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제하는 일에, 국가는 적극적이지 못한데, 이는 ‘인권’ 담론의 ‘남성적’ 구성으로부터 기인한다. 특히 아내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면서 동시에 부부관계 내에서 발생한다는 점으로 인하여, 남성중심적으로 구성된 ‘인권’의 틀 내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내’라는 지위는, 평등한 계약당사자들을 전제로 하는 근대 사회계약론에서도 독립적인 개인의 위치에 놓여지지 못하였다. 물론 사회계약론의 여성의 위치가 현대 인권론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인권론의 변화에 따라 여성인권 침해를 인권 논의의 틀 안에 포섭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은 많은 경우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변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내폭력 또한 전통적으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는 공간 및 관계에서 일어난다. 사적 영역을 국가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은 ‘1세대 인권론’의 핵심으로, 헌법상 기본권의 방어권적 성격 또한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적 영역 내에서 발생하는 아내폭력을 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외부의 개입, 특히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아내의 인권 보호 차원에 앞서 국가에 의한 가족의 침해라는 우려를 불러온다. 2. 이 논문에서는 가정폭력특례법 운용이 아내폭력 규제에 소극적인 이유로, 인권론이 여성인권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공/사 분리가 성별적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례법상의 임시조치 및 보호처분이 피해자의 인권을 충분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피해아내에게 가해남편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부담을 지게 하는 등의 문제는 아내폭력이 여성인권을 침해한다는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사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로 인하여 헌법상 사생활권은 아내의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권리,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등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아내폭력이 사적 영역의 문제로 이해될 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주장하는 피해아내의 사생활권 주장은 아내폭력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한계로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서 사생활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권리 및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는 어느 한 편이 실현되면 다른 한 편은 포기될 수밖에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즉, 아내의 인간의 존엄성 및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을 침해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반대로 사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면 피해아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신체의 완전성은 보호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피해아내의 사생활권 보장을 위하여 아내폭력을 묵인해야 하는 결과마저 가져올 수 있다. 3.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하나의 실마리로서 사생활권의 새로운 고찰을 시도해 보았다. 기본권 주체를 타인으로부터 독립된 자율적 존재로 보는 한에서는, 아내폭력을 사생활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폭력관계 속에 머무르고자 하는 피해아내의 행동을 비합리적인 것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중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본권 주체가 자신을 둘러싼 타인 및 생활관계의 맥락 속에서 살아가며, 자율성뿐 아니라 친밀성 역시 추구하는 존재라고 이해한다면 이러한 피해아내의 행동 역시 맥락 속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며, 이때 피해아내가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재고할 필요성이 생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고 볼 때, 사생활권의 보호 대상으로서의 사생활은 외부에서 고립된 개인만의 영역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피해아내가 아내폭력을 사생활로 은폐하고자 하는 이유가, 아내폭력을 자신의 힘으로-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며 자신이 처한 복합적 맥락의 한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이때 피해아내가 보장받고자 하는 사생활은 공-사의 상호형성적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결국 아내폭력에 있어서 헌법적 보호가 요구되는 피해아내의 사생활이란, 자신이 속한 생활공동체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유의미한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자율적이고 안전한 삶을 확보할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4. 아내폭력에서 사생활의 의미를 이렇게 이해한다면, 피해아내의 표면적인 의사가 아내폭력 사건 처리의 기준이 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피해아내의 의사가 고려될 수 있는 경우는 아내와 남편의 권력관계가 심하게 불균형하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의 자율적 조절이 가능한 경우에 한정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의 아내폭력은 다른 폭력범죄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물론 전자의 경우라도 아내폭력은 피해아내의 자율성을 훼손하며 심리적 억압을 초래한다. 더구나 아내폭력이 사회적으로 범죄로 인식되기 어렵고 가해자 및 주변 사람들과의 친밀성(...
1.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제하는 일에, 국가는 적극적이지 못한데, 이는 ‘인권’ 담론의 ‘남성적’ 구성으로부터 기인한다. 특히 아내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면서 동시에 부부관계 내에서 발생한다는 점으로 인하여, 남성중심적으로 구성된 ‘인권’의 틀 내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내’라는 지위는, 평등한 계약당사자들을 전제로 하는 근대 사회계약론에서도 독립적인 개인의 위치에 놓여지지 못하였다. 물론 사회계약론의 여성의 위치가 현대 인권론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인권론의 변화에 따라 여성인권 침해를 인권 논의의 틀 안에 포섭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은 많은 경우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변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내폭력 또한 전통적으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는 공간 및 관계에서 일어난다. 사적 영역을 국가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은 ‘1세대 인권론’의 핵심으로, 헌법상 기본권의 방어권적 성격 또한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적 영역 내에서 발생하는 아내폭력을 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외부의 개입, 특히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아내의 인권 보호 차원에 앞서 국가에 의한 가족의 침해라는 우려를 불러온다. 2. 이 논문에서는 가정폭력특례법 운용이 아내폭력 규제에 소극적인 이유로, 인권론이 여성인권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공/사 분리가 성별적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례법상의 임시조치 및 보호처분이 피해자의 인권을 충분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피해아내에게 가해남편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부담을 지게 하는 등의 문제는 아내폭력이 여성인권을 침해한다는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사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로 인하여 헌법상 사생활권은 아내의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권리,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등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아내폭력이 사적 영역의 문제로 이해될 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주장하는 피해아내의 사생활권 주장은 아내폭력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한계로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서 사생활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권리 및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는 어느 한 편이 실현되면 다른 한 편은 포기될 수밖에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즉, 아내의 인간의 존엄성 및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을 침해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반대로 사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면 피해아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신체의 완전성은 보호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피해아내의 사생활권 보장을 위하여 아내폭력을 묵인해야 하는 결과마저 가져올 수 있다. 3.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하나의 실마리로서 사생활권의 새로운 고찰을 시도해 보았다. 기본권 주체를 타인으로부터 독립된 자율적 존재로 보는 한에서는, 아내폭력을 사생활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폭력관계 속에 머무르고자 하는 피해아내의 행동을 비합리적인 것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중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본권 주체가 자신을 둘러싼 타인 및 생활관계의 맥락 속에서 살아가며, 자율성뿐 아니라 친밀성 역시 추구하는 존재라고 이해한다면 이러한 피해아내의 행동 역시 맥락 속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며, 이때 피해아내가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재고할 필요성이 생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고 볼 때, 사생활권의 보호 대상으로서의 사생활은 외부에서 고립된 개인만의 영역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피해아내가 아내폭력을 사생활로 은폐하고자 하는 이유가, 아내폭력을 자신의 힘으로-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며 자신이 처한 복합적 맥락의 한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이때 피해아내가 보장받고자 하는 사생활은 공-사의 상호형성적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결국 아내폭력에 있어서 헌법적 보호가 요구되는 피해아내의 사생활이란, 자신이 속한 생활공동체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유의미한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자율적이고 안전한 삶을 확보할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4. 아내폭력에서 사생활의 의미를 이렇게 이해한다면, 피해아내의 표면적인 의사가 아내폭력 사건 처리의 기준이 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피해아내의 의사가 고려될 수 있는 경우는 아내와 남편의 권력관계가 심하게 불균형하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의 자율적 조절이 가능한 경우에 한정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의 아내폭력은 다른 폭력범죄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물론 전자의 경우라도 아내폭력은 피해아내의 자율성을 훼손하며 심리적 억압을 초래한다. 더구나 아내폭력이 사회적으로 범죄로 인식되기 어렵고 가해자 및 주변 사람들과의 친밀성(intimacy)이 피해자의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피해아내의 ‘진정한’ 의사를 파악하기 위한 지원은 필요하다. 영국의 가정폭력 전담관 제도는 사회적 지원의 한 사례로서 참고할 만하다. 5. 성별에 근거한 폭력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기반을 파괴하며, 나아가서는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성차별의 가장 근본적 형태이다. 따라서 아내폭력 또한 여성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가정폭력특례법의 입법목적은 수정되어야 한다.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일은 가정구성원의 인권 보호와 별개인 어떤 가치를 지향할 수는 없다. 특례법의 운용에 있어 가정 회복과 가정구성원의 인권 보호가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권 보호 차원이 우선하여야 하므로, 입법목적 조항에서 가정 회복은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아내폭력은 범죄의 성격상 스토킹(stalking)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형사처벌만으로는 피해아내 및 피해아내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도 접근제한이나 친권제한 등 필요한 보호처분을 병과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제하는 일에, 국가는 적극적이지 못한데, 이는 ‘인권’ 담론의 ‘남성적’ 구성으로부터 기인한다. 특히 아내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면서 동시에 부부관계 내에서 발생한다는 점으로 인하여, 남성중심적으로 구성된 ‘인권’의 틀 내에서 논의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내’라는 지위는, 평등한 계약당사자들을 전제로 하는 근대 사회계약론에서도 독립적인 개인의 위치에 놓여지지 못하였다. 물론 사회계약론의 여성의 위치가 현대 인권론에서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인권론의 변화에 따라 여성인권 침해를 인권 논의의 틀 안에 포섭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폭력은 많은 경우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근본적 변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내폭력 또한 전통적으로 사적 영역으로 간주되는 공간 및 관계에서 일어난다. 사적 영역을 국가의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으로 지키고자 하는 것은 ‘1세대 인권론’의 핵심으로, 헌법상 기본권의 방어권적 성격 또한 여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사적 영역 내에서 발생하는 아내폭력을 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외부의 개입, 특히 국가의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피해아내의 인권 보호 차원에 앞서 국가에 의한 가족의 침해라는 우려를 불러온다. 2. 이 논문에서는 가정폭력특례법 운용이 아내폭력 규제에 소극적인 이유로, 인권론이 여성인권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공/사 분리가 성별적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례법상의 임시조치 및 보호처분이 피해자의 인권을 충분히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피해아내에게 가해남편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부담을 지게 하는 등의 문제는 아내폭력이 여성인권을 침해한다는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사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로 인하여 헌법상 사생활권은 아내의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권리,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등과 충돌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아내폭력이 사적 영역의 문제로 이해될 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주장하는 피해아내의 사생활권 주장은 아내폭력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한계로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에서 사생활권과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권리 및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는 어느 한 편이 실현되면 다른 한 편은 포기될 수밖에 없는 관계에 놓이게 된다. 즉, 아내의 인간의 존엄성 및 신체의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을 침해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반대로 사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면 피해아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신체의 완전성은 보호할 수 없다. 이에 따르면 피해아내의 사생활권 보장을 위하여 아내폭력을 묵인해야 하는 결과마저 가져올 수 있다. 3. 이러한 모순을 해결할 하나의 실마리로서 사생활권의 새로운 고찰을 시도해 보았다. 기본권 주체를 타인으로부터 독립된 자율적 존재로 보는 한에서는, 아내폭력을 사생활이라고 주장함으로써 폭력관계 속에 머무르고자 하는 피해아내의 행동을 비합리적인 것으로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다중적 역할을 수행하는 기본권 주체가 자신을 둘러싼 타인 및 생활관계의 맥락 속에서 살아가며, 자율성뿐 아니라 친밀성 역시 추구하는 존재라고 이해한다면 이러한 피해아내의 행동 역시 맥락 속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며, 이때 피해아내가 보호받기를 원하는 사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재고할 필요성이 생긴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있다고 볼 때, 사생활권의 보호 대상으로서의 사생활은 외부에서 고립된 개인만의 영역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피해아내가 아내폭력을 사생활로 은폐하고자 하는 이유가, 아내폭력을 자신의 힘으로-사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며 자신이 처한 복합적 맥락의 한계 내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한 것이기 때문에, 이때 피해아내가 보장받고자 하는 사생활은 공-사의 상호형성적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만 한다. 결국 아내폭력에 있어서 헌법적 보호가 요구되는 피해아내의 사생활이란, 자신이 속한 생활공동체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고 유의미한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으며 자율적이고 안전한 삶을 확보할 수 있는 것 그 자체를 의미한다. 4. 아내폭력에서 사생활의 의미를 이렇게 이해한다면, 피해아내의 표면적인 의사가 아내폭력 사건 처리의 기준이 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피해아내의 의사가 고려될 수 있는 경우는 아내와 남편의 권력관계가 심하게 불균형하지는 않아서 어느 정도의 자율적 조절이 가능한 경우에 한정되며, 그렇지 못한 경우의 아내폭력은 다른 폭력범죄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 물론 전자의 경우라도 아내폭력은 피해아내의 자율성을 훼손하며 심리적 억압을 초래한다. 더구나 아내폭력이 사회적으로 범죄로 인식되기 어렵고 가해자 및 주변 사람들과의 친밀성(intimacy)이 피해자의 의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피해아내의 ‘진정한’ 의사를 파악하기 위한 지원은 필요하다. 영국의 가정폭력 전담관 제도는 사회적 지원의 한 사례로서 참고할 만하다. 5. 성별에 근거한 폭력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이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기반을 파괴하며, 나아가서는 사회의 온전한 구성원이 되는 것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구조적 성차별의 가장 근본적 형태이다. 따라서 아내폭력 또한 여성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가정폭력특례법의 입법목적은 수정되어야 한다.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일은 가정구성원의 인권 보호와 별개인 어떤 가치를 지향할 수는 없다. 특례법의 운용에 있어 가정 회복과 가정구성원의 인권 보호가 양립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권 보호 차원이 우선하여야 하므로, 입법목적 조항에서 가정 회복은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아내폭력은 범죄의 성격상 스토킹(stalking)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형사처벌만으로는 피해아내 및 피해아내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타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도 접근제한이나 친권제한 등 필요한 보호처분을 병과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AI-Helper는 부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