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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작가 박완서의 실제 경험이 드러나는 자전적 소설에서 ‘어머니’에 대한 형상화가 서사의 의미론적 축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완서 자전적 소설에서 어머니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지점들은 어머니에 대한 ‘나’의 시선과 관계된다. 이에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어머니’에 대한 ‘나’의 시선의 복합성을 고찰함으로써 박완서 자전적 소설의 의의를 밝히는 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전적 소설은 ‘환영의 규약’에 의해 자서전보다 작가의 내면적 진실을 드러내는 더 적합한 장르로 이야기된다. 필립 르죈에 따르면 자전적 서사는 실제의 ‘나’와 이야기된 ‘나’의 동일성에 기반한 쓰기와 읽기를 요구한다. 이에 주디스 버틀러는 ‘너’가 없다면 ‘나’의 이야기는 불가능하다는 독백과 대화의 이중구조로 자전적 서사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은 ‘나’의 삶과 ‘어머니’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르죈과 버틀러의 자전적 서사에 대한 사유가 중요한 ...

본 논문은 작가 박완서의 실제 경험이 드러나는 자전적 소설에서 ‘어머니’에 대한 형상화가 서사의 의미론적 축이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완서 자전적 소설에서 어머니가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지점들은 어머니에 대한 ‘나’의 시선과 관계된다. 이에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어머니’에 대한 ‘나’의 시선의 복합성을 고찰함으로써 박완서 자전적 소설의 의의를 밝히는 데 본 연구의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전적 소설은 ‘환영의 규약’에 의해 자서전보다 작가의 내면적 진실을 드러내는 더 적합한 장르로 이야기된다. 필립 르죈에 따르면 자전적 서사는 실제의 ‘나’와 이야기된 ‘나’의 동일성에 기반한 쓰기와 읽기를 요구한다. 이에 주디스 버틀러는 ‘너’가 없다면 ‘나’의 이야기는 불가능하다는 독백과 대화의 이중구조로 자전적 서사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은 ‘나’의 삶과 ‘어머니’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르죈과 버틀러의 자전적 서사에 대한 사유가 중요한 참조점이 된다. 박완서 자전적 소설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어머니의 문제는 작가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어머니의 삶에 딸로서 작가의 삶이 관여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다음으로 어머니가 남편과 아들을 잃은 것처럼 작가 역시 아들을 잃는 등 삶의 궤적이 어머니의 그것을 닮아있다는 점이 또한 그렇다. 그러한 서사적 연원과 르죈과 버틀러의 자전적 서사에 대한 개념에 입각하여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먹었을까��(1992)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엄마의 말뚝1｣(1981), ｢엄마의 말뚝2(1981)｣, ｢엄마의 말뚝3(1991)｣으로 텍스트를 한정하여 박완서 자전적 소설에 대한 작품 분석을 시도하였다.
박완서의 자전적 서사는 ‘어머니’의 삶이 서사의 의미론적 축이 되고 있는바, 먼저 서사의 연원이 되는 작가의 체험을 살핀다. 이는 서사의 원재료로서의 ‘어머니’와 관계되는 작가의 경험이 어떻게 서사로의 기능을 하는지를 살피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그런데 박완서 자전적 소설에서 ‘어머니’는 다양하게 드러난다. 어머니는 헌신적인 모성애를 가진 이이기도 하지만 유년의 ‘나’에 의해 진술되는 어머니는 주로 모순적인 사고의 담지자로 비춰진다. 전근대적 사회의 통념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여전히 ‘양반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이중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어머니의 이중성은 맹목적인 모성애, 특히 딸인 ‘나’보다 아들에 대한 왜곡된 사랑으로 집약되어 표현된다.
그런데 오빠의 죽음을 전후로 ‘나’에 의해 진술되는 ‘어머니’는 오빠의 불행과 동일시되어서 표현된다. ‘나’의 오빠는 좌익 활동을 하다 가족의 안위를 위해 전향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결국 죽음에 이른다. 이러한 과정을 겪는 동안 어머니는 그러한 아들과 아들의 가족, 딸인 ‘나’를 지키기 위한 ‘생존’에 바쳐져 있으며 전쟁의 폭압성 안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한다. 오빠의 죽음을 전후한 ‘나’는 성년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나’에 의해 진술되는 어머니는 ‘수난자’로서의 모습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박완서 자전적 소설에서 ‘나’에 의해 진술되는 어머니가 이중성의 면모를 보이거나 수난자의 모습으로 다르게 형상화되고 있는데 이는 어머니에 대한 ‘나’의 시선이 복합적임을 의미한다. 헌신적인 모성애를 보여주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와 애정을 가진 어머니에게는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년의 ‘나’는 어머니의 허위의식을 폭로하는데 이 때 진술되는 ‘어머니’에게는 시대·사회적인 맥락이 고려되어 있지 않다. 성년의 ‘나’는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어머니의 삶이 굴절되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어머니를 수난자로 만든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참혹한 시대 상황이 폭로되고 있다. 어머니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 줄 아는,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가진 인물이지만 수난으로 인해 이러한 면모가 굴절되는 것이다. 이후 노년에 이른 어머니를 진술하면서 ‘나’는 어머니와 상처를 드러내고 맞대면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와 어머니는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위무하며 포용하고 이것은 곧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박완서 자전적 소설에는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참혹한 시대 상황이 개인사-가족사에 각인되어 나타난다. 박완서는 자전적 소설에서 그러한 역사의 수난자로서 증언의 책무를 떠맡고 인간다운 삶을 상실하게 하는 현실을 증언한다. 또한 자전적 소설의 장르의 특색에 기대어 진실된 내적 고백을 통해 치유의 서사로써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점이 박완서 자전적 소설이 갖고 있는 문학적 의의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