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의 자리’에서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은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는 시작이다. 이 글은 베트남 전쟁 시기 파병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학살 기억문제에서 출발하여, 전쟁의 폭력성을 성찰하는 데로 나아간 시민평화법정에 주목하였다. 2018년 4월, 시민평화법정은 1968년 2월 베트남 중부 퐁니·퐁녓과 하미 마을에서 벌어진 민간인학살의 진상을 심리하고, 가해국 법정에서 가해국에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었다. 파병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변화와 ...
‘가해자의 자리’에서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은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는 시작이다. 이 글은 베트남 전쟁 시기 파병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학살 기억문제에서 출발하여, 전쟁의 폭력성을 성찰하는 데로 나아간 시민평화법정에 주목하였다. 2018년 4월, 시민평화법정은 1968년 2월 베트남 중부 퐁니·퐁녓과 하미 마을에서 벌어진 민간인학살의 진상을 심리하고, 가해국 법정에서 가해국에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었다. 파병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변화와 박정희 정권의 권위주의 정치를 배경으로 이루어졌고, 경제발전과 반공·안보 논리로 정당화되었다. 베트남 민간인을 상대로 파병 한국군이 벌인 학살, 강간 등 가해의 기억은 전후 한국에서 잊혔다. 1980년대 민주화 정신이 배태한 ‘과거를 돌아보는 정의’는 1990년대 인권·평화에 대한 시민의식 성장으로 이어졌고, 21세기 전후한 시기에 베트남 민간인학살 문제가 한국 사회의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해당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1999~2000년 46주에 걸친《한겨레21》의 특집 보도 이후였다. 보도와 함께 활발히 전개된 진실규명운동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구체적 논의, 전쟁과 학살에 대한 성찰을 이루었고, 한국 사회의 ‘평화불감증’ 치유와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교육을 지향하며 평화운동으로 나아갔다. 참전 군인들의 부인, 국가의 외면 속에서 부침하던 운동은 2015년 4월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떤런과 응우옌티탄의 방한(訪韓)을 계기로 재환기(再喚起)되었고, 2017년 2월 전담조직 한베평화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운동의 방향성과 전망에 대한 고민 끝에 베트남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시민평화법정은 책임을 외면해온 국가를 대신하여 시민사회의 탈국가적 연대가 세운 일종의 ‘인민법정’으로,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연루 가능성’을 모색하고 보편 인권에 기초한 새로운 전쟁 기억 방식을 제안하였다. 법정은 배상문제를 다루는 ‘민사재판’이자, 법정 안팎 사회구성원을 참여시키는 ‘모의재판’이었다. 심리에 국제법이 적극 원용되었고, 전문가로 구성된 재판부는 ‘진짜 법정은 아니어도 가짜 재판은 아닌’ 위상을 법정에 부여하였다. 대한민국의 법적 책임을 선포한 판결은 청중에게 법정 ‘밖’ 몫에 대한 성찰을 과제로 남겼다. 오늘날 긴밀해진 한·베 관계는 베트남 전쟁 기억에 대한 대한민국의 침묵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국제사회 속 베트남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던 이전의 태도를 폐기하고 있다. 외면하는 국가를 대신하여 베트남 전쟁에 대한 새로운 기억·기념 문화를 만들어온 한국 시민사회는 시민평화법정을 계기로 법적·제도적 논의 안팎을 횡단하며 전쟁·학살 문제를 성찰해온 일련의 과정이 한국 사회 전체에 유의미하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간의 의례로 국가 기억 주변부로 밀려난 죽음을 추모해온 베트남 사람들은 오늘날 한국 시민사회와의 탈국가적 연대 안에서 역사 진상규명과 상처 치유를 모색하고 있다.
‘가해자의 자리’에서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은 역사의 진실에 다가서는 시작이다. 이 글은 베트남 전쟁 시기 파병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학살 기억문제에서 출발하여, 전쟁의 폭력성을 성찰하는 데로 나아간 시민평화법정에 주목하였다. 2018년 4월, 시민평화법정은 1968년 2월 베트남 중부 퐁니·퐁녓과 하미 마을에서 벌어진 민간인학살의 진상을 심리하고, 가해국 법정에서 가해국에 전쟁범죄의 책임을 물었다. 파병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변화와 박정희 정권의 권위주의 정치를 배경으로 이루어졌고, 경제발전과 반공·안보 논리로 정당화되었다. 베트남 민간인을 상대로 파병 한국군이 벌인 학살, 강간 등 가해의 기억은 전후 한국에서 잊혔다. 1980년대 민주화 정신이 배태한 ‘과거를 돌아보는 정의’는 1990년대 인권·평화에 대한 시민의식 성장으로 이어졌고, 21세기 전후한 시기에 베트남 민간인학살 문제가 한국 사회의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해당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1999~2000년 46주에 걸친《한겨레21》의 특집 보도 이후였다. 보도와 함께 활발히 전개된 진실규명운동은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한 구체적 논의, 전쟁과 학살에 대한 성찰을 이루었고, 한국 사회의 ‘평화불감증’ 치유와 다음 세대를 위한 평화교육을 지향하며 평화운동으로 나아갔다. 참전 군인들의 부인, 국가의 외면 속에서 부침하던 운동은 2015년 4월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떤런과 응우옌티탄의 방한(訪韓)을 계기로 재환기(再喚起)되었고, 2017년 2월 전담조직 한베평화재단 설립으로 이어졌다. 운동의 방향성과 전망에 대한 고민 끝에 베트남 민간인학살 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접근이 시도되었다. 시민평화법정은 책임을 외면해온 국가를 대신하여 시민사회의 탈국가적 연대가 세운 일종의 ‘인민법정’으로,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연루 가능성’을 모색하고 보편 인권에 기초한 새로운 전쟁 기억 방식을 제안하였다. 법정은 배상문제를 다루는 ‘민사재판’이자, 법정 안팎 사회구성원을 참여시키는 ‘모의재판’이었다. 심리에 국제법이 적극 원용되었고, 전문가로 구성된 재판부는 ‘진짜 법정은 아니어도 가짜 재판은 아닌’ 위상을 법정에 부여하였다. 대한민국의 법적 책임을 선포한 판결은 청중에게 법정 ‘밖’ 몫에 대한 성찰을 과제로 남겼다. 오늘날 긴밀해진 한·베 관계는 베트남 전쟁 기억에 대한 대한민국의 침묵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국제사회 속 베트남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에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지 않았던 이전의 태도를 폐기하고 있다. 외면하는 국가를 대신하여 베트남 전쟁에 대한 새로운 기억·기념 문화를 만들어온 한국 시민사회는 시민평화법정을 계기로 법적·제도적 논의 안팎을 횡단하며 전쟁·학살 문제를 성찰해온 일련의 과정이 한국 사회 전체에 유의미하도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간의 의례로 국가 기억 주변부로 밀려난 죽음을 추모해온 베트남 사람들은 오늘날 한국 시민사회와의 탈국가적 연대 안에서 역사 진상규명과 상처 치유를 모색하고 있다.
This article focuses on the Civil Peace Court, which began as a remembrance project to honor Vietnamese civilians massacred by Korean troops during the Vietnam War; that project then expanded its scope to reflect on the violence of war. In April 2018, the Civil Peace Court heard the truth about the ...
This article focuses on the Civil Peace Court, which began as a remembrance project to honor Vietnamese civilians massacred by Korean troops during the Vietnam War; that project then expanded its scope to reflect on the violence of war. In April 2018, the Civil Peace Court heard the truth about the massacres of civilians that occurred in 1968 in the villages of Phong Nhi·Phong Nhat and Hami in central Vietnam and held the Republic of Korea accountable for war crimes in a court of law. The dispatching of troops to Vietnam took place against a backdrop of shifting US policies in East Asia and the authoritarian politics of Park Chung-hee's regime, and was justified under the goals of anti-communism and developmentalism. The war crimes committed by South Korean soldiers against Vietnamese civilians had long been forgotten in South Korea after the end of the war. A sentiment of justice-that-remembers -the-past, which was born out of the spirit of South Korea’s democratization in 1980, led to the growth of citizenship for human rights and peace in the 1990s and allowed the issue of the Vietnamese genocide to emerge as a major issue in South Korean society around the turn of the 21st century. The issue of civilian massacres by South Korean soldiers was brought to the public’s attention in South Korea in 1999 by a report written by the weekly magazine The Hankyoreh21. The truth-seeking movement, which had been actively unfolding since the news broke, resulted in discussions about the truth of history and reflections on the war and massacres. The movement moved forward as a peace movement for the next generation. healing the peace-insensitivity of Korean society. But it stalled due to resistance from veterans and an unwilling state. It was then revitalized by the April 2015 visit of genocide survivors to Korea, which led to the establishment of an organization in 2017 dedicated to the issue of the Vietnamese genocide. After considerations of the movement’s direction and prospects, a legal and institutional approach to the issue of the massacre of Vietnamese civilians was adopted. The Civil Peace Court is a people's tribunal established by a transnational solidarity of civil society in response to the Korean Government's avoidance of its responsibility to uncover the truth. The Court served as both a civil trial dealing with reparations and a mock trial featuring dramatic rituals that engage members of the community both inside and outside the courtroom. International law was actively invoked in the proceedings, and a tribunal of experts made the court feel between somewhat real but also not entirely fake. Improved relations with Vietnam are challenging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outdated way of remembering. With Vietnam's rising political and economic status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e Vietnamese government is gradually shifting away from its previous attitude refraining from demanding an apology or compensation from South Korea. South Korean civil society has been working within and beyond the formal processes and authority of national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to uncover the truth, contemplate the war’s impact, and advocate for social justice. The Vietnamese people continue to seek historical justice and healing via transnational solidarity with South Korean civil society.
This article focuses on the Civil Peace Court, which began as a remembrance project to honor Vietnamese civilians massacred by Korean troops during the Vietnam War; that project then expanded its scope to reflect on the violence of war. In April 2018, the Civil Peace Court heard the truth about the massacres of civilians that occurred in 1968 in the villages of Phong Nhi·Phong Nhat and Hami in central Vietnam and held the Republic of Korea accountable for war crimes in a court of law. The dispatching of troops to Vietnam took place against a backdrop of shifting US policies in East Asia and the authoritarian politics of Park Chung-hee's regime, and was justified under the goals of anti-communism and developmentalism. The war crimes committed by South Korean soldiers against Vietnamese civilians had long been forgotten in South Korea after the end of the war. A sentiment of justice-that-remembers -the-past, which was born out of the spirit of South Korea’s democratization in 1980, led to the growth of citizenship for human rights and peace in the 1990s and allowed the issue of the Vietnamese genocide to emerge as a major issue in South Korean society around the turn of the 21st century. The issue of civilian massacres by South Korean soldiers was brought to the public’s attention in South Korea in 1999 by a report written by the weekly magazine The Hankyoreh21. The truth-seeking movement, which had been actively unfolding since the news broke, resulted in discussions about the truth of history and reflections on the war and massacres. The movement moved forward as a peace movement for the next generation. healing the peace-insensitivity of Korean society. But it stalled due to resistance from veterans and an unwilling state. It was then revitalized by the April 2015 visit of genocide survivors to Korea, which led to the establishment of an organization in 2017 dedicated to the issue of the Vietnamese genocide. After considerations of the movement’s direction and prospects, a legal and institutional approach to the issue of the massacre of Vietnamese civilians was adopted. The Civil Peace Court is a people's tribunal established by a transnational solidarity of civil society in response to the Korean Government's avoidance of its responsibility to uncover the truth. The Court served as both a civil trial dealing with reparations and a mock trial featuring dramatic rituals that engage members of the community both inside and outside the courtroom. International law was actively invoked in the proceedings, and a tribunal of experts made the court feel between somewhat real but also not entirely fake. Improved relations with Vietnam are challenging the South Korean Government's outdated way of remembering. With Vietnam's rising political and economic status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e Vietnamese government is gradually shifting away from its previous attitude refraining from demanding an apology or compensation from South Korea. South Korean civil society has been working within and beyond the formal processes and authority of national and international organizations to uncover the truth, contemplate the war’s impact, and advocate for social justice. The Vietnamese people continue to seek historical justice and healing via transnational solidarity with South Korean civi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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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평화법정 베트남 전쟁 기억 ‘가해자의 자리’에 서기 베트남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운동 법적·제도적 접근 탈국가적 연대 새로운 전쟁 기억 방식 성찰적 기억문화 교육과 정립 Civil Peace Court Vietnam War memories admit to being perpetrators investigating the genocide in Vietnam legal and institutional approach transnational solidarity new way to remember the war teaching and establishing a culture of reflective memory
학위논문 정보
저자
함수민
학위수여기관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학위구분
국내석사
학과
역사교육전공
지도교수
김성보
발행연도
2024
총페이지
ⅴ, 78 p.
키워드
시민평화법정 베트남 전쟁 기억 ‘가해자의 자리’에 서기 베트남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운동 법적·제도적 접근 탈국가적 연대 새로운 전쟁 기억 방식 성찰적 기억문화 교육과 정립 Civil Peace Court Vietnam War memories admit to being perpetrators investigating the genocide in Vietnam legal and institutional approach transnational solidarity new way to remember the war teaching and establishing a culture of reflective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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