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은 섬세한 언어, 낯설고 독특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정신적 위기를 노래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의 격동기인 1980년대의 중심에 서 있던 이성복, 그의 독특한 자의식은 그만의 섬세한 감각에서 시작하였다. 이성복의 시는 현실의 폭압 속에 일그러진 삶을 실존의 언어로 감싸 안으며, 삶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도정을 나타낸다.
이성복의 초기시를 살펴보면 시적자아가 바라보는 세계를 아버지, 어머니, 형과 누이 등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 즉 가족 모티프로써 형상화하는 방법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가령, 가족의 구...
이성복은 섬세한 언어, 낯설고 독특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정신적 위기를 노래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의 격동기인 1980년대의 중심에 서 있던 이성복, 그의 독특한 자의식은 그만의 섬세한 감각에서 시작하였다. 이성복의 시는 현실의 폭압 속에 일그러진 삶을 실존의 언어로 감싸 안으며, 삶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도정을 나타낸다.
이성복의 초기시를 살펴보면 시적자아가 바라보는 세계를 아버지, 어머니, 형과 누이 등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 즉 가족 모티프로써 형상화하는 방법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가령, 가족의 구성원인 아버지는 봉건적 권위를 내세우는 폭압적 주체로 나타나고, 아버지와 세상에 유린당하는 누이나 아버지의 대척점에 서 있는 어머니는 타자(他者)로 설정되어 나타난다.
이성복은 자신의 초기시와 관련하여 주체의 폭압으로 얼룩진 아버지의 세계를 비꼬며 풍자한 시집임을 밝힌 바 있다. 즉, 시에 등장하는 아버지나 어머니, 형, 누이 등의 인물은 현실적 차원에서 시작하여 상징적인 차원까지를 포괄하는 매우 복합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복 시의 아버지는 현실의 내 아버지면서, 동시에 모든 이들의 아버지이며, 종교적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이성복의 시에서 가족의 모습이란 ‘소우주-대우주’의 일치, 즉 ‘세계의 제유’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성복 초기시를 살펴보면 각 시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시적자아의 상징적 죽음과 재생을 통한 성장이라는 통과제의(通過祭儀, Rites of Passage)적 서사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과제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네덜란드계 프랑스 인류학자 반 헤네프(A. van Gennep)에 따르면, 통과제의는 인간 개체의 사회적, 종교적 지위 변화와 관련한 의례 행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반 헤네프는 통과제의 도식(schéma of rites de passage)을 제시하며 이전의 사회적 지위나 상태에서 격리되는 ‘분리’ 단계,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거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전이’ 단계, 새로운 세계의 일원이 되거나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는 ‘통합’ 단계로 구성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통과제의 도식의 3단계 과정은 이성복 초기시의 서사성과 일면 상응함을 알 수 있다.
결국 위의 두 가지 이론의 연계성은 이성복 초기시가 통과제의적 서사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할 사실이 있다. 이성복 시에 나타나는 서사의 주체 즉, 시적자아는 일정한 ‘무언가(what)’ 혹은 ‘어딘가(where)’로부터 분리되고, 전이되고, 통합되었다. 또 ‘어딘가’로부터 길을 떠났고 다시 되돌아왔다. 그렇다면 그 ‘어딘가’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언가(what)’는 어떠한 사물의 미지칭 표현이고, ‘어딘가(where)’는 어떠한 장소나 공간의 미지칭 표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어딘가’가 필연적으로 공간(space)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본고는 이성복 초기시의 통과제의적 서사성이 나타날 수 있는 주요한 원인을 ‘공간’에서 찾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성복 초기시의 통과제의적 서사성에 관해 볼노가 주장한 ‘공간성의 변화태’의 단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본고는 이성복 초기시를 시적자아가 성장하는 과정이 드러난, 통과제의적 흐름을 지녔다고 보고 각 단계에서 시적자아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연구함으로써 그의 시세계를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Ⅱ-1에서는 이성복 시의 시적자아가 집의 붕괴로 인하여 고통을 겪는 모습을 「금촌 가는 길 1, 3」, 「어떤 싸움의 記錄」, 「꽃 피는 아버지 2, 3」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Ⅱ-2에서는 유곽으로 상징되는 절망의 공간에서 시적자아가 겪는 치욕에 대하여 「자고 나면 龜甲 같은 치욕이」,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그날」, 「약속의 땅」, 「소풍」, 「어제는 하루종일 걸었다」, 「이젠 내보내주세요」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Ⅲ-1에서는 시적자아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의존하는 절대타자로서의 어머니를 바슐라르가 주장한 ‘동굴’이라는 모성(母性)의 공간으로 파악하고,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금빛 거미 앞에서」, 「분지일기」, 「사슬」, 「어머니 1」, 「聖母聖月 1」, 「또 비가 오면」, 「남해 금산」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Ⅲ-2에서는 모성의 공간인 동굴에서 휴식을 취한 시적자아가 다시 자신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고, 그러한 ‘길’ 위에서 홀로서는 모습을 「숨길 수 없는 노래 4」, 「편지 5」, 「강 1」, 「숨길 수 없는 노래 3」, 「밤이 오면 길이」, 「서해」, 「산길 2」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Ⅳ-1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꾸림으로써 얻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공간인 ‘소박한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열린 안도감을 느끼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집」, 「만남」, 「산」,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8」, 「삼월」, 「잠」,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Ⅳ-2에서는 공간을 초월하여 참된 거주를 실현하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22」,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4」,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6」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본고는 이성복 초기시의 서사적 변모양상을 공간의 관점으로 규명한다는 연구 목적상, 연구대상 및 범위를 이성복의 초기시로 한정하고, 그간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이성복의 시의 ‘공간’을 연구한다.
이성복은 섬세한 언어, 낯설고 독특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정신적 위기를 노래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의 격동기인 1980년대의 중심에 서 있던 이성복, 그의 독특한 자의식은 그만의 섬세한 감각에서 시작하였다. 이성복의 시는 현실의 폭압 속에 일그러진 삶을 실존의 언어로 감싸 안으며, 삶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도정을 나타낸다.
이성복의 초기시를 살펴보면 시적자아가 바라보는 세계를 아버지, 어머니, 형과 누이 등 일반적인 가족의 모습 즉 가족 모티프로써 형상화하는 방법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가령, 가족의 구성원인 아버지는 봉건적 권위를 내세우는 폭압적 주체로 나타나고, 아버지와 세상에 유린당하는 누이나 아버지의 대척점에 서 있는 어머니는 타자(他者)로 설정되어 나타난다.
이성복은 자신의 초기시와 관련하여 주체의 폭압으로 얼룩진 아버지의 세계를 비꼬며 풍자한 시집임을 밝힌 바 있다. 즉, 시에 등장하는 아버지나 어머니, 형, 누이 등의 인물은 현실적 차원에서 시작하여 상징적인 차원까지를 포괄하는 매우 복합적인 존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성복 시의 아버지는 현실의 내 아버지면서, 동시에 모든 이들의 아버지이며, 종교적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렇게 본다면 이성복의 시에서 가족의 모습이란 ‘소우주-대우주’의 일치, 즉 ‘세계의 제유’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성복 초기시를 살펴보면 각 시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시적자아의 상징적 죽음과 재생을 통한 성장이라는 통과제의(通過祭儀, Rites of Passage)적 서사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과제의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네덜란드계 프랑스 인류학자 반 헤네프(A. van Gennep)에 따르면, 통과제의는 인간 개체의 사회적, 종교적 지위 변화와 관련한 의례 행사를 지칭하는 말이다. 반 헤네프는 통과제의 도식(schéma of rites de passage)을 제시하며 이전의 사회적 지위나 상태에서 격리되는 ‘분리’ 단계, 새로운 지위를 획득하거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전이’ 단계, 새로운 세계의 일원이 되거나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는 ‘통합’ 단계로 구성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러한 통과제의 도식의 3단계 과정은 이성복 초기시의 서사성과 일면 상응함을 알 수 있다.
결국 위의 두 가지 이론의 연계성은 이성복 초기시가 통과제의적 서사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증명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할 사실이 있다. 이성복 시에 나타나는 서사의 주체 즉, 시적자아는 일정한 ‘무언가(what)’ 혹은 ‘어딘가(where)’로부터 분리되고, 전이되고, 통합되었다. 또 ‘어딘가’로부터 길을 떠났고 다시 되돌아왔다. 그렇다면 그 ‘어딘가’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무언가(what)’는 어떠한 사물의 미지칭 표현이고, ‘어딘가(where)’는 어떠한 장소나 공간의 미지칭 표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어딘가’가 필연적으로 공간(space)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본고는 이성복 초기시의 통과제의적 서사성이 나타날 수 있는 주요한 원인을 ‘공간’에서 찾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성복 초기시의 통과제의적 서사성에 관해 볼노가 주장한 ‘공간성의 변화태’의 단계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설명을 종합하면, 본고는 이성복 초기시를 시적자아가 성장하는 과정이 드러난, 통과제의적 흐름을 지녔다고 보고 각 단계에서 시적자아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연구함으로써 그의 시세계를 새롭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Ⅱ-1에서는 이성복 시의 시적자아가 집의 붕괴로 인하여 고통을 겪는 모습을 「금촌 가는 길 1, 3」, 「어떤 싸움의 記錄」, 「꽃 피는 아버지 2, 3」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Ⅱ-2에서는 유곽으로 상징되는 절망의 공간에서 시적자아가 겪는 치욕에 대하여 「자고 나면 龜甲 같은 치욕이」,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그날」, 「약속의 땅」, 「소풍」, 「어제는 하루종일 걸었다」, 「이젠 내보내주세요」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Ⅲ-1에서는 시적자아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의존하는 절대타자로서의 어머니를 바슐라르가 주장한 ‘동굴’이라는 모성(母性)의 공간으로 파악하고,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금빛 거미 앞에서」, 「분지일기」, 「사슬」, 「어머니 1」, 「聖母聖月 1」, 「또 비가 오면」, 「남해 금산」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Ⅲ-2에서는 모성의 공간인 동굴에서 휴식을 취한 시적자아가 다시 자신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고, 그러한 ‘길’ 위에서 홀로서는 모습을 「숨길 수 없는 노래 4」, 「편지 5」, 「강 1」, 「숨길 수 없는 노래 3」, 「밤이 오면 길이」, 「서해」, 「산길 2」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Ⅳ-1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꾸림으로써 얻게 되는 진정한 의미의 공간인 ‘소박한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열린 안도감을 느끼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집」, 「만남」, 「산」,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8」, 「삼월」, 「잠」,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9」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Ⅳ-2에서는 공간을 초월하여 참된 거주를 실현하는 시적자아의 모습을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22」,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4」,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6」 등의 시편에서 확인한다.
본고는 이성복 초기시의 서사적 변모양상을 공간의 관점으로 규명한다는 연구 목적상, 연구대상 및 범위를 이성복의 초기시로 한정하고, 그간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던 이성복의 시의 ‘공간’을 연구한다.
주제어
#이성복 바슐라르 볼노 반 헤네프 통과제의 공간 공간성의 변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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