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결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름철 맞선녀 꼴불견’이라는 주제에 남자 회원 약 50%는 여성의 ‘과한 향수 냄새’(49.9%)라고 대답했고, ‘여름철 맞선남 꼴불견’에 대해선 여성 회원 중 절반이 넘는 51.4%가 ‘얼굴에 줄줄 흐르는 땀과, 겨드랑이 땀자국’ 이라고 대답했다. ‘여름에 맞선 보면 이런 점이 불편하다’는 공통 질문에 대해선 줄줄 흐르는 땀(43.1%) 이 가장 높았다.


땀, 성별에 따라 차이있어
 


@img17@2010년 8월, 일본 오사카 대학교와 고베 대학의 합동 연구로 땀과 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그들은 실험을 위해 총 37명의 남녀를 모집했다. 이들은 운동을 한 남성과 하지 않은 남성, 그리고 운동을 한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으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온도가 일정한 공간에서 한 시간 동안 최대 호흡량의 35% ~ 60%로 점진적으로 강해지는 운동을 수행한 후에 땀의 발생을 검사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남성은 여성보다 땀의 발생량이 더 많았고, 같은 성별일지라도 운동을 했던 사람은 그렇지않은 사람에 비해 땀을 더 잘 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차이는 운동 강도가 강해질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땀을 잘 흘리는 것은 인체가 처리할 수 있는 운동의 강도가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땀으로 체내의 열기를 배출할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큼 운동수행능력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를 진행한 이노우에 박사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체액이 적다. 그리고 더 쉽게 탈수 작용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여성은 더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분 손실이 적은 쪽으로 적응되어 왔을 것”이라 설명했다. 덧붙여 반면에 남자가 더 땀을 흘리는 이유는 노동과 육체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유를 찾은 것이다.
땀 자체에는 냄새가 없다. 체취는 땀 속에 들어있는 성분 자체로부터가 아니라 체모 근처에 몰려 살고 있는 박테리아가 땀 성분을 분해해 악취성 물질을 만들기 때문에 생긴다. 땀샘뿐만 아니라 겨드랑이, 머리피부, 성기 및 항문 주변에 몰려있는 기타 분비선의 분비물이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로 변하면서 체취가 나는 것이다. 땀도 그렇지만 이들 분비선에서 분비되는 물질의 종류와 양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따라서 이들 분비물로부터 생기는 화합물의 종류와 양에 따라 사람마다 체취가 다르다.
2009년, 스위스의 크리스티안 스타르겐맨 박사는 남녀의 겨드랑이 냄새를 비교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팀은 남성 실험자 25명과 여성 실험자 24명이 깨끗하게 씻고 15분 동안 사우나에 들어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땀을 흘린 후에 겨드랑이의 땀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성별에 따라 땀 냄새도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황 화합물이 많은 여성의 땀은 양파와 자몽과 같이 시큼한 냄새가 나며, 지방산 함량이 많은 남성의 땀은 오래된 치즈와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면역적 다양성과 관련



체취는 식습관 및 질병, 생활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남녀뿐만 아니라 개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에 반응할 때, 여성의 경우에 남성에 비해 향과 관련된 제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후각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다. 또한 스위스 베른 대학 동물학 교실의 웨디킨드 박사팀은 여성이 남성의 체취에 더 민감한 이유를 면역적 다양성을 위한 것이란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img16@그들은 남학생 44명을 뽑아 이틀 동안 같은 티셔츠를 입고 자게 한 후. 여학생 49명에게 티셔츠의 냄새를 맡게 한 다음 ‘좋은 냄새와 나쁜 냄새’를 가려내고 10단계로 이를 평가하게 하였다. 여학생은 1인당 T셔츠 6장의 냄새를 맡았는데 그 중 3장은 여학생과 거의 비슷한 HLA형의 남학생이 입었던 T셔츠이고 나머지 3장은 HLA형이 다른 남학생의 T셔츠였다.
MHC 단백질은 신체 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이식 면역반응에서 적합성을 결정하는 단백질이다. 가능한 한 다양한 종류의 MHC단백질이 있어야 여러 가지 항원에 대항하는 데 유리하다. 사람의 MHC는 각별히 HLA(Human Leukocyte Antigen) 유전자라 부른다.
이렇게 해서 두 그룹으로 나눠진 남학생에 대한 여학생의 점수를 비교해 보니 일정한 경향이 나타났다. HLA형이 자신과 다른 남학생의 T셔츠는 ‘좋은 느낌’으로, 자신의 것과 같은 HLA형을 지닌 남학생의 T셔츠는 ‘안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인 결과였다.
HLA형이 다른 남녀가 아이를 낳으면 새로운 HLA를 많이 보유하여 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HLA의 일치도가 높은 남녀의 아이는 HLA의 종류가 한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질 것이다. 인간은 직접적으로 구별하지 못하지만, 자신과 HLA가 다른 이성에게 더욱 호감을 느끼고 끌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체취는 단순한 냄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성을 선택하고 나아가 자손을 번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