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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연구의 목적과 범위

우리의 현행 손해배상법제에서는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사고로 발생한 피해자의 손해를 전보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을 자동차 사고에 그대로 투영하는 경우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高價의 자동차와 低價의 자동차가 서로 충돌한 경우 저가의 자동차 운행자는 자신의 과실이 적은 때에도 자신이 입은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를 상대방인 고가의 자동차 운전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에 손해의 발생에 기여한 부분이 매우 적은 자라도 손해배상책임액수가 더 많을 수

제1장 연구의 목적과 범위

우리의 현행 손해배상법제에서는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사고로 발생한 피해자의 손해를 전보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을 자동차 사고에 그대로 투영하는 경우 문제가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高價의 자동차와 低價의 자동차가 서로 충돌한 경우 저가의 자동차 운행자는 자신의 과실이 적은 때에도 자신이 입은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를 상대방인 고가의 자동차 운전자에게 배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 때에 손해의 발생에 기여한 부분이 매우 적은 자라도 손해배상책임액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검토가 필요하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교통사고에 대한 과실비율이 고가 자동차가 90%이고 저가 자동차가 10%일 때, 구체적인 손해액이 고가 자동차 5,000만원이고 저가 자동차가 100만원이라고 한다면, 우리 현행법으로는 고가 자동차 보유자는 저가 자동차 보유자에게 90만원을, 저가 자동차 보유자는 고가 자동차 보유자에게 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고가의 외제자동차를 갖고 있는 자가 경미한 과실이 있는 다른 차량과 고의로 접촉사고를 유발한 뒤 고가의 부품에 대한 수리비용과 수리기간동안 동급의 차량에 대한 대여료를 청구하고, 수리를 위한 부품의 수입기간동안에 발생하는 엄청난 대차료를 회수하기 위하여 소위 수리비용을 추정한 현금을 미수선수리비로 받아가고, 실제 수리는 하지 않고 다시 다른 추돌사고를 야기하는 보험사고사기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보험사기가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현행 민법상 손해배상법리에 의할 때, 양당사자에게 발생한 손해의 총액에 대해서 양당사자가 사고발생에 기여한 부분에 따라서 각각 상대방에게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평가하는 관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가능할 것이다. 첫번째 관점은 이와 같은 결론은 현행 손해배상법제에서 가해자에게는 불운의 문제(Unglücksfall)에 해당되는 것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다른 기준도 고려요소가 되지만, 결국은 발생한 물적 손해는 그 사고가 없었다면 있었을 가정적 상태의 차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실에 있어서 물적 손해의 경우 가액이 중요한 기준으로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대륙법의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법제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관점은 교통사고와 같은 불법행위 사안에서 당사자의 과실을 기준으로 책임 귀속을 달리하고, 경우에 따라서 책임을 분배하는 관점이다. 이는 19세기 초 이후 불법행위의 중심으로 등장한 ‘과실’을 기초로, 불법행위 사안의 손해배상을 판단하는 태도이다. 이는 비교법의 측면에서 현재 미국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한 고가의 자동차와 저가의 자동차가 서로 충돌한 경우, 첫 번째의 방식으로 해결할 때와 두 번째의 방식으로 해결할 때는, 자동차의 가액과 자동차 사고의 과실 비율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어느 방식으로 손해배상을 하는지에 따라,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는 결국 “고가의 자동차와 저가의 자동차가 서로 충돌한 경우 저가의 자동차 운행자는 자신의 과실이 적은 때에도 고가의 자동차 운전자에게 자신이 받은 손해와 견주어 훨씬 많은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저가의 자동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에 따른 대물보험의 한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여 보험계약을 할 경우 고가의 자동차와의 교통사고로 인한 막대한 손해를 배상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하여 가끔씩 교통사고가 발생했을때 상대방의 물적 손해(자동차 가격, 수리 할 때까지 자동차 임차비용)를 배상하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보도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의 아주 비싼 자동차를 위해서 사회의 많은 수의 값 싼 자동차 운전자가 그에 대한 위험을 보험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물음도 제기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자동차사고에 따른 적정한 책임 분배가 어떤 것인지를 주로 손해배상법의 관점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우선 자동차사고에 있어서 손해액의 중요한 항목인 수리비와 代車料에 관하여 살펴보고 손해액 산정과정에서 조정ㆍ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려고 한다. 그리고 과실상계7)의 법리의 수정 또는 제한을 통하여 자동차 사고에 있어서의 당사자 사이의 책임의 분배를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목차 Contents

• 표지 ... 1
• 목차 ... 2
• 제1장 연구의 목적과 범위 ... 5
• 제2장 손해배상법의 기본이념 ... 8
• Ⅰ. 손해배상법의 지도원리와 기능 ... 8
• 1. 침해된 正義의 회복수단으로서의 損害賠償制度 ... 9
• 2. 損害의 공평·타당한 分擔 ... 11
• Ⅱ. 손해배상액의 산정 ... 17
• 1. 손해배상액 산정의 의의 ... 17
• 2.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초 ... 18
• 3. 구체적 손해산정방법과 추상적 손해산정방법 ... 25
• 4. 물적 손해의 산정 ... 31
• Ⅲ. 우리 민법상 손해분담에 있어서의 공평성의 구현 ... 37
• 1. 序 ... 37
• 2. 과실상계 ... 38
• 3. 민법 제765조의 손해경감청구 ... 77
• 제3장 손해액의 산정과정에서 손해액을 줄이는 방안 ... 98
• Ⅰ. 독일에서의 차량손해의 평가에 관한 논의 ... 98
• Ⅱ. 일본에서의 차량손해의 평가에 관한 논의 ... 115
• 1. 수리비용 ... 115
• 2. 代車料 ... 124
• 3. 評價損 ... 133
• Ⅲ. 외제차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현황 및 문제점 ... 139
• 1. 수리비 ... 139
• 2. 대차료 ... 145
• Ⅳ.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된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 ... 148
• 1. 교환가격 감소분 ... 148
• 2. 수리비 ... 151
• 3. 영업손실 ... 152
• 4. 代車料 ... 154
• 5. 評價損 ... 161
• 6. 소 결 ... 164
• 제4장 과실상계원칙을 수정·제한함으로써 배상액을 줄이는 방안 ... 166
• Ⅰ. 미국의 손해배상 및 과실상계 제도 ... 166
• 1. 미국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제도 ... 166
• 2. 미국 불법행위에 따른 과실상계 제도 ... 173
• Ⅱ. 책임 분배에 관한 접근 방법 ... 191
• 1. 수정된 비교과실 법리(modified comparative negligence)-50%기준-를 적용하는 방안 ... 191
• 2. 과실상계원칙에 따라 산정된 손해배상액의 합산액을 과실비율에 따라 재분배하는 방안 ... 193
• 3. 고가 차량 소유자에 대한 부담 가중의 근거 ... 215
• 제5장 민법 765조 (배상액의 경감청구) 규정을 활용하여 손해배상액을 줄이는 방안 ... 220
• 제6장 결 론 ... 224
• 끝페이지 ...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