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기준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교육의 기본 설계도로서, 국가의 주요 교육정책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교육과정은 1차 교육과정 이후로 60여 년간 총 10차례의 큰 개정을 겪어왔으나 수십 년간의 개정의 역사와 그 위상에도 불구하고 내용 과다, 총론과 각론의 괴리, 교과 교육간 불균형, 교육과정 적정화 등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교육과정 개정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으며 개정의 중점으로 다루어지면서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 왔다. 특히 교육과정의 적정화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연결되어 4차 교육과정기 때부터 꾸준히 지적되었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국가교육과정은 정책으로서 사회 문제와 요구를 해결하고 반영하기 위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제도적 산물이다. 따라서 교육과정기준과 관련된 문제들을 교육적 측면뿐 아니라 정책적, 제도적 측면에서 파악하고 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김용, 2003).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적정화에 대한 연구가 적정화의 성격과 ...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기준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교육의 기본 설계도로서, 국가의 주요 교육정책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교육과정은 1차 교육과정 이후로 60여 년간 총 10차례의 큰 개정을 겪어왔으나 수십 년간의 개정의 역사와 그 위상에도 불구하고 내용 과다, 총론과 각론의 괴리, 교과 교육간 불균형, 교육과정 적정화 등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교육과정 개정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으며 개정의 중점으로 다루어지면서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 왔다. 특히 교육과정의 적정화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연결되어 4차 교육과정기 때부터 꾸준히 지적되었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국가교육과정은 정책으로서 사회 문제와 요구를 해결하고 반영하기 위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제도적 산물이다. 따라서 교육과정기준과 관련된 문제들을 교육적 측면뿐 아니라 정책적, 제도적 측면에서 파악하고 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김용, 2003).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적정화에 대한 연구가 적정화의 성격과 내용 분석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졌다면(김정효, 1985; 김재춘, 2003; 소경희, 2004; 이양락 외, 2004; 이운발 2006; 황규호, 2004; 홍후조 외, 2008; 이은정, 2012; 구원회, 2013), 본 연구는 국가교육과정에서 나타나는 적정화 관련 내용을 정책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는 것에 차별점을 두었다. 행정학적 측면에서 정책으로서의 교육과정 적정화를 살펴보는 것은 정책 환경, 권력 관계, 행위자 등 관련된 요인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책의 성공적 정착과 실패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정책은 특정 시점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둘러싼 제도와 역사적 산물인 맥락을 통해서 분석될 수 있다(하연섭, 200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정책으로서의 총론의 개발과 적용의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틀로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을 활용하였다. 연구 문제와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교육과정 정책 연구에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 적용의 가능성과 효과성은 무엇인가? -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이론적 기초와 주요 개념을 파악하여 국가 교육과정 정책 연구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한다. -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 연구에 대한 역사적 신제도주의적 분석을 통해 정책의 이해와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의 효과성을 밝힌다.
둘째,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의 개발과 적용에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이며, 각 요인은 어떻게 작동하였는가? - 역사적 신제도주의에 대한 이론적 탐색을 통해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 분석 틀을 설정한다. - 총론적 차원의 각론 교육과정 운영 방식으로서 ‘집중이수제’와 ‘핵심개념’ 중심의 교과 교육과정 재구조화를 위한 정책의 개발과 적용에 대한 사례 분석을 통해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파악하고 각 요인이 정책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였는지 분석한다. -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추후 정책 개발과 적용 과정에서의 시사점을 도출한다.
본 연구에서는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을 활용한 사례연구를 위해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개념과 관련된 공식적 문서, 학술 논문, 언론 기사, 에세이 등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문헌 분석을 실시하였다. 공식적인 문서로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보완하고 행위자 수준에서의 관련 요인에 대한 분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면담을 병행하였으며, 분석 결과에 대해 다각검증을 실시하여 질적 연구에서 발생하는 연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문제를 보완하였다. 첫 번째 연구 문제인 교육 정책에 대한 분석의 틀로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신제도주의 이론에 대해 개관하고 각 신제도주의 분파가 교육 연구에 갖는 함의를 탐구하였다. 그 결과, 역사적 신제도주의에서의 맥락과 역사적 과정에 대한 강조는 우리나라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교육과정 논의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였다.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은 역사적 산물로서의 교육제도와 정책에 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하며 국가-교육제도-사회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맥락적 특성을 고려하여 교육 현상을 분석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교육 환경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주요 개념들은 교육제도와 정책에서의 불평등한 권력자원 배분, 경로의존성에 의한 현상의 비효율성을 설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특히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구조-제도-행위자의 통합적 분석 모형은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갖는 미시적 분석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김윤권, 2005), 정책으로서 국가교육과정 연구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유용성 확인을 바탕으로 두 번째 연구 문제를 탐구하였다. 우선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적정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4차 교육과정 시기부터 최근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적정화 논의의 내용과 성격을 분석하여 보았다. 이 중 교육과정 적정화를 위한 새로운 수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 핵심개념의 도입을 앞서 고안한 역사적 신제도주의 분석 틀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두 번째 연구 문제인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관련 요인에 대한 분석 결과를 구조, 제도, 행위자 수준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적 수준에서는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변화로 인해 교육과정 정책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반영되면서 교육과정 개정의 명분이 되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 세계화, 정보화로 인한 새로운 인재의 필요성은 정책 변화의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정책 변화의 명분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면, 실제적인 변화의 계기는 정권의 교체에 의해 마련되었다. 새롭게 형성된 정권의 국정 기조, 교육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개정 교육과정 내의 교육과정 적정화 또한 정권에서 추구하는 교육 정책과 연결되어 나타났다. 둘째, 제도적 수준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적 환경은 행위자의 행위와 선호를 직·간접적으로 제약하며 정책의 변화를 제한하였다. 정책과 관련된 다른 제도, 정책, 체제 등은 제도적 상호보완성의 관점에서 정책 변화에 제약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교육과정 개정에서 정책의 적용에 영향을 주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제도적 환경으로는 정부주도의 의사결정 환경, 보수적인 교직 문화, 학력주의에 따른 입시 중시 풍토, 교과 중심 개정 체제(교과 이기주의), 총론과 각론의 분리 개발 관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은 짧게는 교육과정 개정 역사를 통해서, 길게는 우리나라 교육 역사를 통해서 형성되어 왔다. 제도적 환경은 내부 행위자들의 선호와 그에 따른 행위의 선택에 영향을 주어 제도 변화에 제약을 가한다. 이것은 제도가 장기간에 걸쳐 안정성과 지속성을 띠며 경로의존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집중이수제와 핵심개념의 도입이 각각 새로운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으로 부각되었을 때 관련된 집단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기존의 제도적 환경에 의해 선호와 행위에 제약을 받는 행위자들은 변화보다는 기존 체제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행된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은 제도적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다시 기존의 모습으로 회귀하거나, 다소 왜곡된 형태로 나타났다. 제도복합체론에 기인한 제도적 상호보완성은 새로운 교육과정 정책의 수용에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과 관련된 다른 제도, 정책, 체제 등이 서로 일치된 방향성을 갖고 있을 경우 상호 보완을 통해 정책 수용의 시너지를 발휘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개념을 도입하면서 총론과 각론의 분리된 개발 체제 극복을 위한 동시 개정 체제와 ‘국가교육과정각론조정위원회’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핵심개념의 도입이 교과 교육과정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발 체제에 변화를 꾀하면서 정책이 잘 시행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반면에 관련이 있는 다른 정책들이 새롭게 등장한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과 불일치하면서 정책 수용에 제약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의 경우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측면에서 학교 현장의 큰 변화를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되는 다른 정책들과 조율하는 조치가 미흡하였다. 집중이수제가 도입되었지만, 교원수급, 입시 정책 등 굵직한 정책들과 불일치하면서 상호 보완하지 못하고 결국 집중이수제의 안착은 제한되었다. 셋째, 행위자 수준에서 교육과정 적정화와 관련된 다양한 집단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통해 제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행위자들의 선호와 행위는 구조적, 제도적 제약 하에서 나타나지만, 행위자들의 전략, 선택, 행위자간 갈등 등이 제도 변화를 야기하기도 한다(김윤권, 2005). 우선 정책 결정을 이끄는 주요 행위자인 정부와 연구 집단은 아이디어를 통해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집중이수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증가시키고 심층학습을 방해하는 교과목의 무분별한 개설 관행을 타개하기 위한 개설과목수 적정화 방안이었으며, 핵심개념의 도입은 분절적이고 단편적인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인한 학습량 과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집중이수제와 핵심개념은 교육과정 적정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으며, 특히 집중이수제의 경우 시행 당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하여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였지만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과목에 대한 심층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교육과정 적정화의 아이디어이다. 이처럼 행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권력 관계에 의해 아이디어가 변화하거나 왜곡되기도 하였다. 이 경우 정권에서 나오는 강력한 권력 자원을 바탕으로 개정을 주도하는 교육부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였으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연구 집단의 선택은 그다음이었다.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두 주요 집단의 갈등이 존재할 경우, 우세한 권력 자원을 소유한 정부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정책 결정의 주요 행위자들 간의 아이디어에 대한 인식 차이는 결정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적용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집중이수제에 대해 자율화 정책으로 인식한 교과부와 적정화 정책으로 도입한 연구 집단의 사례가 대표적이며, 핵심개념의 도입 당시 총론 연구 집단과 각론 조정 연구 집단의 인식 차이로 인해 혼란이 야기된 경우도 한 예이다. 이렇듯 개발 과정에서의 주요 행위자 집단 간의 공유된 인식의 부족(박희경, 2016)은 정책 수용에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관련 집단과의 갈등은 정책의 변화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는 제도적 측면에서의 제약이 많아 관련 행위자들의 반발 또한 거세었다. 교과부에서는 초반에 권력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학교 현장에 강력하게 추진하였지만, 관련 집단의 반발을 좌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제도적 수준에서의 영향과 관련 집단의 반발로 인해 집중이수제는 축소·완화되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는 교육 정책과 관련된 행위자이며, 교육 주체로서,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지위를 권력의 자원으로 한다. 교육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그 지위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 정책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집단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아직 완전히 적용되지 않았으며, 변화에 대한 교육 현장의 인식이 크지 않아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의 행위를 찾기 어렵다. 반면 교과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 정부와 연구 집단이 강력하게 개입하면서 교과 교육과정 개발자들과의 갈등이 발생하였다. 핵심개념의 도입이 교과 특성과 부딪히며 나타난 반발은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의해 억제되었다. 행위자 간 권력 자원의 차이에 의해 각 집단의 행위가 제한적으로 정책 변화에 반영됨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핵심개념 도입에 대한 교과 개발자들의 반발은 현재진행형이며 다음 교육과정 개정에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될 여지가 있다. 이렇게 행위자간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환경의 변화와 권력 자원의 이동에 따라 언제든지 정책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정책 분석은 제도를 둘러싼 맥락을 분석하고, 교육과정과 맥락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국가교육과정에 나타나는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본 논문을 통해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적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적 측면에서 교육과정 개정에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 둘째, 제도적 측면에서 하향식 정책 의사결정 체제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셋째, 정책 변화에 제약으로 작용하는 제도적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제도적 상호보완성 측면에서 관련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주요 행위자들 간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 따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섯째, 교육 주체의 정책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논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은 교육과정 정책의 성패는 획기적인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하나의 제도로서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어 왔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을 활용하여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교육 정책에 대한 이해의 장을 넓혔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기준은 공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교육의 기본 설계도로서, 국가의 주요 교육정책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교육과정은 1차 교육과정 이후로 60여 년간 총 10차례의 큰 개정을 겪어왔으나 수십 년간의 개정의 역사와 그 위상에도 불구하고 내용 과다, 총론과 각론의 괴리, 교과 교육간 불균형, 교육과정 적정화 등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교육과정 개정 시기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었으며 개정의 중점으로 다루어지면서 해결 방안이 모색되어 왔다. 특히 교육과정의 적정화 문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연결되어 4차 교육과정기 때부터 꾸준히 지적되었으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여전히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국가교육과정은 정책으로서 사회 문제와 요구를 해결하고 반영하기 위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제도적 산물이다. 따라서 교육과정기준과 관련된 문제들을 교육적 측면뿐 아니라 정책적, 제도적 측면에서 파악하고 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김용, 2003). 지금까지의 교육과정 적정화에 대한 연구가 적정화의 성격과 내용 분석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졌다면(김정효, 1985; 김재춘, 2003; 소경희, 2004; 이양락 외, 2004; 이운발 2006; 황규호, 2004; 홍후조 외, 2008; 이은정, 2012; 구원회, 2013), 본 연구는 국가교육과정에서 나타나는 적정화 관련 내용을 정책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는 것에 차별점을 두었다. 행정학적 측면에서 정책으로서의 교육과정 적정화를 살펴보는 것은 정책 환경, 권력 관계, 행위자 등 관련된 요인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정책의 성공적 정착과 실패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정책은 특정 시점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둘러싼 제도와 역사적 산물인 맥락을 통해서 분석될 수 있다(하연섭, 2003).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정책으로서의 총론의 개발과 적용의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틀로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을 활용하였다. 연구 문제와 연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교육과정 정책 연구에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 적용의 가능성과 효과성은 무엇인가? -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이론적 기초와 주요 개념을 파악하여 국가 교육과정 정책 연구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탐색한다. -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 연구에 대한 역사적 신제도주의적 분석을 통해 정책의 이해와 분석에 활용될 수 있는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의 효과성을 밝힌다.
둘째,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의 개발과 적용에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이며, 각 요인은 어떻게 작동하였는가? - 역사적 신제도주의에 대한 이론적 탐색을 통해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 분석 틀을 설정한다. - 총론적 차원의 각론 교육과정 운영 방식으로서 ‘집중이수제’와 ‘핵심개념’ 중심의 교과 교육과정 재구조화를 위한 정책의 개발과 적용에 대한 사례 분석을 통해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파악하고 각 요인이 정책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였는지 분석한다. -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추후 정책 개발과 적용 과정에서의 시사점을 도출한다.
본 연구에서는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을 활용한 사례연구를 위해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개념과 관련된 공식적 문서, 학술 논문, 언론 기사, 에세이 등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문헌 분석을 실시하였다. 공식적인 문서로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보완하고 행위자 수준에서의 관련 요인에 대한 분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면담을 병행하였으며, 분석 결과에 대해 다각검증을 실시하여 질적 연구에서 발생하는 연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문제를 보완하였다. 첫 번째 연구 문제인 교육 정책에 대한 분석의 틀로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의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신제도주의 이론에 대해 개관하고 각 신제도주의 분파가 교육 연구에 갖는 함의를 탐구하였다. 그 결과, 역사적 신제도주의에서의 맥락과 역사적 과정에 대한 강조는 우리나라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교육과정 논의에 관해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효하였다.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은 역사적 산물로서의 교육제도와 정책에 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하며 국가-교육제도-사회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맥락적 특성을 고려하여 교육 현상을 분석하는 수단으로 작용하며, 우리나라의 특수한 교육 환경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주요 개념들은 교육제도와 정책에서의 불평등한 권력자원 배분, 경로의존성에 의한 현상의 비효율성을 설명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특히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구조-제도-행위자의 통합적 분석 모형은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갖는 미시적 분석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김윤권, 2005), 정책으로서 국가교육과정 연구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높다. 위와 같은 유용성 확인을 바탕으로 두 번째 연구 문제를 탐구하였다. 우선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적정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4차 교육과정 시기부터 최근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적정화 논의의 내용과 성격을 분석하여 보았다. 이 중 교육과정 적정화를 위한 새로운 수단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 핵심개념의 도입을 앞서 고안한 역사적 신제도주의 분석 틀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두 번째 연구 문제인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영향을 주는 관련 요인에 대한 분석 결과를 구조, 제도, 행위자 수준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적 수준에서는 시대적 상황과 정치적 변화로 인해 교육과정 정책 변화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반영되면서 교육과정 개정의 명분이 되었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 세계화, 정보화로 인한 새로운 인재의 필요성은 정책 변화의 중요한 이유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가 정책 변화의 명분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면, 실제적인 변화의 계기는 정권의 교체에 의해 마련되었다. 새롭게 형성된 정권의 국정 기조, 교육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개정 교육과정 내의 교육과정 적정화 또한 정권에서 추구하는 교육 정책과 연결되어 나타났다. 둘째, 제도적 수준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온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적 환경은 행위자의 행위와 선호를 직·간접적으로 제약하며 정책의 변화를 제한하였다. 정책과 관련된 다른 제도, 정책, 체제 등은 제도적 상호보완성의 관점에서 정책 변화에 제약이 되기도 하고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교육과정 개정에서 정책의 적용에 영향을 주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제도적 환경으로는 정부주도의 의사결정 환경, 보수적인 교직 문화, 학력주의에 따른 입시 중시 풍토, 교과 중심 개정 체제(교과 이기주의), 총론과 각론의 분리 개발 관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은 짧게는 교육과정 개정 역사를 통해서, 길게는 우리나라 교육 역사를 통해서 형성되어 왔다. 제도적 환경은 내부 행위자들의 선호와 그에 따른 행위의 선택에 영향을 주어 제도 변화에 제약을 가한다. 이것은 제도가 장기간에 걸쳐 안정성과 지속성을 띠며 경로의존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집중이수제와 핵심개념의 도입이 각각 새로운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으로 부각되었을 때 관련된 집단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기존의 제도적 환경에 의해 선호와 행위에 제약을 받는 행위자들은 변화보다는 기존 체제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행된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은 제도적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다시 기존의 모습으로 회귀하거나, 다소 왜곡된 형태로 나타났다. 제도복합체론에 기인한 제도적 상호보완성은 새로운 교육과정 정책의 수용에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제약을 가하기도 한다.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과 관련된 다른 제도, 정책, 체제 등이 서로 일치된 방향성을 갖고 있을 경우 상호 보완을 통해 정책 수용의 시너지를 발휘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개념을 도입하면서 총론과 각론의 분리된 개발 체제 극복을 위한 동시 개정 체제와 ‘국가교육과정각론조정위원회’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핵심개념의 도입이 교과 교육과정 개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발 체제에 변화를 꾀하면서 정책이 잘 시행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반면에 관련이 있는 다른 정책들이 새롭게 등장한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과 불일치하면서 정책 수용에 제약을 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의 경우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측면에서 학교 현장의 큰 변화를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되는 다른 정책들과 조율하는 조치가 미흡하였다. 집중이수제가 도입되었지만, 교원수급, 입시 정책 등 굵직한 정책들과 불일치하면서 상호 보완하지 못하고 결국 집중이수제의 안착은 제한되었다. 셋째, 행위자 수준에서 교육과정 적정화와 관련된 다양한 집단들의 의사결정과 행동을 통해 제도의 변화가 나타났다. 행위자들의 선호와 행위는 구조적, 제도적 제약 하에서 나타나지만, 행위자들의 전략, 선택, 행위자간 갈등 등이 제도 변화를 야기하기도 한다(김윤권, 2005). 우선 정책 결정을 이끄는 주요 행위자인 정부와 연구 집단은 아이디어를 통해 정책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 집중이수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증가시키고 심층학습을 방해하는 교과목의 무분별한 개설 관행을 타개하기 위한 개설과목수 적정화 방안이었으며, 핵심개념의 도입은 분절적이고 단편적인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인한 학습량 과다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집중이수제와 핵심개념은 교육과정 적정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였으며, 특히 집중이수제의 경우 시행 당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하여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였지만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과목에 대한 심층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교육과정 적정화의 아이디어이다. 이처럼 행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함으로써 주체적으로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권력 관계에 의해 아이디어가 변화하거나 왜곡되기도 하였다. 이 경우 정권에서 나오는 강력한 권력 자원을 바탕으로 개정을 주도하는 교육부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였으며,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연구 집단의 선택은 그다음이었다.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두 주요 집단의 갈등이 존재할 경우, 우세한 권력 자원을 소유한 정부의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정책 결정의 주요 행위자들 간의 아이디어에 대한 인식 차이는 결정 과정에서 갈등을 유발하고 적용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집중이수제에 대해 자율화 정책으로 인식한 교과부와 적정화 정책으로 도입한 연구 집단의 사례가 대표적이며, 핵심개념의 도입 당시 총론 연구 집단과 각론 조정 연구 집단의 인식 차이로 인해 혼란이 야기된 경우도 한 예이다. 이렇듯 개발 과정에서의 주요 행위자 집단 간의 공유된 인식의 부족(박희경, 2016)은 정책 수용에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관련 집단과의 갈등은 정책의 변화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는 제도적 측면에서의 제약이 많아 관련 행위자들의 반발 또한 거세었다. 교과부에서는 초반에 권력 자원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학교 현장에 강력하게 추진하였지만, 관련 집단의 반발을 좌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제도적 수준에서의 영향과 관련 집단의 반발로 인해 집중이수제는 축소·완화되었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는 교육 정책과 관련된 행위자이며, 교육 주체로서,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지위를 권력의 자원으로 한다. 교육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그 지위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교육 정책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집단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경우 아직 완전히 적용되지 않았으며, 변화에 대한 교육 현장의 인식이 크지 않아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의 행위를 찾기 어렵다. 반면 교과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 정부와 연구 집단이 강력하게 개입하면서 교과 교육과정 개발자들과의 갈등이 발생하였다. 핵심개념의 도입이 교과 특성과 부딪히며 나타난 반발은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의해 억제되었다. 행위자 간 권력 자원의 차이에 의해 각 집단의 행위가 제한적으로 정책 변화에 반영됨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핵심개념 도입에 대한 교과 개발자들의 반발은 현재진행형이며 다음 교육과정 개정에 어떠한 형태로든 반영될 여지가 있다. 이렇게 행위자간 해결되지 않은 갈등은 환경의 변화와 권력 자원의 이동에 따라 언제든지 정책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에서 정책 분석은 제도를 둘러싼 맥락을 분석하고, 교육과정과 맥락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여 국가교육과정에 나타나는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본 논문을 통해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적 제언을 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적 측면에서 교육과정 개정에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 둘째, 제도적 측면에서 하향식 정책 의사결정 체제에 대한 개선이 요구된다. 셋째, 정책 변화에 제약으로 작용하는 제도적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 넷째, 제도적 상호보완성 측면에서 관련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다섯째,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주요 행위자들 간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 따른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여섯째, 교육 주체의 정책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논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은 교육과정 정책의 성패는 획기적인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하나의 제도로서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어 왔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역사적 신제도주의 관점을 활용하여 교육과정 적정화 정책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교육 정책에 대한 이해의 장을 넓혔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제어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 교육과정 적정화 역사적 신제도주의 신제도주의 집중이수제 핵심개념 교육과정 정책 교육과정 정책의 개발과 적용 국가교육과정 총론
학위논문 정보
저자
황수아
학위수여기관
고려대학교 대학원
학위구분
국내박사
학과
교육학과
지도교수
홍후조
발행연도
2018
총페이지
xii, 278 p.
키워드
국가교육과정 적정화 정책 교육과정 적정화 역사적 신제도주의 신제도주의 집중이수제 핵심개념 교육과정 정책 교육과정 정책의 개발과 적용 국가교육과정 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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