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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IS 바로가기문학과 영상= The journal of literature and film, v.3 no.2, 2002년, pp.263 - 279
Sohyoung Chung
모더니즘에 이르러 주체성의 근원으로 여겨지던 인간의 의식은 언어철학의 등장으로 언어학적인 구성물로 재인식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주체성은 한 개인의 독창적인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사회적 상호관계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으로 규명된다. 주체성의 약화는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전자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사이보그를 다루는 과학소설과 영화는 대부분 인간과 사이보그의 대비를 통해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많은 작품들이 인간과 사이보그와의 대립을 그리지만 대부분 인간의 우월성으로 이야기의 귀결을 맺는 반면 리들리 스콧(Ridly Scott)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는 인간과 기계인간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며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는 ‘레플리컨트(replicant)’라는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한 사이보그를 등장시켜 여러 측면에서 인간과 비교한다. 고도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인간과 동일한 신체를 지닌 사이보그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이 사이보그에게 감정과 기억능력,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자아에 대한 의식까지도 부여한다.
그 결과 인간과 사이보그의 구별은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무의미한 것이 된다. 그러나 〈블레이드 러너〉에서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인간주체성의 소멸에 대한 회의와 인간의 우월성을 회복하려는 인본주의적 회귀가 아니라 우리는 이미 또 다른 진화의 단계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사이보그는 인간과 구별되는 타자(他者)가 아니라, 단지 한 단계 더 진화된 인간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가 제시하고 있는 인간성의 정의는 인간은 커다란 진화과정의 한 단계일 뿐이라는 푸코, 그리고 우리 모두 사이보그라고 선언한 하라웨이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의 주체성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각에서 탐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이보그 영화들과는 분명한 경계선이 그어지는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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