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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비극적인 배경’이 전제된 이창동의 작품에서 인물이 현실과 맞서는 양상을 파악하고, ‘죽음’이라는 현상이 인물의 현실 대응 태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여 이창동 소설과 시나리오에서 나타나는 ‘죽음과 삶’의 미의식을 연구해보는 것이었다. 본론의 첫 장에서는 이창동 작품 속에 나타나는 죽음의 양상에 주목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죽음의 문제가 담담하고 차분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비극적인 배경’ 속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내면적 의식이 죽음에 대한 저항이 아닌 수용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며, 그 안에...

이 논문에서 목표로 삼은 것은 ‘비극적인 배경’이 전제된 이창동의 작품에서 인물이 현실과 맞서는 양상을 파악하고, ‘죽음’이라는 현상이 인물의 현실 대응 태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여 이창동 소설과 시나리오에서 나타나는 ‘죽음과 삶’의 미의식을 연구해보는 것이었다. 본론의 첫 장에서는 이창동 작품 속에 나타나는 죽음의 양상에 주목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죽음의 문제가 담담하고 차분하게 다루어지는 이유는 ‘비극적인 배경’ 속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내면적 의식이 죽음에 대한 저항이 아닌 수용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며, 그 안에서 작중인물의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긍정적 의미를 형성해내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소설과 시나리오에서 나타나는 죽음의 양상은 타인의 죽음을 경험하느냐, 혹은 주인공이 직접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작품 속에서의 죽음이 단순히 한 개인의 생명정지현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반영된 허구의 창조과정을 거쳐 소생과 갈등의 해소라는 긍정의 의미와 숭고한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또한 「불과 먼지」를 예로 들어 죽음으로부터 오는 공포와 우울, 상실감이나 허무감 등을 겪는 중에도 인물 스스로 이상적인 태도를 찾고 수용하는 모습을 통해 이창동 서사의 ‘죽음의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작가적 의지는 순간적 깨달음으로 인해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고통 자체를 흡수하고 그것을 다시 일상으로의 회귀로 승화시키는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죽음과 삶의 미의식’을 인식할 수 있었다. 본론의 두 번째 장에서는 분단 현실의 비극적 배경과 죽음과 삶의 미의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용천뱅이」, 「친기」, 「소지」는 모두 분단이라는 ‘비극적인 배경’ 속에서 이데올로기가 다른 아버지들이 살아가는 삶과 가장의 역할상실이라는 문제의식을 다룬 공통점이 있다. 가족관계의 회복을 위한 희생자로 등장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작품의 인물들은 이념대립으로부터 얽히고설킨 갈등과 불화가 해소되는 미학을 보여준다. 또한 「친기」와 「소지」에서 나타나는 샤머니즘적 의식행위는 독자로 하여금 우리 삶 속에서 겪는 죽음을 수용한다는 뜻도 되지만 내면에 자리 잡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현실의 삶을 살아간다는 상징적인 의식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본론의 세 번째 장에서는 정치적 억압의 비극적 배경과 죽음과 삶의 미의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의 노파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욕구도 허용되지 않는 비참하고 절망적인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비인간적 모순 때문에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떠올린다. 아들의 ‘죽음’은 부정적 현실에 대한 노파의 저항의식으로 다시 발현되어 억압된 사회 환경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지와 함께 신념에 따라 권력에 대응한다는 가능성을 나타낸다. <박하사탕>의 영호가 선택한 죽음 이면에는 한 개인의 인생을 파괴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행사한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맞이하는 비극적 결말의 모습이 나타난다. 영호가 자살을 시도하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절규하는 장면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순수성이 훼손되지 않은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이며,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간이라는 현재성이 주는 의미를 전달한다. 본론의 마지막 장에서는 자아정체성 상실과 죽음과 삶의 미의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늘등」은 방황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한 인물의 삶과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 자아정체성의 혼란과 상실, 그리고 성찰과정에 보다 더 집중하는 일종의 성장소설의 특징을 보인다. 광희형의 죽음을 통해 신혜는 혼돈스러웠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뇌하였고 그것은 다시 회복의 의지와 소생의 가능성으로 승화된다. 또한 자신의 의지가 강했던 늙은 광부의 숭고한 죽음은 자아정체성 없이 떠돌던 그녀에게 새 출발을 결심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해체되어 다시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상처 입은 <초록물고기>의 막동의 가족은 그의 죽음으로 인해 제자리를 찾는다. 막동의 부재가 가져오는 상실감과 비극은 도시화되어가는 환경 속의 건조한 삶과 점점 잃어가는 순수성이 겹쳐져 극대화되지만 막동의 희생이 우울하고 슬픈 것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적어도 막동의 가족들에게는 그것이 다시 현실과 맞서 살아가야하는 새로운 삶의 시작, ‘죽음’으로 회복한 터전이 되기 때문이다. 이창동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일상적 삶에 전제되어있는 많은 죽음과 마주한다.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죽음’을 극복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인물의 내면은 성숙하고 세계관은 확장된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죽음’이 현실에서의 건강성과 닿아있는 이유는 죽음이 또 다른 삶의 조건이자 삶을 재건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대와 사회, 권력과 제도, 우리의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자의식적 성찰을 던지는 것이 이창동 문학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