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진동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맨 처음 이 기술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의 시청각 정보에서 벗어나, 촉각과 힘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햅틱 기술’(haptic)이다.
그리스어로 ‘만지는’ 이라는 뜻의 형용사인 ‘haptesthai’에서 온 말로, 컴퓨터 촉각기술을 의미한다. 컴퓨터의 기능 가운데 사용자의 입력 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 조이스틱, 터치스크린 등을 통해 촉각과 힘, 운동감 등을 느끼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놀이동산에서 상영되는 영화에서는 화면이 움직이는 대로 의자가 움직여 속도감이나 충돌감을 전달하여, 관객 자신이 그 장면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햅틱스의 힘 피드백을 활용한 예이다. 이 외에도 만지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촉각 피드백’도 있다.
바로 이 ‘촉각 피드백’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이 의학 분야이다. 채윤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은 햅틱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각종 침자수기법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학술지 ‘보안대체의학’(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을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원문링크)
한의학을 대표하는 치료기술인 침은 침습적 시술로, 때에 따라서 생명에 위협을 줄 수도 있는 고난이도 의료행위이다. 그래서 침구의학 교육에서 수기법에 대한 중요성은 늘 강조되는 부분이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을 위해서는 오랜 숙련을 통해 한의사가 손 끝으로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위한 충분한 실습 여건이 주어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방법은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침자수기법을 위한 햅틱시뮬레이션을 개발하였다.
햅틱정보 기반의 팬텀 경혈을 개발하여 침자수 기법 연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인체의 주요 경혈에서 염전 수기법을 수행하는 동안 측정된 생체역학정보에 기반하여 여러 종류의 매체를 추렸고, 그 중에서 햅틱 시뮬레이션으로 가장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팬텀경혈을 제시하였다.
특히 임상 한의사 조차 팬텀경혈상의 수기법을 시행할 경우, 비슷한 수준의 느낌을 손에서 느껴 구별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는 최적의 팬텀을 통해 침자 수기법을 연습할 수 있는 모형을 제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햅틱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종 침자수기법의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키보드 만지는 듯한 터치 키패드 개발

사실 이전까지 햅틱 기술은 항공기 및 전투기 시뮬레이션 또는 가상영화체험 영화와 게임등에서 주로 적용되어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기술이 적용된 터치스크린 휴대전화가 출시되면서 개인 사용자들에게 친숙하게 적용되면서 주목받게 됐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왔고, 머지 않아 터치스크린에 뜨는 키보드를 실제 키보드처럼 느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뇌가 손가락으로 촉각 정보를 읽어 들이는 방식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햅틱 환상(haptic illusion) 현상을 기반으로하는 기술로, 스티븐 마뉴엘(Steven G. Manuel) 노스웨스턴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USA) 교수를 비롯한 공동 연구팀이 개발했다. (원문링크)
평면 스크린에서 햅틱 지각 시스템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표현 햅틱’ 기술 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상당히 유의미하게 평가되고 있다. 연구팀은 터치로 실제 사람들이 스크린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고자 했다.
뇌가 여러 손가락으로부터 온 정보를 어떻게 융합해서 인식하는지 보기 위해서 햅틱 기술을 이용하였다. 손가락에 힘을 줘 평평한 표면을 따라 만지게 되면 표면에 마치 돌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가상 돌기 현상’(virtual bump illusion) 현상을 이용하였다.
햅틱 기술과 새로운 수학적 모델을 도입, 두 개의 가상 돌기를 만들고 두 돌기 사이 거리를 조절하였다. 그 결과, 두 가상 돌기를 각각의 손가락이 동시에 만졌을 때 피실험자는 이를 하나의 돌기인 것처럼 인식했다. 즉, 평면 스크린에도 독특한 질감 등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화면에 있는 키패드를 누를 때 진짜 키보드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향후 시각장애인용 기기나 차량 대시보드, 비디오게임 등 햅틱 기술이 들어간 여러 응용분야에 사용될 수 있다. 단순히 키보드처럼 느끼는 터치스크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표면 햅틱 기술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터치스크린을 만질 때 어떤 종류의 자극이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는지 알아야 한다. 즉, 어떤 종류의 자극이 평평함이 아닌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게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에 대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공 위 손짓으로 모니터에 글자 입력도

최근 허공 위 손짓으로 모니터에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는데, 여기에도 햅틱 기술이 적용되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봤던 익숙한 장면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체감응솔루션 연구단 소속 연구팀은 ‘공간 화이트보드’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원문링크)
연구팀은 허공에 입력한 제스처를 인식하여 실제 패드와 스크린에 입력이 가능한 공간 화이트보드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허공을 칠판처럼 사용하는 기술인데, 이를 적용하면 칠판이나 종이에 글자를 쓰는 것처럼 공간상에서도 자유롭게 글자나 정보 등을 입력하여 소통할 수 있다.
핵심은 영상처리와 접촉감각에 있다. 연구팀은 반지형 장치에 햅틱 기능을 적용하여 사용자의 손이 가상공간에 닿을 때 진동을 통해 터치스크린이나 화이트보드에 접촉되는 느낌을 주도록 하였다. 손가락의 힘에 따라 진동의 진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사용자는 손가락 움직임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 기술은 거리정보의 차이를 분석하여 보다 정확하게 사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햅틱 기술을 통한 실감나는 피드백 역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햅틱 기술이 직접 스크린에 닿음으로써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닿지 않아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적용된 것이다.
현재 햅틱 기술 연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는 시뮬레이터 팀에서 전투기 조종 연습을 위한 햅틱 장치와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봇 등으로 많은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햅틱 장치도 출력 장치로 쓰이는 모니터, 스피커와 더불어 기본으로 장착되어 갈 전망이다. 여가 산업과 연계한다면 경제적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앞으로 햅틱 기술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