또는 더늠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부류의 둘로 나누어볼 수 있겠는데, 이중 전자에는 그 사설 및 음악적 짜임까지 훌륭해 소리판에서 폭넓게 연행되어온 이른바 ‘눈대목’도 포함된다. 다음 유파별로 그 비고정적 측면을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보성소리 춘향가에 25개 소리 대목, 정정렬제 춘향가에 51개 소리 대목, 동초제 춘향가에 46개 소리 대목, 만정제 춘향가에 2개 소리 대목이 특수하게 들어가 있었다. 따라서 이 가운데 춘향가 전승 상의 비고정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유파는 정정렬제와 동초제, 비고정성이 거의 나타나지 않은 유파는 만정제라 할 수 있다. 춘향가 전승에 있어 비고정성은 만남-사랑-이별-수난-구원-재회의 서사 자체가 여타의 유파와 다르게 전개될 때 주로 발현되는데, 그 외에 창자 개인이 새로운 대목을 작사?작창한 경우, ??옥중화?? 등에서 사설을 가져와 작창을 시도한 경우, 다른 유파의 춘향가에서 소리 대목을 가져와 그 음악적 짜임을 바꾼 경우, 둘 이상의 출처에서 나온 소리 대목을 조합한 경우도 그에 해당된다. 한편 보성소리 춘향가에서는 정권진 창본, 정정렬제 춘향가에서는 박록주 창본, 동초제 춘향가에서는 이일주 창본, 만정제 춘향가에서는 김소희 창본A의 비고정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소리 학습 시기 및 내용의 차이 또는 소리 대목 구성에 대한 창자 개인의 개성적 변이 시도 등에 기인한다. 다음 개인 바디별로 보면, 장재백제 춘향가에 38개 대목, 이선유제 춘향가에 52개 대목, 정광수제 춘향가에 33개 대목, 박동진제 춘향가에 37개 대목, 강도근제 춘향가에 9개 대목, 박봉술제 춘향가에 19개 대목이 비고정적으로 전승되었다. Ⅲ장에서는 15편의 춘향가 더늠이 전기팔명창 시대, 후기팔명창 시대, 그리고 근대오명창 시대 이후에 출현한 정황 및 그 사설적 윤곽?음악적 윤곽, 이들 더늠이 후대에 각 창본에 전승된 궤적을 살펴보았다. 본고에서 창본별 더늠 수용 양상을 전승(유지 전승/변이 전승)과 비전승으로 구분한 기준은 소단락 구성, 사설 구조, 특징적인 수사법으로 규정되는 사설적 윤곽과 장단, 악조, 특징적인 선율로 규정되는 음악적 윤곽이었다. 그 결과 송흥록제 ‘귀곡성’은 22종의 대상본 가운데 19종의 창본, 염계달제 ‘남원골 한량’은 17종의 창본, 염계달제 ‘돈타령’은 5종의 창본, 염계달제 ‘백구타령’은 7종의 창본, 모흥갑제 ‘이별가’는 21종의 창본, 고수관제 ‘자진사랑가’는 17종의 창본, 송광록제 ‘만첩청산’은 14종의 창본, 이석순제 ‘춘향방 사벽도’는 18종의 창본, 김세종제 ‘천자뒤풀이’는 15종의 창본, 이날치제 ‘동풍가’는 9종의 창본, 김창록제 ‘춘향방 팔도담배가’는 1종의 창본, 장재백제 ‘적성가’는 18종의 창본, 송만갑제 ‘농부가’는 22종의 창본, 한경석제 ‘천지삼겨’는 9종의 창본, 정정렬제 ‘신연맞이’는 13종의 창본, 조상선제 ‘창극조 사랑가’는 2종의 창본, 임방울제 ‘쑥대머리’는 9종의 창본에 전승된 사실을 확인했다. 송흥록제 ‘귀곡성’, 염계달제 ‘남원골 한량’, 모흥갑제 ‘이별가’, 고수관제 ‘자진사랑가’, 송광록제 ‘만첩청산’, 이석순제 ‘춘향방 사벽도’, 김세종제 ‘천자뒤풀이’, 장재백제 ‘적성가’, 송만갑제 ‘농부가’의 9편은 후대까지 전승이 활발히 유지된 반면, 염계달제 ‘돈타령’?‘백구타령’, 이날치제 ‘동풍가’, 김창록제 ‘춘향방 팔도담배가’, 한경석제 ‘천지삼겨’, 조상선제 ‘창극조 사랑가’, 임방울제 ‘쑥대머리’는 일부 춘향가에만 전승되었거나 전승이 거의 끊어진 상황이다. Ⅳ장에서는 Ⅲ장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춘향가 더늠이 생성, 유지, 변이, 약화?탈락, 부상하는 데 기여한 주요 기반과 배경에 대해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흉내 내기 또는 유희(儒戱)식 우희(優戱), 홍패 고사소리와 같은 광대 고사소리, 축원류?성조류?청배류의 무가계 사설 등 인접 갈래와의 교섭에 따라 다양한 춘향가 더늠이 생성되고, 후기팔명창 시대까지 전승된 ‘소리풀이'와 근대오명창 시대에 유행했던 ‘명창제(조)’의 전통에 따라 더늠 유지의 기반이 조성되었음을 확인했다. 춘향가 더늠의 변이에는 여러 판소리 유파 및 계보에 따른 분파적(分派的) 전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는 앞서 살펴본 춘향가 전승의 비고정적 맥락과 연관된다. 춘향가 더늠의 전승 약화?탈락은 경드름, 메나리조와 같은 이질적인 선율 또는 창극소리, 재담소리와 같은 이질적인 양식에 대한 판소리계의 배제와 연관되며, 일부 춘향가 더늠은 판소리의 창극화, 유성기음반 녹음과 같은 근대적 연희 환경의 조성에 따라 새롭게 부상(浮上)했다. Ⅴ장에서는 춘향가 전승을 주도한 유파 및 바디의 추이, 소리 대목과 더늠의 전승 구도에 나타난 유파 및 바디의 지향에 대한 정리를 통해 춘향가 전승의 판소리사적 의미를 밝혀보았다. 19세기에는 동편제 계열 춘향가가 춘향가 전승을 주도하며 주요 소리 대목들을 정립해 작품 구성 및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으며, 그 가운데 송흥록 계열 춘향가는 이선유 창본, 박봉술 창본에, 김세종 계열 춘향가는 장재백 창본, 보성소리 창본에 남아 후대까지 전승되었다. 20세기 전반에는 서편제 계열의 춘향가 특히 정정렬제 춘향가가 춘향가 전승을 주도했다. 정정렬제 춘향가는 현대 판소리에서 가장 왕성하게 전승되고 있는 동초제 춘향가와 만정제 춘향가의 정립에 주요한 근간이 되었으며, 정광수제 춘향가, 박동진제 춘향가, 강도근제 춘향가도 정정렬제 춘향가를 선택적으로 수용했다. 또 정정렬제 춘향가의 전판이 박록주와 김여란 등을 통해 오롯이 전승되었고, 이별가 대목과 옥중가 대목은 토막소리로도 널리 유행했다. 20세기 후반의 춘향가 전승을 주도한 것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보성소리 춘향가, 정정렬제 춘향가(정정렬-김여란), 동초제 춘향가, 만정제 춘향가이다. 춘향가는 여러 유파의 소리가 오늘날까지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바탕소리에 해당한다. 그러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춘향가를 제외한 다른 춘향가는 판소리 본연의 개방성과 유연성이 살아있는 ‘열린’ 형태를 갖추고 20세기 후반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결국 후배나 제자들에 의한 실질적인 전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명창 한 개인의 유작(遺作)으로 남고 말았다. 다음 춘향가의 소리 대목과 관련해서는, ‘만남’ 서사 중 춘향이 광한루로 건너가 이도령과 상면하는 대목, ‘사랑’ 서사 중 외설적인 사랑가 대목, ‘이별’ 서사 중 오리정 이별 대목, ‘수난’ 서사 중 춘향이 황릉묘 여인들의 하소연을 듣는 몽중가(황릉묘) 대목, ‘재회’ 서사 중 춘향이 대상(臺上)에 오르는 대목 등에 대한 선택/배제 구도에 나타난 춘향가 유파 및 바디의 지향을 살펴보았다. 한편 보성소리 춘향가, 정정렬제 춘향가(특히 박록주 창본), 만정제 춘향가 중 김소희 창본A, 박봉술제 춘향가의 경우 기존 춘향가 더늠의 사설적?음악적 윤곽을 그대로 유지전승하며 수용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동초제 춘향가, 만정제 춘향가 중 김소희 창본B?안숙선 창본?신영희 창본, 정광수제 춘향가 중 정광수 창본B, 박동진제 춘향가의 경우 기존 더늠의 사설적?음악적 윤곽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변이전승으로 새롭게 재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음이 확인되었다. 본고에서는 이처럼 춘향가의 소리 대목과 더늠에 대한 분석에 기반을 두고 그 전승 양상 및 판소리사적 의미를 공시적?통시적으로 짚어보았다. 판소리 전승의 실체라 할 수 있는 소리 대목과 더늠에 주목한 만큼, 춘향가 전승의 실상에 보다 근접한 논의가 가능하였다. 또 기존의 창본은 물론 이미 학계에 보고되었음에도 논의에서 누락되거나 조명 받지 못했던 창본, 아직 보고된 적 없는 창본을 집대성한 연구라는 점에서도 일정한 의의를 찾아볼 수 있겠다. 다만 중고제 춘향가의 경우 판소리사적 의미가 뚜렷함에도 본고에서 정한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현전 창본이 남아있지 않아 논의에 포함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춘향가 전승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 관계로 판소리 일반의 전승에 있어 주요한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더늠이나 유파의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 향후 이와 관련한 확장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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