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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연구의 명과 암

2014-11-03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공상 과학 영화인 ‘A.I.’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비 박사는 논란의 쟁점이 되고 있는 ‘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감정을 지닌 최초의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를 탄생시킨다.
입양된 데이비드는 점차 인간사회에 적응해가지만, 숲에 버려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로봇은 소망하던 엄마의 사랑을 찾고 하루가 지나 함께 잠을 자게 되면서 끝이 난다. 이 영화는 많은 감동을 남긴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 속 로봇처럼 감정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이 실존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로봇은 존재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은 바로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및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말한다.
즉,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와 학습, 자기계발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 및 정보기술의 한 분야이다. 컴퓨터 과학의 다른 분야와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관련을 맺고 있으며,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분야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에는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 인공지능을 가늠하는 기준인 튜링테스트(Turing Test)를 컴퓨터 프로그램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 )이 65년 만에 처음으로 통과한 것이다. (관련링크)
인공지능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말은 더이상 컴퓨터프로그램과 사람을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영국 레딩대학교(University of Reading)의 연구팀은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슈퍼컴퓨터에서 돌아가는 ‘유진’이라는 프로그램이 이 기준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유진은 5분 길이의 문자 대화를 통해 심사위원 중 33퍼센트(%) 이상에게 ‘유진은 진짜 사람’이라는 확신을 줌으로써 튜링테스트에 통과하게 되었다. 유진은 우크라이나에 사는 13세 소년인 것처럼 사용자들과 대화를 나눈다.
굳이 13세 소년으로 설정을 정한 이유는 나이를 감안하면 유진이 뭔가 모르는 것이있더라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믿음을 주는 캐릭터를 개발한 것이다. 독자적 검증이 이뤄졌고, 결정적으로 대화 내용이 제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평가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번 연구가 다소 과장되었다고 주장한다. 유진 구스트만과 직접 채팅을 해본 사람이 한결같이 레딩대학교의 발표가 과장됐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단지 조금 똑똑한 ‘대화로봇’(Chatbot)일 뿐,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은 아니라는 것이다.

컴퓨터가 사람처럼 말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다

튜링테스트(Turing Test)는 “과연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험 방법이다. 인공지능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전산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에 발표한 ‘기계도 생각할 수 있을까?’(Can Machines Think?)라는 논문에서 나왔다.
앨런 튜링은 컴퓨터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음을 확인하려면 대화를 나눠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컴퓨터가 의식을 가진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다면, 그 컴퓨터도 의식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앨런 튜링은 구체적인 실험 방법은 언급하지 않고, 포괄적인 논리만 제안했다. 그래서 이를 결정하는 것은 후대 컴퓨터 학자들의 몫이 되었다. 그래서 레딩대학교는 나름대로 튜링테스트 방식을 개발,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결국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의 사고 능력’을 판별한다. 진정한 과학적, 철학적 의미에서 인공 지능을 판별하는 것이다. 만약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상대편이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진정한 의미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사람처럼 생각할 줄 아는 ‘진짜’ 인공지능이라면 종합적인 판단력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면 TV프로그램을 보고 그 내용에 관한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처럼 정보를 모아 종합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공지능’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인류에 재앙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 연구를 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보이는 사람도 상당수 존재한다. 지난 10월 말, 엘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모터스 최고 경영자는 인공지능 연구가 악마를 소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다소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 (관련링크)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매우 주의깊게 진행돼야 하며, 인공지능이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핵무기보다 위험하다는 뜻을 밝혔다.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가 국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이 말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멍청한 짓’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 역시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인류 사상 최대의 성과인 동시에 최후의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실수가 될 수 있으며, 현재는 인공지능이 축복이 될지 재앙이 될지 모를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링크)
장기적으로 경제 부문에서 컴퓨터의 비중이 급증하고 컴퓨터의 사고 역량이 인간의 뇌를 초월해 인공지능이 시장, 군사, 정치 등 곳곳을 장악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를 받을 수 있을까?’와 같은 공상과학 질문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가설은 여러 공상과학영화를 통해 ‘디스토피아’로 묘사돼 왔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가상현실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은 기계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어두운 미래를 잘 보여줬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영화 ‘터미네이터’ 역시 인공지능이 발달한 기계와 인간의 대결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나,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연구하는 곳은 소수 비영리 기관 외에는 거의 없다.
다소 비약일 수 있으나, 현재 상황은 외계인이 수십 년 내 지구로 올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도 무차별 침공 등 사태에 대해 전혀 대비를 안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줄 혜택과 위험성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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