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Ⅰ. 연구목적 및 방법
1. 연구목적 및 배경
서구 박물관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필두로 그리고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붐을 일으키며 도처에서 건립된 박물관들은 그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시작된 변화는 이전의 그것과 궤를 달리한다. 최근 서구 박물관의 대대적인 지형도 변화는 지구화, 다문화주의, 이주민의 사회적 통합 등을 둘러싼 갈등과 같은 현안들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지금 서구 박물관은 ‘식민박물관(colonial museum)’에서 ‘포스트식민박물관(pos

Ⅰ. 연구목적 및 방법
1. 연구목적 및 배경
서구 박물관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18세기 영국과 프랑스를 필두로 그리고 19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붐을 일으키며 도처에서 건립된 박물관들은 그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시작된 변화는 이전의 그것과 궤를 달리한다. 최근 서구 박물관의 대대적인 지형도 변화는 지구화, 다문화주의, 이주민의 사회적 통합 등을 둘러싼 갈등과 같은 현안들과 긴밀히 맞물려 있다. 지금 서구 박물관은 ‘식민박물관(colonial museum)’에서 ‘포스트식민박물관(postcolonial museum)’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국민·민족 만들기의 문화적 첨병이었던 박물관이 문화 소통의 장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식민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소수자, 이주민, 원주민과 그 후손들을 통합하는 일에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처방 뿐 아니라 문화적 인정(recognition)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식민박물관에 서 포스트식민박물관으로의 이행은 지구화와 대량 이주의 시대에 서구 사회가 직면한 국가·국민정체성 위기에 대응하고 극복하려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연구가 서구 박물관의 변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8세기 말 서구에서 공공박물관이 건립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소장품을 활용한 역사 서술은 박물관의 본래 목적이었다. 특히 19세기 이래 런던, 파리, 뉴욕, 베를린 등지에 건립된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Victoria & Albert Museum)’, ‘인류박물관(Musée de l’Homme)’, ‘아메리
카인디언박물관(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베를린민족학박물관(Museum für Völkerkunde in Berlin) 등 이른바 ‘인류학’ 박물관(ethnological/anthropological museum)은 다양한 유형의 역사 내러티브(historical narrative)를 생산했다. 인류학박물관은 한편에는 원시 문화와 원시인, 다른 한편에는 진화의 정점에 선 근대적 인간을 배치함으로써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는 역사 서술의 주체였다. 이 점에서 서구의 인류학박물관은 대표적인 식민박물관이다.
식민박물관에서 포스트식민박물관으로의 이행은 서구 박물관의 역사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변화이다. 기존 박물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식민주의 역사를 성찰하며 포스트식민박물관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포스트식민박물관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경우는 ‘대화와 소통의 장’을 표방하며 새로 건립된 박물관들이다. 영국의 ‘영제국·연방박물관(British Empire & Commonwealth Museum)’과 ‘국제노예제박물관(International Slavery Museum)’, 프랑스의 ‘브랑리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 ‘국립이민사박물관(Cité Nationale de l'Historie de l'Immigration)’, 미국의 ‘국립아메리카인디언 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그리고 독일 ‘크로이츠베르크박물관(Kreuzberg Museum)’의 이민사 전시는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식민박물관과 포스트식민박물관이 명백한 역사 서술의 주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에 대한 역사가들의 관심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대적 무관심으로 인한 역사학적 박물관 연구의 부재는 박물관의 역사 내러티브가 갖는 공공성과 대중성을 고려할 때 시급히 메워야할 역사학의 공백이다. 공공박물관이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기획 활동에서 제시하는 역사 내러티브는 대중들에게 ‘공식화된 역사’라는 인상을 각인한다. 최근 영화·다큐멘터리 같은 시각 매체를 통한 역사 서술에 대한 관심이 역사가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역사학자의 박물관 연구는 더욱 시급하다. 이 연구가 식민박물관과 포스트식민박물관의 기획과 전시의 저변에 역사 내러티브가 흐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그 내러티브의 내용과 역할에 분석의 초점을 맞추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19세기 이래 서구 식민박물관이 주조한 역사 내러티브는 기본적으로 유럽중심주의적·식민주의적 세계사와 보편사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식민박물관의 역사 내러티브는 인류학, 고고학, 지질학, 천문학, 고생물학 등 근대적 “역사과학(historical sciences)”(Bennett, 1997)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구인들이야말로 세계 문명의 중심이라는 “감정의 공동체(community of sentiment)”(Weber, 1946)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것이 이 연구가 1년차의 연구 과제로 서구 식민박물관의 역사 내러티브를 분석하는 이유이다. 즉, 이 연구는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의 대표적인 식민박물관의 기획과 전시, 그리고 주요 관련 인물의 저술과 활동을 분석해 역사 내러티브의 내용과 성격을 규명할 것이다.
식민박물관 연구를 통해 확보된 성과를 바탕으로 2차년도에는 포스트식민박물관의 역사 내러티브를 분석·검토할 것이다. 사실상 포스트식민박물관은 그 기획과 전시 모두에서 과거 식민 박물관의 역사 내러티브를 수정, 보완 혹은 폐기하려는 시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차년도 연구에서도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의 대표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포스트식민박물관의 상설전시, 기획전시, 그리고 이를 주도한 인물들의 기획 의도 등이 핵심 분석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2차년도 연구에서는 포스트식민박물관의 역사 내러티브의 내용과 성격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포스트식민주의 역사학 등 최근 역사학계의 성과를 적극 활용한다. 그 이유는 서구 포스트식민박물관이 스스로 주장하듯 식민주의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는지 아니면 세련된 방식으로 식민주의를 수정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목차 Contents

• 표지 ... 1
• 차례 ... 2
• Ⅰ. 연구목적 및 방법 ... 3
• 1. 연구목적 및 배경 ... 3
• 2. 연구내용, 범위 및 방법 ... 4
• Ⅱ. 연구수행 내용 및 결과 ... 15
• 1. 1차년도 연구수행 내용 ... 15
• 2. 2차년도 연구수행 내용 ... 19
• Ⅲ. 연구결과 활용계획 ... 25
• 1. 연구결과 활용계획 ... 25
• 2. 연구성과 ... 27
• Ⅳ. 참고문헌 ... 27
• 끝페이지 ...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