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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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은 16세기 중·후반 루터의 종교개혁이라는 중대한 사회 변동 상황에서 가톨릭교회가 대처한 미술정책과 그것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살펴본 것이다. 프로테스탄트의 종교개혁에 대처하기 위해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로마교회는 대대적인 반종교개혁 운동 다시 말해 가톨릭개혁 운동을 펼쳐나갔는데 그것이 구체적으로 논의 된 것이 18년에 걸쳐 진행된 트렌트 공의회이다.

이 공의회에서 결정된 가톨릭의 미술에 대한 입장은 당시 미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본 논문에서는 당시 교회의 입장을 대표적인 가톨릭의 중심지였던 로마와 볼로냐의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최초의 예수회 성당인 로마의 일 제수 성당의 벽화작업을 맡았던 시피오네 풀조네의 작품을 통해서 반종교개혁 미술의 특정 유형을 추적해 보았다.

볼로냐에서 활동했던 안니발레 카라치의 작품은 16세기 후반에 제작된 대표적인 가톨릭개혁미술이자 그것이 바로크 양식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가톨릭교회가 프로테스탄트와의 대결에서 안정과 승리의 구도로 접어들자마자 반종교개혁미술은 자연스럽게 바로크 양식으로 이행된다. 가톨릭개혁 미술과 바로크 미술은 표현방식이나 도상 등에 있어서 상당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으나, 미술이 종교를 위한 수단에 보다 더 충실했던 것이 전자였다면, 가톨릭이 프로테스탄트와의 대결구도에서 벗어나 보다 여유를 가지고 그들의 승리를 표현한 것이 후자였다고 생각한다. 가톨릭개혁 미술이 바로크 미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볼로냐의 안니발레를 비롯한 카라치가 화가들의 재능과 그들이 설립한 아카데미아 델리 인캄미나티에서 이루어진 소묘 중심의 자연주의와 절충주의 회화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는 르네상스의 발상지로서 1530년경까지 유래 없는 문화적, 예술적 부흥과 자유를 만끽했었다. 그러나 ‘로마의 약탈’, ‘피렌체의 포위’로 상징되는 이탈리아 자치 국가들의 스페인 통치와 루터의 종교개혁과 그에 따른 대대적인 가톨릭 개혁운동은 예술가, 교회, 주문자, 관객들로 하여금 그동안 누렸던 자유의 상당부분을 반납하게 만들었다. 가톨릭이 안정을 되찾고 승리를 구가하자 미술에서는 그동안 억압되었던 것이 폭발하듯 나타났다. 이제 주문자도, 예술가도, 신자도 보다 여유로운 상태에서 미술을 제작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설득, 감동, 감정의 극대화로 표현할 수 있는 바로크 미술은 가톨릭개혁시절 교회가 그토록 주장했던 종교 미술의 역할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바로크 미술은 가톨릭개혁의 토양 안에서 싹텄고, 시기상으로는 바로 경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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