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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밖의 거실에선 한 남자가 담배를 피며, 한가롭게 TV를 시청하고 있다가 공구가방을 들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는 여인의 처절한 몸부림과 비명에는 아랑곳없이 미소를 지으며, 살인도구를 꺼낸다.
영화 ‘추격자’의 압권은 단연 주인공 지영민(하정우 분)의 엽기 살인행각. 그가 보여준 캐릭터는 그 이전의 영화에선 볼 수 없었던 것. 미소를 지으며 살인을 하는 그는 상대방의 고통이나 공포심 따윈 안중에도 없다. 그가 죽인 사람들은 특별한 원한이나 증오심이 없는 사람들로 그에게 살인은 하나의 이벤트이자, 즐거운 오락이다.
그러나 그는 운전도 할 줄 알고, 스스로 경찰서에서 진술조서도 꾸밀 줄 아는 지능을 갖고 있다. 또 성적 욕망, 흡연, 음주 등 인간으로서 그의 욕구는 평범한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현대사회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일반 대중들과 섞여 살며, 호시탐탐 살인의 축제를 즐기려는 그들에 대한 대책은 아직 전무후무한 상태.
그러나 지난 2일 반가운 소식이 과학계에서 흘러나왔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장 신희섭 박사 연구팀이 사이코패스의 뇌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 신 박사는 자료를 통해 “다른 사람의 공포나 고통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뇌 영역과 작동 원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과연 사이코패스의 비밀은 무엇일까?
독특한 뇌 구조의 사이코패스들
이에 대해 범죄 심리전문가 이수정 경기대 범죄 심리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며, 감정적으로 냉담한 특징을 갖는 심리상태”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즉,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나 사고가 부족하다 보니 정상적인 사회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폭력성이 높아지고 반사회적 범죄에 쉽게 빠져든다. 지능적인 연쇄살인범 중에 사이코패스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
심리학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심리학적 치료는 거의 불가능하며, 대안은 이러한 인격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가 건강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사이코패스들의 반인륜적 범죄는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특별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독특한 정신세계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그들만이 갖고 있는 뇌구조의 비밀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미국 브르크하멜 국립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의 15%밖에 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고통에 무감각하므로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로 받게 될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재범률도 높고 연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일반 범죄자들보다 높다고 한다.
또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분비물인 세로토닌이 부족해 사소한 일에도 강한 공격적 성향을 드러낸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는 이 같은 유전적·생물학적 요인에 사회 환경적 요인이 결합돼 나타나는 전인격적 병리현상으로 본다고 했다.
사이코패스, 그들의 뇌구조는 과연 일반인과 다른 것일까?
L-타입 칼슘이온통로가 공감의 열쇠
지난 2006년 제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된 신 박사는 뇌인지 기능의 신경과학적 원리를 규명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국가과학자 선정 1주년 기념강연에서 재밌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신 박사는 돌연변이 생쥐를 이용한 뇌 연구를 통해 공포와 고통에 관해 공감하지 못하는 동물의 특성에 대해 강연했다. 돌연변이 생쥐란? 유전자 녹아웃(Knockout)’ 기법에 의해 유전자 조작을 한 줄기세포를 대리모에 이식 후, 특정 유전자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생쥐. 이 돌연변이 생쥐는 단백질 이상으로 신경회로 및 뇌기능에 이상을 가져오고, 결국, 행동에도 이상을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 신 박사의 설명.
신 박사는 강연에서 “모든 마음 작용의 바탕에는 뇌의 작동이 존재한다”며, “유전자는 우리 몸의 기본구조와 대체적인 기능을 형성하는 설계도면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도 이에 해당하고, 유전자에 환경 및 경험이 합쳐지면서 다양성이 생기고, 뇌가 형성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동물의 뇌 연구를 통해 인간의 뇌를 알 수 있다며 생쥐를 이용, 재밌는 공포 실험 동영상을 보여줬다.
동영상에서 고양이를 처음 본 생쥐는 실험기구 안에서 호기심이 발동해 고양이에게 다가가지만 중간에 공포심으로 주춤하게 된다. 반면에 돌연변이 생쥐는 고양이에게 거침없이 다가가고, 고양이에게 몸을 맞대고 타고 올라가서도 전혀 공포심을 느끼지 않는 것.
신 박사는 “이런 실험을 통해서 현재 뇌의 기전이 많이 밝혀졌다”며 “인간 유전자의 대부분이 생쥐에게도 있고 비슷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런 생쥐실험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우리의 마음을 연구하는 길이며, 그 결과로서 인간 행동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의 뇌과학은 과거에 과학적 설명이 불가능하게 여겼던 마음의 기능을 하나하나 밝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 3월 2일 신 박사팀은 타인의 공포를 공감하는 능력에 관여하는 뇌 회로들과 그 기작을 최초로 규명, 사이코패스의 뇌구조와 관련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공포 감정이입에 있어서 뇌신경의 내측통증체계(medial pain system)가 관여하며, 여기에 L-타입 칼슘이온통로(L-type Ca2+ channel)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아울러 한 케이지에서 함께 생활한 기간이 오래 될수록 관찰하는 마우스가 느끼는 공포가 크다는 사실을 통해, 공포 공감능력이 고통을 받는 마우스와 이를 관찰하는 마우스 간의 친밀도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 비밀의 열쇠는 L-타입 유전자. 신 박사팀은 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전측대상회피질에서만 L-타입 유전자를 결손 시킨 돌연변이 생쥐의 경우, 공포 공감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통해 L-타입 칼슘이온통로가 공포 공감능력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임을 밝혀냈다.
신 박사는“공포 공감능력에 관여하는 뇌 회로를 규명하고 L-타입 칼슘이온통로가 이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밝혀, 향후 공포 공감능력에 장애를 보이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는 사이코패스의 뇌구조가 더 자세히 밝혀지면 이들을 위한 맞춤형 치료법도 나오지 않을까?
저자 | 조행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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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사이언스타임즈 |
출처 | https://www.sciencetimes.co.kr/?p=813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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