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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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생한 9ㆍ11테러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져 주면서, 테러대상국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테러와 무관하다고 보여졌던 나라들에게도 테러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최근의 테러는 전통적 의미의 테러에서 벗어나 특이한 특징을 보이고 있는데, 테러조직의 국가의존성 탈피, 대량인 명살상 기도, 테러활동의 첨단성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 영국 등은 특별 입법 등을 통하여 테러에 대비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에는 유사법 제정을 통하여 테러대비 및 군사력 보강 등을 기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월드컵 및 아시안게임을 대비할 목적으로 정부에 의하여 테러방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인데, 동 법안에서는 『테러』를 ‘정치적ㆍ종교적ㆍ이념적 또는 민족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을 추구하거나 그 주의 또는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행하는 국가요인 등의 납치ㆍ암살, 국가중요시설 등의 폭파, 항공기 등 교통수단의 납치ㆍ폭파, 폭발물ㆍ화생방물질 등을 이용한 대규모 인명살상 등의 행위로서 국가안보 또는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중대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개념정의하고 있다.

테러에 대한 효율적 투쟁을 위한 입법적 조치들은 필연적인 것이다. 국가와 사회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가와 사회의 영속성 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과 기본적 인권도 모두 보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테러로부터의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각종 강화된 입법조치들은 필수불가결한 것이지만, 이러한 입법조치들은 인권보장과의 조화속에서 비로소 그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테러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위한 입법조치들이 인권보장의 이념을 저해하지 않고, 테러방지를 위한 수단들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테러에 대한 효과적 대응조치들이 인권보장의 이념에 반해서는 안 될 뿐 아니라, 동시에 인권보장의 이념에 기여하여야 한다. 테러방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들에는 효율성과 신속성 못지 않게 적법성과 정당성의 이념이 투영되어야 한다. 테러에 대한 효율적 대응을 통하여 테러로부터 국가와 사회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과 테러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있으며, 또한 반드시 양립되어야 한다. 그 두 명제의 조화로운 양립, 그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법률가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며, 포기할 수 없는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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