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

국제관계에 있어 군사력과 경제력은 국력, 그리고 국가전략의 양대 축이다. 그속성에서 파괴적인 군사력은 응징용으로, 건설적인 경제력은 보상용으로 주로 사용됐지만 현대에는 그 같은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현대 무기의 파괴력이 매우 높고 삶의 조건이 그 파괴에 취약해 짐에 따라 군사력의 사용이 자제되고 대신 경제력도 응징용으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제재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제재는 정상적인 경제관계의 흐름을 교란하여 상대국의 경제에 피해를 주는 강압적 외교조치이다. 국가들은 그것을 협박하거나 실행함으로써 상대국의 정책변경을

국제관계에 있어 군사력과 경제력은 국력, 그리고 국가전략의 양대 축이다. 그속성에서 파괴적인 군사력은 응징용으로, 건설적인 경제력은 보상용으로 주로 사용됐지만 현대에는 그 같은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현대 무기의 파괴력이 매우 높고 삶의 조건이 그 파괴에 취약해 짐에 따라 군사력의 사용이 자제되고 대신 경제력도 응징용으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제재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제재는 정상적인 경제관계의 흐름을 교란하여 상대국의 경제에 피해를 주는 강압적 외교조치이다. 국가들은 그것을 협박하거나 실행함으로써 상대국의 정책변경을 유도하고, 그런 의미에서 경제제재는 외교의 주된 수단의 하나다. 그러나 경제제재는 (1) “경제제재는 통하지 않는다”는 통설처럼 그 정책효과성의 문제, (2) 양날의 칼처럼 제재실행국가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합리성의 문제, (3) 정책과 무관한 무고한 일반인들에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도덕성의 문제, 그리고 (4) 시장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원칙의 문제가 있다는 점이 널리 지적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 경제제재의 빈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위 “경제제재의 역설”이란 용어가 대두됐다. 그러나 그 역설은 (1) 표본추출의 오류로 인해, (2) 그 전략적 성격에 대한 오해로 인해, 나아가 (3) 그 오해에 기인한 실행의 착오로 인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 첫째, 경제제재는 원래 암묵적으로 “협박”되고 그 협박이 성공하면 실행에 옮겨지지 않기 때문에, 경제제재에 관한 연구는 실행에 옮겨진 사례에만 초점을 두는 표본추출의 오류가 있다. 둘째, 경제제재의 협상력은 그것이 실행에 옮겨져 피해를 줄 수 있는 “가능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일단 실행에 옮겨진 제재는 그 협상력을 상실하고 따라서 정책효과를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셋째, 실행에 옮겨진 경제제재의 협상력은 그 해제의 가능성에서 나오며 그 협상력을 활용하려면 상대를 관여 또는 포용해야 하는데 국가들은 정치적 이유로 그 협상력을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988∼2008년 20년간 미국의 대 미얀마 정책은 그 같은 오류를 범했다. 조건부 협박을 통해 제재의 가능성이 가진 협상력을 살리는 대신 거의 무조건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일단 실행된 제재의 해제가능성이 가진 협상력을 살리기 위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 2009년에 취임한 오바마 행정부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하여 “제재 대(對) 관여”의 양분법적 접근을 거부하고 미얀마 군사정부를 적극 포용하여 정치적 민주화, 경제개혁과 개방을 촉진하는데 성공했다. 그 배경에는 물론 20년간의 제재가 미얀마의 정치, 경제, 외교에 미친 장기적 효과가 있었다. 오랜 경제제재는 경제적 난국과 외교적 고립을 초래했지만, 동시에 군사정권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가져왔다. 그 강화된 입장으로 말미암아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요구에 응하더라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협상이 가능했던 것이다. 경제제재의 가능성이 가진 협상력을 살리지 못한 채 실행에 옮겨지고, 실행된 경제제재의 해제가능성이 가진 협상력을 적절히 살리지 못하는 정책적 오류는 경제제재가 (1) 상대의 ‘부당행위’에 대한 징벌적 성격과 (2) 상대의 정책변경을 유도하는 전략적 성격을 아울러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이후 취해진 대북 5·24조치가 좋은 예다. 당시 정부는 (1) 북한의 도발을 응징함으로써 ‘사법적 정의’를 실천하는 한편 국민감정을 달래고, (2) 추가도발을 억지하는 한편 (3) 사과와 재발방지를 강제하기 위해 포괄적인 내용의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징벌적 측면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어 가용한 카드를 모두 소진한 결과 추가제재의 가능성이 지닌 협상력을 살리지 못했다. 해제의 조건도 상대의 구체적인 행동에 연계함으로써 그 해제의 가능성이 가진 포괄적 협상력을 십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명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 협상력을 활용하여 실질적인 측면에서의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적 협상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목차 Contents

• 표지 ... 1
• 목차 ... 3
• 요약 ... 4
• I. 서론 ... 6
• II. 이론: 경제제재의 역설 ... 11
• 1. 경제제재의 역설 ... 11
• 2. 치국경세술/외교수단으로서 경제제재 ... 13
• 3. 경제제재는 왜 효과가 약한가? 상대국가의 대응조치 ... 20
• III. 미국-미얀마 관계, 1988-2008 ... 22
• 1. 미국의 대 미얀마 정책, 1988-2008 ... 23
• 2. 미얀마의 대응 ... 27
• 3. 경제제재의 장기적 효과 ... 33
• IV. 미국-미얀마 관계개선 ... 37
• 1. 오바마 행정부의 대미얀마 관여정책 ... 37
• 2. 미얀마의 민주화 ... 39
• 3. 미국-미얀마 관계개선 ... 42
• V. 북한에 대한 함의 ... 45
• 1. 미국-미얀마 관계에 있어서 제재와 관여의 전략적 효과 ... 45
• 2. 대북제재의 경우 ... 50
• 3. 북한에 대한 시사점 ... 53
• VI. 결론 ... 56
• 참고문헌 ... 58
• 끝페이지 ...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