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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스위트홈 ‘스마트홈’

2021-05-11

“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안에 가만히 있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된다.”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이 남긴 말이다.
수천 년 동안 구전된 우화 ‘개미와 배짱이’에서 알 수 있듯 인간에게 부지런함은 성공을 위한 훌륭한 미덕으로, 게으름은 실패에 맞닿아 있는 잘못된 습관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파스칼의 말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항상 옳은 일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즈음의 과학자는 인간을 더 게으르게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고심하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당신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해주기 때문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즐거운 나의 집, 바로 ‘스마트홈’(Smart Home)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인류가 오래 꿈꿔왔던 집이 현실로

스마트홈이 미래 주거의 핵심 트렌드로 부각하고 있다. 제4차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총아로 떠오른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이하 ICT),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이 모두 스마트홈을 통해 집안으로 모이고 있다. 스마트홈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최첨단 미래 기술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어로 ‘집이 똑똑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스마트홈은 AI와 IoT, ICT 등 첨단기술을 주택에 접목함으로써 거주민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에서는 스마트홈을 주거 환경에 IT를 융합하여 국민의 편익과 복지 증진, 안전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인간 중심적인 스마트 라이프 환경이라고 정의한다.
사실 스마트홈은 근래에 새로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안면인식을 통해 출입구가 자동으로 열리고, 집안에 들어서면 동선에 따라 조명이 자동으로 작동하며, 에어컨이 자동으로 조절되는 것과 같은 똑똑하고 편리한 집의 모습은 이미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한 바 있다. 결국 스마트홈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집에 대한 모든 상상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홈은 1990년대 등장해서 주목받았던 인텔리전트홈이나 홈오토메이션 등과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스마트홈과 이전의 인텔리전트홈과 홈오토메이션 등이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는 핵심주체가 기술이 아닌 인간이라는 점이다. 인텔리전트홈과 홈오토메이션 등은 첨단기술을 주택에 적용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사람들에게 편의성보다 불편함을 안겨주었고, 실질적 효용성 부족과 주택비용의 상승 등 문제로 인해 결국 대중화에는 실패한 뼈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반면 스마트홈의 경우는 인간에 초점을 두고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하면 더욱 편리하게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주로 관심을 두고 있다. 인간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 첨단기술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크고 작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도출되면서 스마트홈은 앞으로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주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제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IoT와 AI, ICT, 빅데이터, 로봇공학 등 기술이 성숙하면서 스마트홈 산업에 대한 경제적인 접근을 가능케 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홈이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공급자와 수요자 간 상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거래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점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은 두 자릿수의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이 2020년 773억 달러(약 86조 원)에서 2025년 1,757억 달러(약 196조 원) 규모로 2배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거형태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사는 아파트가 절대다수여서 스마트홈 기술 개발과 적용에 한결 유리한 상황이다. 아파트 단지에는 수백 세대들이 모여있어 스마트홈을 구현할 때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단독주택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다.

스마트홈 성공을 이끌 핵심기술들

집이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집안에서 이뤄지는 여러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한 후, 실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기들을 제어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홈은 이 모든 과정이 인간을 귀찮게 하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집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상황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기술은 ‘센서’(Sensor)다. 스마트홈은 거주자를 둘러싸고 복잡한 환경변화를 적시에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센서를 사용한다. 쾌적한 생활을 위해 온도, 습도, 조도 등 센서가, 안전한 생활을 위해 화재, 가스, 방범 등 센서가, 편리한 생활을 위해 지문인식, 검침, 동작감지 등 센서가, 건강한 생활을 위해 공기, 수질, 원격진료 등 센서가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센서에 의해 감지된 환경변화를 분석해 필요한 조치를 확인한 후 특정 기기가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명령하고 관리하는 일은 ‘컨트롤러’(Controller)가 담당한다. 아파트 거실에 달린 월패드와 같은 기존 컨트롤러는 사람이 생각한 후 직접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인데, 스마트홈의 컨트롤러는 스스로 정보를 분석하고 판단해서 조치를 하는 인공지능 컨트롤러를 목표로 한다.
센서에 의해 취득된 정보나 컨트롤러가 내린 명령이 실시간으로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유무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유무선 네트워크는 기기들이 수집하는 정보의 양과 연결되는 특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때로는 Wi-Fi처럼 속도가 빠르고 도달거리가 긴 대신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방식을 사용하는가 하면, 때로는 Zigbee나 Z-wave 같이 근거리에서 소용량 정보 전달만 가능하지만, 전력 소모가 적은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스마트홈에서 사람에게 직접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은 ‘스마트홈 기기’의 몫이다. TV, 청소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현관도어 등 똑똑한 스마트홈 기기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은 콘트롤러나 자체 인공지능에 의해 편리하게 작동된다. 스마트홈이 발전할수록 스마트홈 기기는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스마트홈은 인공지능을 통해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사람들의 의지를 반영해 작동되기 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필요로 한다. 스마트홈에서는 가장 주목하고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인공지능 스피커다. 말은 화면을 보고 입력하는 것보다 훨씬 간단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쉽게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대화형 인터페이스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말속에서 사용자의 명령을 올바르게 분리해내고 의도를 추론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관리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정보처리 표준체계와 작동 체계를 갖춘 ‘플랫폼’(Platform)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개념인데, 아이폰을 개발한 애플의 앱스토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구축해 앱 개발자들과 아이폰 사용자들을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해 줬는데,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고 판매되면서 아이폰의 활용성은 높아지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스마트홈도 이와 같은 플랫폼 형태로 구축되고 있어, 쇼핑과 의료, 교육, 교통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돼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홈의 미래 모습은?

스마트홈이 급성장하는 미래의 핵심 유망사업으로 부각함에 따라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플랫폼 쟁탈전에서 일단 한발 앞서 나가는 곳은 스마트홈 기기를 담당하는 주체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가전회사들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는 전 세계 200여 기업에서 개발한 2,500여 개의 가전제품을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홈 플랫폼인데, 모바일인덱스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531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국내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의 ‘스마트씽큐’(Smart ThinQ)는 주로 자사제품을 중심으로 연동되고 있는데, 43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통신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한 정보통신회사들도 스마트홈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잰걸음을 보인다. LG유플러스의 ‘U플러스 AI’, SK텔레콤의 ‘누구(NUGU)’, KT의 ‘기가지니 홈 IoT’ 등이다. 한편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포털업체들은 인공지능과 음성인식 등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스마트홈 산업에서 자신들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는 스마트홈의 핵심인 첨단 정보통신기술과는 거리가 있다보니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과거 건설사들은 독자적으로 스마트홈을 구축하기도 했으나, 일부 가전이나 조명, 전원을 제어하는 수준으로 연결되는 기기들도 적은데다가 확장성도 떨어지는 한계가 노출되었다. 건설회사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문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은 인공지능이 강점인 카카오와 협업하고 있고,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SK건설은 SK텔레콤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같은 그룹의 삼성전자가 지원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은 LG전자의 플랫폼을 연동한다. 대림산업은 KT와 협력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중견 건설사들도 가전회사나 정보통신회사들과 협력하면서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한 아파트를 선보이고 있다.(김우영, 『플랫폼 비즈니스 관점의 스마트홈 개발 방향』 참조)
우리나라 아파트에 스마트홈 바람이 불면서 선보이는 서비스들도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조명이나 가스, 냉난방, 환기, 보안 등 세대 내 생활환경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 호출, 날씨정보 제공, 방문자 확인, 택배 조회, 차량위치 확인, 주택 경비 등 편의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원 관리, 절수 등을 통해 에너지까지 절약한다. 스마트홈 서비스는 모바일앱으로 연동되고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음성 명령으로도 작동된다.
과거 공상과학영화에서 보여줬던 미래 가정의 모습 중 상당수는 스마트홈을 통해 이미 현실이 됐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길 원하면 커튼이 자동으로 쳐지고 TV가 켜지고 영화를 추천해준다. 영화를 선택하면 조명은 밝기를 스스로 조절하고, 스마트가구인 모션베드는 가장 편한 자세가 되도록 각도를 조정한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편리하게 스마트 기기들을 제어하는 음성 명령 도구이면서 심심할 때 대화 상대도 된다. 로봇청소기는 집안을 깨끗이 청소해주며, 세계 최대의 IT 전시회 CES 2022에 등장한 설거지 로봇도 곧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들은 체지방률과 기초대사량, 수면 패턴과 같은 개인 건강정보 변화추이를 확인하며 입주민의 건강관리를 도와준다. 냉장고는 자신이 보관하고 있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요리를 추천해준다. 스마트홈이 앞으로 발전해나갈 미래 모습은 전적으로 인간의 상상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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