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정보
주관연구기관 |
한국노동연구원 Korea Labor Institute |
연구책임자 |
박찬임
|
참여연구자 |
이승렬
,
신현구
,
강병식
,
문무기
,
김종진
,
이정훈
|
보고서유형 | 최종보고서 |
발행국가 | 대한민국 |
언어 |
한국어
|
발행년월 | 2012-12 |
주관부처 |
국무조정실 |
사업 관리 기관 |
한국노동연구원 Korea Labor Institute |
등록번호 |
TRKO201400002906 |
사업명 |
기본연구사업 |
DB 구축일자 |
2014-05-07
|
초록
▼
◈ 서 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고 소비 자본주의가 발달한 현실 속에서 감정노동을 하는 근로자는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직무 소진이나 이직, 심리사회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감정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육체노동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감정노동 관련 연구들은 주로 감정노동 자체에만 치중하였고,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근로실태를 다룬 연구들은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 왔다. 즉 서비스업
◈ 서 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고 소비 자본주의가 발달한 현실 속에서 감정노동을 하는 근로자는 증가하고 있다. 감정노동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직무 소진이나 이직, 심리사회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감정노동을 하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육체노동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감정노동 관련 연구들은 주로 감정노동 자체에만 치중하였고,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근로실태를 다룬 연구들은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건강 문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 왔다. 즉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감정노동을 근로실태, 건강과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다룬 연구는 없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본 연구는 서비스업 근로자들의 근로실태와 감정노동실태, 그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해서 종합적으로 다루고자 하였다. 연구의 주된 대상은 서비스업 근로자 중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을 하면서 조직에서 감정노동을 통제할 것으로 여겨지는 판매직 근로자와 콜센터 근로자들로 선정하였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 감정노동에 대한 대응과 규제양식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감정노동 상황과 대응 및 규제양식을 살펴보고, 노조유형별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밝혀 서비스산업의 산재예방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건강의 악화의 업무상 재해 인정과 관련한 논의를 다루었다.
2. 연구방법
본 연구의 연구대상은 서비스업 중 판매직 근로자와 콜센터 근로자이다. 본 연구에서는 공표된 조사통계의 결과 분석, 설문조사와 심층면담조사, 기업체 사례조사, 문헌연구 등을 이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 감정노동의 개념과 연구의 분석틀
1. 감정노동의 개념
Hochschild(1983)에 의하면 감정노동이란 소비자들이 우호적이고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외모와 표정을 유지하고,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누르거나 실제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등 감정을 관리하는 노동이라고 하였다.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은 다음의 세 가지 공통된 특성이 있다(혹실드, 2009). 첫째, 고객과 직접 대면하거나 일대일로 통화해야 한다. 둘째, ‘대접받는 느낌’, ‘만족감’, ‘위협감’ 등을 느끼는 것과 같이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만들어내야 한다. 셋째, 교육과 모니터링을 통해서 고용주가 직원들의 감정적 활동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란 직업으로 인해서 감정에 부담이 지워지는 직업을 의미한다.
2.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 경향
감정노동과 관련된 연구 경향은 크게 감정노동을 조직, 구조, 서비스 일자리의 사회적 관계를 이해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것과, 감정을 표현하고 통제하는 개인의 노력과 그 결과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주로 두 번째 부분과 관련된 연구에 관심을 둘 것이다.
3. 감정노동과 건강
서비스 근로자는 일터에서 자신의 실제 감정과는 관계없이 조직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표정과 몸짓을 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은 근로자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되어 여러 가지 심리적인 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된다.
Grandey(2000)는 감정노동이 개인의 건강이나 조직의 건강성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상황적 단서 → 감정규제 과정 → 장기적 결과 등 세 단계로 설명하였다.
1단계 상황적 단서는 개인에게 감정노동 과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가의 여부를 말한다. 상황적 단서에는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정도’와 ‘감정적 사건의 발생’이 포함된다. 2단계 감정규제 과정은 일어나고 있는 감정노동의 형태와 양을 나타내는 개념으로서 표면행위와 심층행위, 감정부조화와 자발적 연기 등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표면행위란, 겉으로(표면상으로) 요구되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는 의미로서, 이 점수가 높을 경우 자신의 감정에서 소외되는 정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 심층행위란, 자신이 표현하도록 요구받은 감정을 실제로 경험하기 위해서 속으로(마음속 깊이) 노력하는 것을 말하는데 심층행위 점수가 높다면, 이러한 노력 과정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부조화는 조직이 자신에게 표현하도록 한 감정이 실제 감정과 같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서, 이 점수가 높으면 일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에서 소외되는 수준이 높고, 이는 정신적 긴장을 초래하고 직무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수 있을 것이다. 자발적 연기는 자신에게 기대되는 행위와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한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서, 심층행위를 통해서 얻은 결과로 볼 수 있다. 자발적 연기 단계에 이르면 감정노동 행위를 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정신적 긴장감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2단계 감정규제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개인적 요인과 조직적 요인이 있다. 즉 유사한 상황적 단서를 가지고 있을지라도, 개인적인 특성과 조직적인 특성이 감정노동을 더 심화시킬수도 있고, 그렇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제3단계 장기적 결과로는 개인적인 면과 조직적인 면에서의 결과를 구분해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결과로는 직무소진이나 직무만족, 개인의 사회심리적 건강 정도 등을 들 수 있다. 즉 감정노동이 심할 경우, 직무소진을 높이고 직무만족은 낮추며, 개인의 사회심리적 건강에 해를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감정노동이 조직에게 미치는 영향은 성과와 조직 이탈로 설명할 수 있는데, 즉 감정노동이 심할 경우, 조직의 성과를 낮추고 퇴사율을 높이게 될 것으로 추측된다.
4. 연구의 분석틀
Grandey(2000)의 개념을 재구성하여 본 연구의 분석틀을 마련하였다.
◈ 상품판매원․전화상담원 근로자의 근로실태와 근로환경
1. 종합소매업과 콜센터․텔레마케팅 서비스업의 현황
백화점을 포함하는 대형종합소매업의 매출액(실질)은 2009년에는 명목금액으로 483,732억 원이고, 사업체 수는 대체로 10만~11만 개소로 나타났다. 주로 5명 미만 규모의 사업체 위주이며, 종사자 수는 34만~37만 명 내외이다. 2010년의 경우 5명 미만의 사업체에 종사하는 종사자 수는 종사자 수 전체의 51.7%에 이른다.
대형종합소매업으로 분류되는 사업체 수는 2010년 현재 551개소로 종사자 수는 78,101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김종진(2009)에 따르면,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종합소매업의 경우에는 이들 사업체에 소속된 정규․비정규직 근로자 이외에도 입점업체 종업원, 용역회사 근로자 등도 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해당 사업체의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일 것으로 추측된다.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의 사업체 수는 2010년 현재 801개소로, 5명 미만의 규모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며, 과반수가 20명 미만으로 나타났다. 종사자 수는 2010년 현재 54,753천 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근로실태
상품판매원․전화상담원 서비스업 근로자는 여성의 비율, 특히 젊은 여성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고졸 출신의 비율이 높다. 근로자 전체 평균에 비해서 임시직․일용직의 비율이 높고, 평균 근속 연수는 짧고, 임금수준은 낮다.
3. 상품판매원․전화상담원의 근로환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환경조사 원자료 분석)
상점판매원과 통신서비스판매원․텔레마케터의 근무시간 유연성은 여느 근로자와 유사하다.
근골격계 작업과 관련하여 피로하거나 통증을 주는 자세는 근로자 전체의 평균보다 낮다. 다만, 상점판매원의 경우는 계속 서 있는 자세의 노출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정신적 작업 위험요인의 노출 정도는 상점판매원과 통신서비스판매원․텔레마케터 모두 전체 근로자 평균보다 높은 편이었다. 또한 일과 관련된 건강이나 안전에 관한 위험 요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었다.
근로환경에 대하여 만족하는 정도를 보면, 상점판매원과 통신서비스판매원․텔레마케터 모두 근로자 평균에 비해서 만족도가 낮은 편이었다.
◈ 판매직 근로자의 감정노동과 건강
1. 판매직 근로자의 근로특성
판매직 근로자는 별다른 기술이 없지만 돈이 필요한 여성이 쉽게 입직할 수 있는 일자리로서, 젊은 여성부터 나이든 50대 이상의 여성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근로하고 있었다.
판매직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9.3시간, 주평균 53.1시간, 주평균 5.8일 근무하는 장시간노동을 하고 있었다. 50% 정도는 초과근로를 하는 편이고, 휴일은 주중이거나 쉬는 요일이 계속 변경되었다.
판매직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6.6시간, 전체 근로시간의 70% 이상을 서서 일하고 있었으며, 전체 근로시간 중 30%가량은 육체적으로 불편한 자세로 일하고,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시간의 비중은 약 25%였다.
근무여건을 보면, 응답자의 약 70%는 휴게 공간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응답은 49% 정도였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고, 화장실을 자유롭게 가는 등의 기본적인 근무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도 30% 가까이 되었다.
임금은 시급 6,228원으로, 백화점이 가장 높고 대형쇼핑몰 내 입점점포가 가장 낮았다. 약 53%에서 성과급을 실시하고 있었다. 사회보험 가입률은 보험마다 50% 정도에 머물렀다.
2. 판매직 근로자의 감정노동 실태
판매직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32명의 고객을 5.4시간 동안 만나고 있었고, 고객 만나는 시간이 전체 근로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8%였다. 고객대면 지침이 있는 곳이 80% 이상이었고, 복장이나 외모에 대한 통제를 하는 곳도 80%가 넘었다. 약 50% 정도의 조직은 암행감찰, CCTV 등을 통해서 감시하고 있었고, 이외에도 온라인 게시판이나 임금, 인사 등의 인센티브 제도 등을 운영하면서 근로자가 고객응대 지침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극히 일부 기업에서는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전문상담가 고용, 고충처리위원회의 구성, 감정수당 제도의 도입 등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도입하였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감정노동을 완화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판매직 근로자들은 조사 직전 2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고객의 무리한 요구 3.6회, 고객의 인격무시성 발언 1.6회, 고객의 폭언이나 욕설을 0.6회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약 40% 정도의 기업에서는 고객의 폭언이나 성희롱 발언 등이 일어난 후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계속 근무하도록 하였고, 80% 정도의 조직에서는 고객의 무리한 요구, 인격무시성 발언, 폭언 등을 무조건 참도록 하였고, 고객과의 분쟁 시 잘잘못에 관계없이 무조건 사과하도록 하였다.
근로자의 감정노동 수준을 보면, 백화점에서 일하는 경우 대형마트나 대형쇼핑몰 내의 매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감정노동 수준이 높았다. 감정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개인적 특성보다는 감정적 사건의 발생 정도, 조직의 특성, 조직의 통제 정도였다. 고객의 무리한 요구, 폭언 등의 감정적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 감정노동의 정도가 높았다. 또한 조직에서 고객과의 마찰에서 무조건 참거나 사과하도록 하는 경우, 모니터링이 심한 경우 감정노동의 강도는 더 강했다. 반면 휴게실이 있는 경우, 고객과 갈등 후 잠시라도 업무를 중단할 수 있는 경우, 근로자의 고객대면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 감정노동 정도는 낮았다.
3. 판매직 근로자의 건강
판매직 근로자들의 질병 이환율은 하지정맥류 6.2%, 근골격계 질환 11.6%, 소화장애 16.7%, 생리불순 8.8%, 우울증 2.3%, 성대결절 1.3% 등이었다. 근골격계 질환을 보면 다리/발에서 통증을 자각했다는 응답이 47.5%에 이르렀고, 30% 이상이 어깨나 허리의 통증을 호소하였다.
판매직 근로자들의 정신건강은 직무소진, 우울증상 정도, 사회심리적 건강의 위험 정도를 이용하여 파악하였다. 직무소진을 살펴본 결과 감정고갈, 탈인격화, 성취감 저하 중 감정고갈의 점수가 높았다. 감정고갈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조직적 통제가 강한 곳에서 더 많이 일어났고, 시간제 근로자보다는 종일제 근로자가, 판매직을 5년 이상 오래한 근로자에게서 많이 일어났다.
감정고갈에 대한 설명력은 개인특성 < 조직특성 < 감정적 사건 < 조직의 통제 < 감정노동 순이었다. 회귀분석 결과를 보면 고졸 이하, 근무시간 중 바쁜 시간의 비중이 클수록, 고객과의 안 좋은 사건을 더 많이 경험할수록, 조직에서 모니터링을 할 때, 표면행위의 수준이 높을 때, 감정부조화 수준이 높을 때 감정고갈 수준이 높고, 반면 휴식 자율성이 있을 때, 동료 간 코멘트가 있을 때, 심층행위 수준이 높을 때 낮았다.
판매직 근로자의 우울증 수준을 보면, 우울증상 정도는 평균 9.2점이고, 우울증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34.7%로 나타났다. 우울 수준에 대한 설명력은 조직의 통제 정도 < 조직의 특성 < 감정노동 수준의 순으로 강해졌다. 우울 수준에 대해서 회귀분석해 본 결과, 휴식 자율성이 있는 경우, 휴게 공간이 있는 경우, 심층행위 수준이 높을 경우 우울 수준은 낮았다. 대조적으로 대형쇼핑몰 입점 매장일 경우, 암행감찰 등 모니터링을 할 경우, 스트레스 완화 노력을 할 경우, 감정부조화 수준이 높을 경우 우울 수준은 높았다.
판매직 근로자의 사회심리적 건강 수준은 평균 43.4점이고, 위험 수준으로 분류된 사람은 32%였다. 사회심리적 건강의 위험 수준을 회귀분석해 본 결과, 취미가 있는 경우, 휴식 자율성이 있는 경우, 고객대면과 관련하여 동료들의 코멘트가 있는 경우, 심층행위 수준이 높은 경우 사회심리적 건강의 위험 수준은 낮았다. 반면 감정부조화 수준이 높은 경우 사회심리적 건강의 위험 수준이 높았다.
◈ 콜센터 근로자의 감정노동과 건강
1. 콜센터 근로자의 전반적 근로실태
콜센터 근로자는 계약기간조차 정하지 않은 비정규직 고용이 많으며, 근속기간이 매우 짧고 노동이동이 매우 활발한 일자리였다. 학력(일반 숙련)이나 한 직장에서의 근속(기업특수적 숙련)이 임금에 주는 효과는 제한적이었으며, 대신 전체 콜센터경력(산업특수적 숙련)만이 임금에 유의한 플러스 효과를 주었다.
근로여건은 정규직과 본사 및 자회사 소속의 콜센터 근로자들이 비정규직 근로자와 위탁업체 방식으로 운영되는 콜센터 소속 근로자에 비하여 조금 나아 보이지만 그리 큰 격차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하루 8시간씩 주 5일 40시간 근무제가 비교적 잘 정착되어 있어 장시간근로의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콜센터 근로자는 하루 평균 5시간 정도에 걸쳐 약 125명의 고객과 통화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고객과의 통화 과정은 대부분의 직장에서 정해준 표준화된 지침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고객응대지침 준수 여부에 따라 인사고과나 임금이 달라지는 근로자가 절반이 넘었다. 또한 직장 내에서 근로자들끼리 고객응대 과정에 대하여 상호간에 조언하는 조직문화가 많이 확산되어 있었다.
콜센터 근로자의 노동과정에 대한 관리․감독은 조사대상자의 70~80%가 관리자가 컴퓨터를 통해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수시로 고객과의 대화를 듣거나 녹음하여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응답하였으며, 이러한 관리체제에 대하여 고객과의 분쟁을 대비하고 업무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방식이라고 인식하는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2. 콜센터 근로자의 감정노동 실태
조사대상자 가운데 90% 정도가 고객으로부터 이러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2012년 7월과 8월 2개월간 고객의 무리한 요구 3.9회, 고객의 인격무시 3.7회, 고객의 폭언과 욕설 2.7회, 고객의 성희롱 1.1회 등 총 11.4회로 1주당 1.4회의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같은 건이 발생해도 오히려 고객에게 사과를 하거나 전화를 끊지 못하도록 콜센터에서 방침을 세웠다고 응답한 근로자가 절반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고객으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성희롱을 당해도 다음 전화에 집중을 해야 한다는 근로자도 약 30%에 이르렀으며,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에게서 상대적으로 그러한 비율이 많았다. 이와 같은 부정적 사건은 일일 통화건수가 많을수록 더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위탁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더 많이 경험하였고,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콜센터 근로자들은 고객을 대하면서 때로는 자신의 실제 감정과 상관없이 겉으로만 친절한 척 고객을 대하기도 하고(표면행위), 때로는 직장에서 요구하는 감정이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도록 진정한 태도로 고객을 대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심층행위). 그 과정에서 콜센터에서 요구하는 감정을 자발적으로 잘 연기하기도 하고(자발적 연기), 한편으로는 고객을 대할 때 자신의 실제 감정과 고객에게 표현하는 감정이 다른 부조화를 느끼기도 하였다(감정부조화).
콜센터 근로자의 감정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면, 표면행위에 대해서는 일일 통화건수가 많은 근로자가, 그리고 휴식 자율성이 없는 근로자가 더 높은 표면행위를 하고 있었다. 또한 조직의 방침에 의해 고객이 폭언이나 성희롱을 해도 전화를 끊을 수 없는 근로자들의 표면행위 정도가 높았다. 콜센터 근로자의 심층행위는 근속기간이 늘어날수록 커졌고, 직장에서 정한 지침을 지키는 정도가 클수록 심층행위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자발적 연기도 근속기간이 긴 근로자, 정규직 근로자, 임금에 성과급이 적용되는 근로자, 휴식 자율성이 있다고 응답한 근로자들에게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부조화도 근속기간이 긴 근로자가, 조직 방침이 고객이 폭언이나 성희롱을 해도 전화를 끊을 수 없다는 근로자가 높았고, 본사/자회사 소속이거나 고객응대 지침을 잘 지킨다는 근로자에게서 낮았다.
콜센터에서도 근로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현황을 보면, 스트레스 완화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응답은 34%, 전문상담사 고용 19%, 고충처리위원회 설치 17%, 감정수당 지급 9% 등으로 조사되었다.
3. 콜센터 근로자의 건강
콜센터 근로자들은 밀폐된 사무실에서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의 부담과 함께 오랫동안 키보드를 작동하고 모니터를 응시해야 하기 때문에 소화장애, 근골격계 질환, 생리불순 등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통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성대결절 질환도 자주 발생하는 질환이었다.
고정된 자세와 반복적인 컴퓨터 사용 등으로 어깨(54%), 목(49%), 허리(35%) 등에 통증이 발생하는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에 통증이 발생했는가에 대해서 어깨와 목에 대해서는 36%의 근로자가, 허리에 대해서는 24%의 근로자가 발생했다고 응답하였다.
표면행위 정도가 높거나 감정부조화 정도가 높은 근로자가 직무 소진 정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심층행위와 자발적 연기는 직무소진을 낮추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쳤다. 또한 근로특성 가운데서는 일일 통화건수가 많을수록, 그리고 부정적 사건을 많이 경험할수록 직무소진이 높은 반면, 휴식 자율성이 있으면 직무소진은 낮았다.
CES-D10 척도로 콜센터 근로자의 우울증 증상을 살펴본 결과, 약 25%의 근로자가 우울증 의심으로 분류되었다. 심층행위나 자발적 연기 정도가 높은 근로자가 우울증 증상 정도도 낮았지만, 표면행위와 감정부조화가 높은 근로자는 우울증 증상 정도가 높았다.
사회심리적 건강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비중은 약 40%로 나타났는데, 일반 여성근로자 1,7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른 역학조사의 결과(고위험군 비중 27%)와 비교하면 콜센터 근로자의 정신건강이 매우 좋지 않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감정노동과의 상호관계를 보면, 고객과 부정적 사건을 더 많이 경험한 근로자가 사회심리적 건강은 더 악화되었으며, 심층행위와 자발적 연기 정도가 높을수록 사회심리적 건강은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양식
1.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상황과 실태
감정노동 대부분은 ‘면-대-면’(face-to-face) 혹은 ‘목소리-대-목소리’(voice-to-voice)라는 ‘고객과의 상호작용 과정’이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감정노동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업무 자율성’ (나는 내 뜻대로 고객응대를 계속할지 결정할 수 있다)과 ‘유기적 업무형성 관계’(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호의와 협조가 필요하다)이다. 업무 자율성이 없고 유기적 업무형성 관계가 있을 경우, 감정노동은 더 심각해진다.
그러나 서비스업이라 할지라도 어떤 업종에서 어느 정도의 감정노동이 수행되는지는 업종과 업태, 직종에 따라 그 수준과 정도에 차이가 있으며,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양식 또한 해당 업종, 업태, 직종별 세부 형태로 구분 가능하다. 따라서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 문제는 하위 업종, 업태, 직종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에서 감정노동과 관련된 상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로자들은 고객이 기업(조직) 규칙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를 하여 고객과 마찰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근로자는 고객으로부터 불쾌한 언행(폭언 및 폭행, 성희롱)을 경험하고 있다. 둘째,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대응 방식은 개별 노동자의 ‘순응’ (내면화)과 ‘저항’(소극적 vs. 적극적)의 형태로 나타난다. 셋째,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불쾌한 언행에 대한 대응이나 규제가 거의 없고, 이는 우리나라 감정노동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또한 서비스 사업장에서 감정노동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개별 기업의 작업장 통제는 강화되고 있다.
2.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양식 사례
최근 감정노동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공공부문(중앙, 지자체)과 민간부문 차원에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부문(중앙정부) 차원에서 감정노동에 대해서 대응한 예로 들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0년부터 취약분야 인권개선 사업으로 감정노동 문제를 다루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정노동에 대한 소개를 주로 하고 있으며, 사업주 가이드라인과 감정노동자 인권수첩을 발간하였다. 가이드북은 근무환경 개선 가이드라인, 업무 개선과 시스템 가이드라인, 새로운 제안 등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실효성 있는 정책 권고가 아니라, 단순 홍보 및 캠페인이라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 120 다산 콜센터는 상담사 감정노동 문제 해소 대응과 규제 제도를 도입한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다.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다산 콜센터 민원전화 중 87%가 폭언, 협박, 성희롱적인 내용들이었다. 이런 이유로 2012년 서울시는 다산 콜센터 상담사 보호 대책을 마련했다. 주요 내용은 ‘업무 이외 문의 3회 경고 → 악성민원인 전담팀관리→ARS안내(통화 내역 녹음) → 경고문 발송 → 고소․고발조치’ 등 단계적 대응방안이다. 이러한 조치를 통해서 2012년 다산 콜센터 악성민원 건수는 25.8%나 감소했다. 또한 서울시 다산 콜센터는 구청보건소와 연계하여 상담사 대상 주 1회 심리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로레알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감정노동 해소방안을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체결한 기업이다(노사합의형). 현재 로레알코리아는 감정노동 가치 인정과 해소 프로그램으로 감정노동수당, 심리상담 프로그램(EAP), 감정노동휴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였으며, 로레알코리아 노동조합은 감정노동 해소방안으로 인력 충원과 과도한 감정노동 규제까지 고민하고 있다. 다만, 노사간 감정노동 해소방안과 판단은 서로 다르다. 따라서 향후 로레알코리아 노사관계 분위기에 따라 동종 유사 업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결국 로레알코리아 노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인권의 측면에서 감정노동 해소 문제(규제양식 도입)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KTcs는 국내 콜센터 상담사의 감정노동 해소 프로그램을 민간기업 차원에서 최초로 도입한 기업이다(기업주도형). KTcs 114 콜센터 상담사는 수위가 높은 폭언이나 성희롱적인 장난전화의 경험이 잦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콜센터 상담사들은 악성전화에 대한 규제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이를 개별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KTcs에서는 최근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해소 프로그램(3E(EnvironmentㆍEcoㆍEnergy) 하트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감성 셀프 리더십, 역할극, 팀워크 활동(댄스ㆍ난타ㆍ아카펠라), 성희롱 예방연극 등이다. 교육을 통해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 충전, 애사심ㆍ동료애 고취, 문제해결을 위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KTcs 상담사 근무지는 전국 사업장에 분산되어 있고,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실제 이용률은 낮다.
감정노동에 대한 노조의 대응과 규제는 민주노총 산하 조직인 서비스연맹이 2006년 처음 ‘감정노동 가치 인정’을 사회적 의제로 제기한 것에서 출발하여(노조주도형) 현재는 양대 노총 공동 사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2012년 9월부터 민주노총(서비스연맹,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연맹, 공공운수노조)과 한국노총(금융노조, 우정노조) 산하 주요 조직은 감정노동 문제 대응을 위한 공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비스연맹 산하 유통 사업장(백화점 5곳, 면세점 3곳, 유통 1곳)과 금융노조 산하 은행 사업장(은행 1곳)에서 감정노동 수당과 휴가 등이 단체협약으로 체결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보건의료노조병원 사업장에서 감정노동 문제가 노사간 노사협의회나 단체협약 안건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까지 개별 사업장에서 감정노동 문제가 노사간 핵심 의제로 다루어지고 협약이 체결된 곳은 조직원, 노조간부 등 노조 조직 구성원 대다수가 여성으로서, 감정노동 문제가 작업장 노동과정에서 주된 애로사항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곳이다.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감정노동 문제가 제도화되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의제화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감정노동자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 판단기준
1. 정신질환의 업무기인성 판단의 문제점
우울증,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PTSD), 공황장애와 같은 감정노동자가 겪기 쉬운 정신질환의 경우, 산재법의 업무상 질병의 구체적 인정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정신질환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임을 근로자가 입증해야 한다.
감정노동의 경우, 그 업무 자체는 근로자에게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지만, 유발된 스트레스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업무 외적 또는 개인적 특성에 의한 것인지 여부 및 각 원인 요소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
정신질환의 경우, 업무 자체와 질환 간 사고나 유해물질이 아닌 ‘스트레스’가 매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정신질환이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 스트레스 유발요소들 중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근로자의 신체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평가한 다음, 그 스트레스에 의해 정신질환이 발생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업무 → 스트레스 → 정신질환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각 요소 간에는 인과관계, 즉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써 연결되어야 한다.
2. 정실질환의 업무기인성 판단구조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발생 시 정신질환이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업무기인성 인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트레스가 업무에 의해 발생(업무 → 스트레스)한 것이어야 한다. 이때 스트레스를 유발한 요인 및 유발 정도를 확정하기 위해 당해 근로자에 대해 ①과연 어떠한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존재하는지(스트레스 유발요인 검토), ②그 요인이 근로자에게 어느 정도 정신적 부하를 가한 것인지(업무의 과중성 검토)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순수하게 업무 외적 요소나 개인적 특성에 의한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볼 수 없고 재해보상도 이뤄질 수 없다. 그리고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발생한 것일지라도 개인적 스트레스 취약성 등이 스트레스의 강도에 영향을 미치므로 그 업무가 객관적으로 보아 근로자의 정신질환의 원인이 될 정도의 스트레스를 부담시킨 것인지 여부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3. 업무상 스트레스 판단구조
가. 스트레스 유발요인 검토
미국의 NIOSH(the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에서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질병으로 연결되는 과정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NIOSH 직무스트레스 모델은 ‘업무상’ 스트레스 유발 요인으로는 물리적 환경, 역할 갈등, 역할 모호, 대인 갈등, 직무비전 모호, 직무통제, 고용기회, 과중한 작업 부담, 다양한 작업 부담, 대인적 책임감, 능력 저활용, 인지 요구, 작업 변경(교대제 등) 등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NIOSH 모델은 업무와 정신질환간 인과관계는 업무 자체뿐만 아니라, 전체 원인 요소에 대한 평가를 통해 주요 요인, 가감 요인, 악화 요인 등을 가려내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업무 매뉴얼은 정신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평가 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즉 ⒜대상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업무 관련 스트레스 요인 평가, ⒞스트레스 요인과 질환과의 시간적 관련성 평가, ⒟업무 외적 요인 평가, ⒠ 개인적 취약성 평가, ⒡ 종합평가의 과정을 거쳐 정신질환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한다. ⒝⒞⒟⒠는 근로자가 받게 되는 스트레스의 다양한 원인 요소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며, 그 평가의 범위는 NIOSH의 스트레스성 질병 유발 원인 요소의 범주와도 유사하다. 그리고 ⒟⒠와 같은 업무 외에서의 질환 유발 요소에 대한 노출은 업무상 질병의 인과관계 입증이 주로 문제가 된다. 특히 ‘정신적 긴장을 동반하는 업무의 평가기준’을 마련하여 업무의 부하 정도를 평가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도 기본적으로 상당인과관계 존재를 추단하기 위해 이른바 ‘제반 사정’을 고려하고 있다. ‘제반 사정’에는 업무 자체가 근로자에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등 정신적 부담을 주었는지 여부, 업무 외적 요소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어느 정도 작용하였는지 여부, 개인적 스트레스 취약성이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NIOSH가 제시한 것과 같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업무 요소 외에 개인적 특성까지도 고려한 것이고, 나아가 개인적 특성이 업무에 의한 스트레스가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영향을 주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 특성과 업무상 스트레스 요소 상호간 영향에 대해 고려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 업무과중성 검토
한국의 경우 법원은 우선 업무의 과중성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업무와 정신질환의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노출된 업무상 스트레스가 객관적으로 보아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일 것을 요구한다. 스트레스 유발 원인 요소인 업무가 근로자에게 부담이 된 정도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유발할 정도로 질적 양적으로 ‘과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업무의 과중성은 업무의 내용, 시간과 양 등 요소를 고려해 판단하고 있다. 업무가 과중한 것으로 판정될 경우,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개인의 특성은 업무와 정신질환 간 인과관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업무가 과중하지 않은 경우 스트레스의 원인을 개인적 특성으로 돌리고 결국 인과관계를 부정한다.
업무의 과중성은 업무의 양적 측면 외에 질적 측면도 고려해 평가한다. 법원은 업무의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강도를 측정할 때, 업무에 노출된 시간과 양의 측정만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질적 과중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또한 업무가 과중한 것인지 여부는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즉 업무의 과중성을 평균적인 동종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당해 근로자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문제된다. 법원의 판결을 종합하면, 업무 자체의 스트레스 강도는 ‘평균인’ 기준으로 판단하고(평균인의 통상적인 업무에 비해 과중한 정도 평가), 그 업무상 스트레스와 질병 간 인과관계는 ‘근로자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볼 수 있다.
4.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발생 시 정신질환이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업무기인성 인정)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업무상 스트레스 → 정신질환)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질환 간 인과관계문제로 논의되는바, 주로 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와 복수의 원인이 경합한 경우 인과관계 존부 판단구조에 대해 문제가 된다.
인과관계가 입증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질환이 발생해야 한다. 업무와 정신질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과관계는 근로자를 둘러싼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본다.
결과에 영향을 미친 원인이 유일한 경우는 그 원인과 결과 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그런데 복수로 존재할 경우,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련된 견해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주로 언급되는 견해는 원인설과 상당인과관계설이다. 대법원은 업무와 질병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 그 입증이 있다고 보는 점은 확고하다. 상당인과관계설은 어떤 행위에서 그러한 결과가 생기는 것이 경험상 통상인 경우, 즉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견해로 설명되지만 구체적 사안에서 법원이 어느 견해를 취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평가가 갈린다.
대법원의 경우 상당인과관계설을 채택하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원인설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인과관계 관련 학설에서는 원인설과 상당인과관계설을 구분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이를 구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결 론
1. 서비스직 근로자의 감정노동 및 건강문제와 관련한 제언
서비스직 근로자들은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주된 업무이다. 기업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에 대해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첫째, 고객의 성희롱, 폭언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고객의 폭언에도 근로자가 계속해서 응대하도록 하거나, 고객이 잘못했는데도 근로자가 사과하도록 하는 기존의 고객응대 지침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은 근로자에게 사안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고, 근로자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희롱이나 심한 언어폭력을 가한 고객에 대해서는 조직 차원에서 사법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감정노동자에 대한 욕설이나 성희롱 등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행위가 아님을 홍보해야 한다.
둘째, 노동과정에서 식시시간, 화장실 가기 등 기본적인 생활상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고, 좀 더 자유로운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판매직과 콜센터와 같은 감정노동 근로자는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이 고객의 감정에 맞춰야 하는 심리적 부담뿐만 아니라 모든 근로과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제가 구축되어 있어 자신의 신체나 심리적 리듬이 완전히 무시당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객과의 분쟁이나 좋지 않은 일-폭언, 성희롱 등-이 발생했을 때, 또는 심리적인 휴식이 필요할 때 쉴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하다. 더불어 온전한 휴게 공간 마련도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노동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량과 규제가 적정선에서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판매직 근로자에게 높은 굽의 신발을도록 하는 등 신체적으로 무리가 가는 복장 규율을 실시하는 것은 신체적 무리를 가져올 수 있다. 복장 관행을 개선하는 것과 더불어 의자를 마련하여 손님이 없을 때 앉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콜센터의 경우 일일 고객과의 통화건수에 대한 적절한 제한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일일 통화건수가 많아질수록 부정적 사건들도 많이 경험하게 되고, 고객응대 과정에서도 표면행위가 늘어나거나 감정부조화를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고, 강한 노동강도는 잦은 이직을 초래하게 되는바,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넷째, 판매직과 콜센터 근로자의 육체적․정신적 건강 체크를 위한 표준화된 지침이 필요하다. 이들 근로자에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근골격계 질환과 소화장애 등의 육체적 질환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또한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신체적 활동들을 안내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업장에서 정기적으로 우울증이나 사회심리적 건강 등을 체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2. 감정노동에 대한 대응과 규제양식 사례연구를 통한 제언
매우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서비스노동에 대한 일의 성격과 노동의 가치가 지금보다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태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감정노동의 문제점을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개별 기업에게 감정노동 가이드라인을 제시함과 동시에 실효적인 제도적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인력 충원이나 합리적 교대제 설계 등을 통하여 현재의 감정노동 상태가 악화되지 않는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3.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업무상 질병 인정관련 제언
감정노동에 의한 스트레스 발생 및 정신질환 노출 간에 인과관계가 의학적․법적으로 인정된다는 전제하에서, 감정노동에 대한 분류방식을 정해야 한다. 감정노동을 분류하는 방식은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가 표면행위를 통해 이뤄지는 것인지 여부에 따라 감정노동을 구별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용이할 것으로 여겨진다. 감정노동 스트레스 원인 요소의 과중성 판단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감정노동자의 우울증 정신질환의 인과관계 판단에서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요인은 업무적인 것 외에 업무 외적인 것, 개인적인 것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업무 외적․개인적인 요인이 업무적 요인에 영향을 미칠수 있으므로 단순히 업무 자체 부담의 과중성만 고려하고, 업무 외적 또는 개인적 요소를 인과관계 배제 요소로 삼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비록 업무과중성 자체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으로 하더라도 그 업무가 근로자에게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발생시킨 것인지 여부는 근로자 본인의 스트레스 취약성 등을 고려해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NIOSH 모델에 기초한 방식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요인 상호간 작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면 법원이 법적으로 판단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감정노동의 경우 업무의 양적 평가가 아닌 업무 내용, 즉 질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법원의 인과관계 판단방법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법원은 통상의 질병과 관련된 사안에서 기왕증이 존재하더라도 과로나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친 경우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지만, 일부 정신질환 관련 사안에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극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개인적 스트레스 취약성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보다 일관된 태도를 제시함으로써 법원 판단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것이 요구된다.
목차 Contents
- 표지 ... 1
- 목차 ... 3
- 표 목 차 ... 7
- 그림목차 ... 14
- 요 약 ... 17
- 제1장 서 론 ... 41
- 제1절 연구 배경 및 목적 ... 41
- 제2절 연구방법 ... 43
- 1. 설문조사 ... 43
- 2. 심층면담 조사 ... 45
- 3. 기업체 사례조사 ... 46
- 제2장 감정노동의 개념과 연구의 분석틀 ... 47
- 제1절 감정노동의 개념 ... 47
- 1. 감정노동이란 무엇인가? ... 47
- 2. 감정노동에 대한 연구 경향 ... 48
- 3. 감정노동과 건강 ... 50
- 제2절 연구의 분석틀 ... 53
- 1. 상황적 단서 ... 53
- 2. 감정규제 과정 ... 54
- 3. 개인적 요인과 조직적 요인 ... 56
- 4. 장기적 결과 ... 56
- 제3장 상품판매원․전화상담원 종사자의 근로실태와 근로환경 ... 62
- 제1절 종합소매업과 콜센터․텔레마케팅 서비스업의 현황 ... 62
- 1. 종합소매업 현황 ... 62
- 2. 콜센터 서비스업 ... 66
- 제2절 상품판매원․전화상담원의 근로실태 ... 69
- 1. 분석자료 ... 69
- 2. 종사자 인적 특성 ... 71
- 3. 근로실태 ... 73
- 제3절 상품판매원․전화상담원의 근로환경 ... 76
- 1. 분석 자료 ... 76
- 2. 근로환경 ... 78
- 제4장 판매직 근로자의 감정노동과 건강 ... 87
- 제1절 서 론 ... 87
- 제2절 판매직 근로자의 근로 특성 ... 89
- 1. 조사대상자의 기본 특성 ... 89
- 2. 판매직 근로자의 고용관계 ... 96
- 3. 판매직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업무특성 ... 102
- 4. 판매직 근로자의 보상체계 ... 118
- 제3절 판매직 근로자의 고객 대면 활동과 감정노동 ... 124
- 1. 고객과의 상호작용 정도 ... 124
- 2. 조직통제 ... 128
- 3. 감정노동의 실태 ... 139
- 제4절 판매직 근로자의 육체건강과 정신건강 ... 151
- 1. 육체적 건강 ... 152
- 2. 취미활동과 음주, 흡연 ... 156
- 3. 주관적 건강상태 ... 158
- 4. 정신건강 ... 159
- 제5절 요약 및 결론 ... 179
- 제5장 콜센터 근로자의 감정노동과 건강 ... 185
- 제1절 서 론 ... 185
- 제2절 콜센터 산업 및 노동시장 특성 ... 186
- 1. 콜센터 산업의 특성 ... 186
- 2. 콜센터 산업의 일자리 특성 ... 191
- 제3절 콜센터 근로자의 근로실태 ... 193
- 1. 조사대상자의 기본 특성 ... 193
- 2. 고용계약 ... 202
- 3. 근로시간과 보상 ... 207
- 제4절 콜센터 근로자의 고객응대와 감정노동 실태 ... 220
- 1. 고객과의 통화 정도 ... 220
- 2. 조직통제 ... 223
- 3. 감정노동의 실태 ... 233
- 4. 스트레스 완화 제도 ... 248
- 제5절 콜센터 근로자의 건강 ... 250
- 1. 육체건강 ... 250
- 2. 정신건강 ... 257
- 제6절 요약 및 결론 ... 271
- 제6장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양식 ... 277
- 제1절 머리말 ... 277
- 제2절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상황과 실태 ... 278
- 1.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실태 ... 279
- 2. 서비스산업 하위 업종별 감정노동 현실과 상황 ... 283
- 제3절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양식 사례 ... 294
- 1. 공공부문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양식 ... 296
- 2. 민간부문 감정노동 대응과 규제양식 ... 301
- 제4절 맺음말 ... 320
- 제7장 감정노동자 정신질환의 업무상 재해 판단 기준 ... 324
- 제1절 머리말 ... 324
- 제2절 현행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의 일반적 인정기준 ... 326
- 제3절 정신질환의 업무기인성 판단의 문제점 ... 328
- 제4절 정실질환의 업무기인성 판단구조 ... 329
- 1. 업무상 스트레스 ... 330
- 2.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 인과관계 ... 347
- 제5절 감정노동자의 업무상 정신질환에 관한 시사점 ... 353
- 1. 감정노동 개념과 범위 확정을 위한 기준 마련 ... 353
- 2. 감정노동 스트레스 원인 요소의 과중성 판단기준 마련 ... 353
- 3. 법원의 인과관계 판단방법 수정 : 기왕증과 개인적 스트레스 취약성 ... 354
- 제8장 결 론 ... 355
- 참고문헌 ... 360
- 끝페이지 ... 366
※ AI-Helper는 부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